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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픈 대금 소리 명맥 잇기 내 소명이죠
김해 대금 장인 목창수 20년전 ‘소리’에 빠져 좋은 대나무 구하기 우선
‘청공’ 만들 때 떨림 중요 “전통악기 맥 유지 관심을”
2017년 07월 25일 (화)
허균 기자 gheo@kndaily.com
   
▲ 대금 장인 목창수 선생은 김해 작업장에서 손으로 직접 대금에 구멍을 뚫는 작업을 하고 있다.
 ‘대금’은 대나무로 만드는 한국의 전통 목관악기 중 하나다. 모든 전통음악 합주곡에 편성되는 대금은 매우 대중적인 전통악기다. 한국 전통 악기에 관심이 없다 해도 7080세대에게 대금 소리는 그리 낯설지 않다. 어릴 적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해주던 ‘전설의 고향’ 배경 음악으로 빠지지 않았던 그 소리가 바로 대금의 소리다. 대금이라는 명칭이 기록지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삼국사기로 대금의 역사는 어림잡아도 1천년을 훌쩍 넘는다. 요즘 대금은 플라스틱으로 대량생산되기도 하지만 김해에서 옛날 방식 그대로를 고집하며 대금을 제작하고 있는 목창수 선생에게 대금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주



 우리나라 전통악기는 대금을 비롯해, 가야금, 거문고, 북, 장구, 해금, 태평소 등 60여 종에 이른다. 우리 전통악기는 서양악기보다 더 깊은 울림과 구슬픔이 있다. 이러한 전통악기를 만드는 기능을 가진 사람을 우린 ‘악기장’이라고 부른다. 목창수 선생은 수천년 전 방식과 똑같은 제작과정으로 대금을 제작하고 있다.

 그는 부산 온천장에 거주하고 있는 인간문화재 김동표 선생에게 대금 연주와 제작법을 익혔다. 현재 여러 가지 지병을 앓고 있는 김 선생은 예전처럼 활발한 활동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이수자를 배출했다. 목 선생도 그중 하나다. 특이한 게 있다면 목 선생은 김 선생의 여느 제자와는 달리 대금 연주에 제작법까지 그대로 전수받았다는 것이다.

 목 선생이 대금과 인연을 맺게 된 건 20년 전이다. 우연한 기회에 대금 소리를 내는 한 스님과 만났고 처음 들었던 그 소리는 목 선생을 대금 장인으로 인도했다.

   
▲ 목창수 선생은 1천년 전 방식 그대로를 고집하며 대금을 제작한다.
 “20여 년 전 대금을 부는 한 스님을 만났어요. 그 스님이 대금을 만지작거리길래 ‘대금 소리를 낼 줄 아느냐’고 물었더니 싱긋이 웃으며 대금 소리를 들려줬어요. 어찌나 구슬프고 좋던지 그냥 훅 빠져들었죠. 그때부터 대금과 인연이 시작된 거죠.” 그렇지 않은 전통 악기가 없겠지만 대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대금은 전문가가 제작해 필요한 이들에게 팔기도 하지만 연주자가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구조가 단순하고 자연재료를 그대로 사용하기에 제작이 간단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 멋을 낼 줄 알았던 우리 선조들의 기품(氣品)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특히 구멍을 뚫은 후 갈대 속청(막)을 붙여 세게 불 때 발생하는 특유의 청울림을 청공의 기능을 알게 되면 고개가 숙여진다.

 대금을 제작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적당한 대나무를 찾는 일이다. 대금을 제작하는 데 알맞은 대나무를 구할 수 있는 시기는 12월 초부터 내년 정월 대보름까지다. 40~50일 정도 되는 이 기간에 1년 동안 사용할 대금 원자재를 구하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목 선생의 경우, 한 해 100개~150개가량의 대금을 제작한다. 이 기간에 최소 150개 이상 대금 대나무를 구해야 한다. 이 시기 대금을 만드는 이들은 대금의 재료가 되는 대나무를 찾아 헤매지만 마음에 드는 대나무를 구하는 일은 그리 녹록지 않다. 제작할 수 있는 대나무 원재료를 캐지 않고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상(上)품의 경우, 수십만 원을 넘는 경우도 있고, 그 대나무가 대금으로 완성됐을 때 어떤 소리를 낼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기에 비싼 돈을 주고 무작정 대나무를 구입하기도 쉽지 않다.

 대금을 만들기에 좋은 대나무는 우리나라 고유의 죽인 조선대다. 대나무는 죽은 마디와 마디 사이를 잇는 골이 있는데 양쪽에 골이 있는 쌍골죽이 대금을 만들기 좋은 죽이다. 대살 구멍이 작아야 하고 내경이 일정하면 소리를 잡기에 좋다. 이런 죽을 만나는 것은 심마니가 산삼을 찾는 것에 버금간다.

 “예전에는 비닐하우스 등 건축물 재료로 죽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애물단지가 됐어요. 대나무가 땅속의 수분을 빨아당겼다가, 기온이 내려가면 얼지 않기 위해 수분을 뺍니다. 대나무에서 수분이 적을 때인 이 시기에 켜야 해요. 대금에 사용되는 죽은 그해 태어난 때보다는 3~4년 묵은 대가 좋습니다. 대금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구멍이 9개에서 10개를 뚫어야 하는데 그 마디 사이 길이를 예측하고 적당한 대나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취구는 보통 부는 사람의 입술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취구의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워낙 예민할 수밖에 없어 대금 연주자가 자신의 입에 맞추기 위해 임의로 취구에 손을 대면 대금을 망가트릴 수 있다. 되도록이면 제작 당시의 취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대금 제작 시 가장 신기한 게 청공이다. 대금을 불기 위해 입을 갖다 대는 취구와 손가락으로 구멍을 막거나 열어 음색을 맞추는 취구와 중간쯤 있는 구멍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청공은 대나무에 구멍을 내고 그 구멍을 종이로 문풍지를 만들듯, 갈대의 속청(막)으로 붙여 세게 불 때 떨림을 만들어내게 한다. 대금의 기원은 신석기 시대로 올라가지만, 통일신라 시대에 오늘날 대금의 골격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으며 청공은 조선 시대 후기 멋을 알던 선비들이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우리 전통악기 대금이 조선 시대 선비의 멋이 보태져 최고의 악기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목 선생은 “우리나라의 전통 분야 중 기능인, 예능인이 많지만 전통악기를 배우고, 만드는 사람들은 사라지고 있다”며 “먹고 살기 힘들 것을 알게 되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게 되고, 밥벌이 수입을 보장해주는 장치가 없어 전통의 맥은 점점 이어가기 힘들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나서 전통악기를 제작하는 이들을 돕고, 무형문화자산으로 가치를 매겨준다면 우리의 소리를 내는 전통악기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대금 이야기를 들려주며 반복적으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보다는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은 한계가 있을뿐더러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늘도 비좁은 그의 작업실에는 최고의 소리를 내는 대금이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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