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미국은 물론 한국과도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은 일관된 한반도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과는 1992년 수교 후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한반도의 비핵화, 대화와 협상에 의한 문제 해결 등 3원칙을 시종일관 견지해 오고 있다. 우리의 혈맹인 미국 역시 한미동맹이나 북핵 문제에 관한 대북정책은 변하지 않는다. 확고한 한미동맹의 바탕 위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북정책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은 핵과 ICBM으로 미국과 한반도 문제를 놓고 흥정을 벌이는 상황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미국이 북핵을 용납하지 않기 위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해 제아무리 발버둥 쳐도 중국도 북한을 통제하는 데는 한계를 보이면서 국제사회의 무력(無力)함만 드러냈다. 이번에 독일에서 개최된 G20 회의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북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공동성명도 채택하지 못했다.
이제 우리 스스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대해 정부와 국민 모두 보다 심각히 현실을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자칫하면 김정은의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 불장난에 장단 맞추다 허송세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취임 이후 첫 대북 제안을 했다. 북한이 핵 포기를 전제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 오히려 긴장 조성 반대와 6자회담 개최를 바라는 중국의 입장과 통하는 대북정책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설사 북한이 받아 들인다 해도 미국을 위시한 우리의 우방국과 갈등 소지가 있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이러한 대북정책은 국민 의견을 수렴한 상태에서 추진되지 않고 있으며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교수의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 소위 튀는 발언에 국민은 불안감과 정부의 대북방안이 도대체 뭣인지 아리송하다. 더 큰 문제는 대북정책에 대한 방안들이 우리 내부에서조차 여론 수렴이나 합의가 이뤄지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여야는 물론 정권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보수와 진보가 정권을 잡을 때마다 대북정책이 180도 바뀜으로써 통일정책이 나올 때마다 남북 갈등 못지않게 우리 내부의 갈등이 더 심한 이유다.
현 정부는 국내외적으로 심각한 여러 문제를 안고 출발했다. 특히 정부는 국민에게 대북정책에 대한 성과를 과시하고 싶은 욕망이 강할 것이다. 하지만 급하거든 둘러가라고 했다. 국가 안보와 통일 문제는 민족의 존립을 좌우하는 국가의 백년대계다. 대북정책이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안정을 위해 미래 지향적인 정책을 펼쳐야지 더 이상 집권세력의 과시적인 성과를 위한 전유물이 돼서는 곤란하다.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이 일관성 있게 유지되지 못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대북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우리 스스로 대북정책에 대한 신뢰상실과 국제적인 공조에 차질은 초래하지 않았는지 깊이 성찰해보고 대북정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통일정책 및 외교안보가 정권의 색깔 따라 잦은 변화는 멈춰야 할 때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독일 연설에서 오는 27일 정전(停戰) 협정 64주년을 기해 일체의 적대 행위를 상호 중단하자고 북에 제안했다. 우리 군이 북의 4차 핵실험 대응책으로 재개한 확성기 대북 방송을 먼저 중단하는 방안까지 거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북한 김정은이 이러한 문 대통령의 제의에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지만 북한이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당장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북한은 어떠한 행동을 해도 결국 자신들 뜻이 관철되니 김정은의 머릿속엔 미국과의 담판밖에 없고 한국은 그 담판에서 들러리 정도로 판단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제 수년 안에 미ㆍ북 담판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외교적인 해결의 문을 열어두되 어떠한 환상도 갖지 말고 군사와 정치적인 면에서 접근과 현실적 대안 검토도 필요하며, 특히 한미 동맹과 국제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