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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쁨 찾기
삶의 기쁨 찾기
  • 정창훈
  • 승인 2017.07.05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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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객원위원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총량의 기쁨과 행복을 찾았는지, 찾고는 있는지, 찾을 수는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런 고민과 생각마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스스로 자신에게 ‘나는 삶의 기쁨을 찾았나?’ ‘내 삶은 어떻게 평가될까?’ 하는 자문자답을 해보는 것이 시간 낭비일까.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이면서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의 저자 프랑수아 를로르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 자신을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 꾸뻬는 문득 자신 역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행복의 참된 의미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여행을 하고 책을 읽는 것의 공통점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보고 배우고 느낀다는 점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 또한 그 맥락을 같이 할 것이다. 여행은 책보다도 훨씬 더 생생한 배움의 즐거움을 준다. 매일 있는 장소, 매일 보는 사람과 모니터를 벗어나 미지의 곳에 대한 두려움에 도전할 때, 여행은 그 극복의 환희와 더불어 조금 더 멀리 그리고 정확한 시야를 가진 ‘나’를 만들어 줄 것이다.

 여행길에서 꾸뻬는 자기 수입의 열 배가 넘는 연봉을 받는 성공한 금융인 친구를 만난다. 생활이 풍족한 그 친구는 행복할 것이라 짐작했지만 일과 스트레스에 치여 조금도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다. 차라리 가정부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의 밝은 표정이 더 여유 있어 보였다. 돈이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꾸뻬는 이렇게 아프리카와 유럽 등을 차례로 여행하면서 행복에 대한 정의를 하나씩 채워나간다.

 세계를 여행하면서 꾸뻬는 끊임없이 주변을 관찰한다.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대화, 호텔 바의 웨이터, 경호원, 술집 여자, 행인들의 얼굴 등 사소한 것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한다. 꾸뻬가 자신의 수첩에 하나씩 기록하면서 깨달은 가장 커다란 행복의 비밀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다. 행복한 순간들이 모여서 삶 전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지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버티는 것은 어리석은 삶이라는 것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꾸뻬는 다시 일상을 이어간다. 그의 병원에는 너무 깊은 슬픔이나 큰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 정말로 불행한 사람들 또는 불행하지 않으면서도 불행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계속 찾아왔다. 여행에서 배운 것들을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이 이제 그의 몫이다. 꾸뻬는 병원을 찾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이 적힌 카드를 선물한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행복은 개인의 취향과 잣대에 따라 다르다. 물질적으로 풍족하고 넘쳐야 행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등 따뜻하고 배만 불러도 행복하다는 사람도 있다. ‘욕망을 버려라’라는 석가나 ‘작은 것에 만족하라’는 철학가 디오게네스는 거지와 다름이 없는데도 최고의 행복을 누렸다니 놀라운 일이다.

 인간에게 가장 큰 선물은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자기 자신에게 기회와 희망을 아낌없이 주는 일이다. 부모가 기대하는 효자로만 사는 자녀, 선생님이 좋아하는 모범생으로 공부하는 학생, 상사가 바라는 이상적인 부하로 일을 하는 직원, 사회가 원하는 등등 그래서 즐겁다면 당장은 좋겠지만 결국 문제가 생긴다. 언젠가 그런 인생은 자기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나 역시 꾸뻬와 함께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꾸뻬가 행복의 열쇠를 하나씩 찾을 때마다 같이 환호했다. 마치 꾸뻬 씨와 긴 세계 여행을 함께하는 기분이었다. 이 책 속에 행복에 대한 새로운 이론이나 대단한 비법이 담겨 있지는 않다. 읽고 있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공감이 가능한 내용이다. 어쩌면 주인공 꾸뻬 씨가 아닌 작가 프랑수아 를로르가 전하고 싶었던 말은 ‘행복은 스스로 찾았을 때 느낄 수 있다’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게 보내고 있습니까? 매일 땀을 흘리면서 허우적거리는 일상, 너무도 많이 빨리 변하는 세상, 스스로 만든 기계에 지배당하고 있는 세상, 또 다른 인간으로부터도 지배와 손아귀 안에서 맴돌고 있는 세상,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을 하면서 그 이상을 생각하기에는 언제나 역부족인 세상, 그저 먹고살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매일 하던 대로 부지런히 일을 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은 원래 마음먹은 대로 이뤄진다고 한다. 같은 환경이라도 내가 ‘즐겁다’라고 생각하면 즐거워지는 것이고 ‘지겹다’라고 생각하면 지겨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아이작 아시모프의 말처럼, 지금 이 순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몫임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인생의 모든 것들은 호기심과 재미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잠깐 가던 길에서 하던 일에서 멈추고 자신을 향해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바라보면 점점 더 내 모습을 밝게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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