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4:30 (금)
여성 음주의 폐해
여성 음주의 폐해
  • 정영애
  • 승인 2017.07.20 2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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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애 금성주강㈜ 대표이사
 술꾼 하면 으레 남자를 연상하기 마련이지만 그건 옛말이다. 여권신장에 따라 여자 술꾼도 증가하고 있다. TV 술 광고는 예쁜 여성 연예인들의 독무대다. 요즘 한창 인기를 모으고 있는 모 여배우의 소주 광고를 보면 여성들도 음주유혹에 빠질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들이 전파매체를 통해 다반사로 일상화 됐다. 술에 취해 곤드레만드레 된 여친을 엎고 가는 흑기사(?)의 출현은 TV연속극의 단골 소재로 패러디 화 됐다. 가족들이 함께 보는 드라마나 연예프로에서 음주 장면의 지나친 노출이 음주를 부추기고 있다.

 의학계의 연구보고에 의하면 남자의 음주 적정량은 소주잔으로 2잔 반 여자는 1잔 반이라고 한다. 물론 연구기관에 따라 좀 더 많은 양으로 수치화한 보고도 있지만 의학계가 연구 보고한 수치대로라면 그 이상 마시면 주취상태로 진입한다고 볼 수 있다. 딱 한잔만이라고 받아 마신 술이 두 잔이 되고 오고가는 술잔 속에 정든다고 어느새 한 병을 마신다. 처음 한 잔은 쓰지만 자꾸 마시면 달달한 감주로 변한다. 사람이 술을 마시기 시작해 거나해지면 술이 술을 마신다. 그리고 종국에 가선 술이 사람을 마신다. 인사불성 고주망태가 되면 필름이 끊기는 상태까지 이른다. 1차 포장마차에서 시작된 술자리는 분위기에 따라 3차까지 가야 끝나기도 한다. 이렇게 시작된 음주습관은 결국 알코올 중독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돈으로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이나 대략적인 통계수치는 연간 24조가량 된다고 하니 엄청나다. 그러나 이 수치는 추측한 계수에 불과해 별 의미가 없다. 누가 신고하고 술 마시는가. 과음은 온갖 사회문제와 범죄 발생의 근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여성 성희롱으로 문제가 된 사건들을 보면 거의 술자리에서 발생했다. 직장인들의 회식 자리에서 상사가 부해직원을 성희롱했다가 평생 각고의 노력으로 인정받는 지위에 올랐던 사람들이 옷을 벗거나 고발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음주로 인한 폐해가 남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시대는 지났다. 자신도 모르게 술독에 빠져 알코올 중독자가 되는 여성들이 12년 새 두 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14도 미만의 저도수 주류가 양산 시판되면서 이제 여성들도 술 한 잔 못하면 팔불출(?)로 인식될 지경에 이르렀다.

 요즘 젊은 여성들의 음주가 특별하게 생각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됐다. 이로 인해 20~30대 알코올 의존증 환자 수가 여성 전체 환자 수의 35.4%로 남성(15.4)의 두 배가 넘는다고 한다. 이는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와 함께 직장생활에서 겪은 스트레스를 음주로 푸는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더구나 앞서 언급했듯이 20대 초반의 남녀 연예인을 기용한 술 광고가 젊은 여성들의 음주습관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우리처럼 젊은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술 광고가 흔치 않다. 보건당국이나 금주 단체에서 이를 강력히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주로 인한 각종 사건 사고 특히 여성 상대 범죄가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요즘 싱글족이 늘어나는 추세에 발맞춰 혼술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저도수 소주를 칵테일 바나 포장마차, 가정에서 혼자 마시는 여성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TV 드라마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40~50대 여성들이 빈집증후군에다 화병까지 겹쳐 집안 혼술을 즐기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알코올 중독에 빠져들고 있다고 한다. 답답하고 신경 쓰이는 일들로 잠 못 드는 밤이면 술 한잔해야 잠이 든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알코올 중독이 되는데 정작 자신은 그걸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더구나 남성우위의 사회적 통념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여자가 술을 마시는 것을 탐탐찮게 여기는 편견으로 인해 혼술족이 늘어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알코올 중독증상은 술독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과는 다르다고 한다. 퇴근 시간이 돼 귀가하지 않고 머뭇거리며 술 한잔하고 싶은 생각이 수시로 나는 사람은 이미 알코올 중독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담배를 끊지 못하는 금단현상과 같다는 것이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늘어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음주문화에 관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문제다. 인간관계에서 한국 사람들은 술이 필수다. 권하는 술을 사양하면 결례로 생각한다. 모든 뒷거래에 술은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그런데 여성의 경우 체내에 지방이 많고 수분이 적은 데다 알코올 탈수효소(ADH)등 해독에 필요한 물질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 술을 조금 마셔도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아져서 뇌가 오랜 시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중독에서 헤어나기 어렵다고 한다. 임산부의 경우 미칠 악영향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여성 알코올 중독자의 증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 고취와 보건복지당국의 각별한 관심과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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