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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건설에 대한 소고
혁신도시건설에 대한 소고
  • 박태홍
  • 승인 2017.07.24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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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고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취임 10일 만에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 방침을 발표했다. 그때만 해도 국민들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의아해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1년 만에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의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법적 근거(지난 2004년 4월)를 마련하고 추진 방향 로드맵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 후 지난 2005년 5월 시ㆍ도지사 간 기본협약과 노정기본협약까지 체결하고 국무회의심의를 거쳐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수립을 발표한다.

 이것이 바로 혁신도시건설 기본구상 방향 마련이며 혁신도시특별법 제정이다. 이어서 정부는 지난 2007년 4월 혁신도시지구 지정까지 완료한다.

 경남에서는 진주시 문산읍 소문리 금산면 갈전리, 속사리, 호탄동 일원 4천93㎡를 지정받는다.

 진주혁신도시는 11개 정부 공공기관과 1만 3천세대 3만 9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예전에 논밭이었던 이곳은 지금 신도시로 탈바꿈했다.

 진주혁신도시로 이전한 정부 공공기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11개 기관이며 근무 인원만도 3천998명에 이른다.(지난해 6월 말 기준)

 행정명 진주시 충무공동에 위치한 진주혁신도시는 말 그대로 신도시로 그 위엄과 자태를 뽐내듯 웅장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메머드 사옥과 나머지 10개 공공기관의 크고 작은 건물들이 들어섰으며 흥한 윙스, 롯데아울렛 등이 혁신도시 내의 대표적인 건물로 손꼽힌다. 주거지역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지은 최신아파트가 즐비하다.

 진주시는 이곳을 에너지 자족형 친환경 자연생태, 첨단 주거문화, 지역산업 선도 글로벌 산업도시로 가꿀 로드맵을 마련하고 추진 중이다.

 진주시는 이곳 혁신도시에는 신도시가 갖춰야 할 모든 시스템을 구축했다.

 진주시는 이곳을 에너지 생산시스템, 도시교통체제서비스, 에너지 정전 스마트그리드, 수변 지역의 공원화 및 녹색생활공간조성, 산림 바이오매스, 조기대응체제 확보를 통한 안전 도시, 첨단산업육성을 통한 산업경쟁력 확보, 서부경남산업의 동반성장을 주도하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는 노무현 정권이 진주에 준 큰 선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오늘의 진주는 어떠한가? 국가와 도시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십수 년에 걸쳐 완성된 진주의 혁신도시가 그렇지 못하니 탈이다.

 이곳 혁신도시에 우뚝 선 11개의 정부 공공기관과 최신형 아파트, 상가들은 신도시를 방불케 한다.

 그러나 움직임이 없다. 진주지역의 경기는 혁신도시건설 이전의 바닥 그대로일 뿐 나아진 게 없다. 오히려 그때보다 못하다는 게 지역 상가 주인들의 공통된 푸념이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 전만 해도 중앙대로변 1층 상가가 비어있는 곳이 없었다. 비워지기가 무섭게 입점권리금까지 주고 세를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1층 점포가 손으로는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이 비어있다. 그렇다고 혁신도시 내의 상가가 불티나게 나가는 것도 아니다. 예전의 시내 중심가 상가는 수요가 공급을 뒤따르지 못했다면 지금은 그 반대인 것이다.

 혁신도시건설로 인해 인구가 늘어난 것은 분명한데 지역 경기는 바닥을 치고 있는 것 또한 기이 현상이다.

 균형 있는 도시발전으로 인해 분산된 탓일까? 시내 중심상가의 경기 활성화는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진주는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문화 도시이다.

 오는 10월에 개최되는 개천예술제, 남강유등축제 드라마 페스티벌 등 1년 내내 각종 행사가 끊이질 않을 정도로 크고 작은 행사가 줄을 잇는다.

 국화전시회, 국제농업박람회, 논개제, 임진 대첩제, 실크 박람회, 민속 소싸움 대회 등 문화의 향기로 도시를 가득 채운다.

 게다가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칠보화반의 꽃밥 진주비빔밥과 북평양 남진주의 진주냉면은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문화적 요소이기도 하다.

 이 같은 실정인데도 지역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는 연유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어렵다.

 11개 정부 기관이 진주로 옮겨온 후 지방세수는 크게 증가했다.

 지자체의 곳간은 풍성하고 시민과 직결된 대지와 집값은 상승했다. 점포는 비어있는 곳이 늘어나면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는 혁신도시건설로 인한 개발 방향을 산업경쟁력 확보 및 서부경남 산업의 동반 성장을 주도한다고 한 것은 잘못된 경제 좌표인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 2시가 되면 혁신도시 내 곳곳의 공터에 수십 대의 관광버스가 진을 친다. 11개 정부 공공기관에서 조기 퇴근하는 임직원들을 싣고 서울로 가는 버스다. 이들의 주소는 직장이 있는 진주가 아니고 서울인 것이다.

 가족들도 서울에 있음이 분명하다. 이들 3천998명의 임직원들이 주소를 진주로 옮긴다면 진주지역 경기가 조금이나마 회복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들 3천998명을 4인 가족으로 환산한다면 대략 1만 6천여 명의 진주 인구가 불어나는 셈이다. 그렇다면 ‘직장이 있는 곳에 주소지를 둬야 한다’는 입법 발의를 지역 국회의원들은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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