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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과 새 정부 핵심정책 뭐가 다른가
4대강 사업과 새 정부 핵심정책 뭐가 다른가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7.07.02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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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4대강 사업을 시작할 때 당시 야당과 반대자들은 개발경제시대의 토목 경제적 발상이라며 비판했다. 자연을 대상으로 한 거대한 실험이라거나 세계 유례가 없는 검증 안 된 발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 많은 비판 중에서도 가장 따가운 부분은 대의민주주의의 원리를 무시했다는 절차적 하자와 함께 민선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는 어디까지냐 하는 본질적 의문의 제기였다. 몇몇 선거 참모와 캠프 싱크탱크에서 깊은 고민과 과학적 검증도 없이 졸속으로 만든 사업이라는 것이었다.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로, 국민이 뽑은 정부의 대표라는 이유로 대한민국의 자연을 마음대로 주물러도 되느냐는 것이었다. 절반이 넘는 국민이 반대하는데, 수질악화와 생태계 교란이 뻔한데,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4대강을 치적의 제물로 삼는 것은 5년짜리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원전정책, 공무원 증원 정책, 최저임금 1만 원 정책은 이런 본질적 의문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신규 원전 건설을 포기하는 것에서 나아가 건설 중인 원전을 중단하고 더 나아가 원전을 원천 폐기하는 일은 적어도 향후 수십 년간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과 관련되는 일이다. 원전기술의 사장과 관련 업계의 손실은 놔두고라도 국민들이 고스란히 안아야 할 전기값 폭등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할 문제다. 정권의 선택범위를 넘어선다. 말이 친환경 에너지로의 대체이지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매우 제한적인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이상론이 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공무원은 한번 채용하면 되돌리기 거의 불가능하다. 고용절벽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하지만 막대한 세금 출혈을 감내해야 한다. 증원해야 할 다른 합리적 이유를 찾기도 어렵다. 10만 명을 증원하면 추가비용이 해마다 줄잡아 5조 원은 된다. 다른 비용을 줄이면 된다고 하지만 말장난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가뜩이나 젊은 세대들의 선배세대에 대한 복지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두고두고 무거운 짐이 된다.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아 정부가 감원과 임금삭감, 복지후퇴를 추진하자 격렬히 저항했던 그리스 공무원들의 예는 남의 일만은 아니다.

 최저임금 1만 원 정책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민간영역의 가격 자율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물론 최저임금은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을 최소한으로 보장하는 필요한 정책이긴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 그 충격을 감당해야 하는 곳은 거의 대부분 영세 기업과 영세 소상공인들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 보장이라는 정책적 목표 달성에 집착해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의 희생에는 눈을 감는 문제를 안고 있다. 종기를 없애기 위해 환자의 상태는 돌아보지 않고 극약처방을 쓰는 꼴이다. 정권이 이래도 되는지 의문이다.

 원전정책,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1만 원은 4대강 사업보다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4대강 사업보다 더 깊은 고민과 고통스럽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는 문제다. 4대강 사업보다 더 혹독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사실 내가 뽑은 대통령이라고 해서 정부의 모든 행위에 백지 위임한 것은 아니다. 정부의 모든 정책이 국민의 대표성을 가지는 것도 아니다. 지지자들의 입맛에 맞는 코드 정책을 마음대로 밀어붙일 권한은 더더욱 없다. 오랫동안 영향을 미칠, 되돌리기 어려운 정책을 5년짜리 대통령이 국민적 합의 없이 밀어붙여도 좋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과거에는 정권이 정책을 마음대로 휘둘러도 통치행위라는 이유를 대면서 물러서곤 했지만 이제는 옛날이야기다. 대통령을 통치자라고 보는 시대는 지났다. 5년짜리 한시적 관리자일 뿐이라는 지적은 지금의 여당이 야당일 때 줄곧 해왔던 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 흔적 지우기에 골몰해서는 나라가 미래로 나아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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