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0:11 (금)
또 다른 여행
또 다른 여행
  • 김혜란
  • 승인 2017.06.28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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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 TBN ㆍ창원교통방송 진행자
 연휴와 휴가철, 명절이 되면 공항을 찾는 사람들이 철마다 그 숫자를 갱신한다. 올해 여름 휴가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겨울에 여름 휴가철 티켓을 사놓거나, 남들 다 가는 여름이 아니라 다른 철로 바꿔서 값싸게 해외여행을 다녀온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제 사람들은 낯선 곳으로 떠나는 일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축제처럼 즐긴다. 사실 외국 여행은 경제여건도 따라줘야 가능한 부분이 있어서 모든 국민이 다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물론 다양한 여행법이 있다. 풍경과 여가만 즐기는 것이 여행의 모든 것은 아니다. 최근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옛길 걷기와 지자체마다 몇 개씩 있는 트레킹 코스다.

 제주의 올레길은 그중 가장 성공한 경우다. 제주의 올레길을 개척한 사람은 기자 출신으로 얼마 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다. 산티아고 둘레길을 걷고 와서는 제주 올레길을 기획했고 제주 올레는 이제 세계적인 상품이 됐다. 사실 제주 올레길보다 지리산 둘레길 프로젝트가 먼저 시작됐다고 한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마다 둘레길 같은 트레킹 코스를 만들었지만, 제주 올레길이 처음 알려졌을 때는 다들 걷기만 해서 무슨 관광상품이 되겠냐고 했다. 하지만 ‘느리게 사는 삶’이 세계적인 삶의 형태로 이미 자리 잡은 상태이고, 올레길을 다시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지역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인정받았다.

 제주 올레길은 나무데크로 된 길이 없다. 새롭게 만드는 길이 아니라 이미 있었던 길을 찾아낸 것이다. 코스에는 반드시 마을도 있어서 사람들이 사는 풍경도 보게 한다. 지형과 지물을 보면서 옛사람들도 걸어갔을 길을 찾아낸 것이다. 바로 여기에 올레길과 옛길 걷기의 매력이 있다.

 제주 올레는 일본 규슈와 몽골에 올레길을 수출했다. 규슈 올레는 규슈에서 요청해서 만든 올레인데, 제주 올레와 정식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올레라는 이름을 쓰는 값을 지급한다. 지난 2012년에 시작됐고 19개 코스에 지금까지 한국인이 14만 명, 일본인이 8만 명 정도 걸었다고 한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급감한 한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규슈는 올레를 급히 수입한 셈이었다.

 몽골 올레는 제주 올레가 몽골에 가서 길을 낸 것이다. 지난 18일과 19일에 개장식이 있었다. 제주관광공사에서 작업비용을 대줘서 1년 동안 코스도 답사하고 몽골관광청과 협의 끝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몽골에는 트레킹 문화가 없고 몽골을 다녀가는 사람들은 알프스나 히말라야에서처럼 산세와 초원을 걷고 싶지만 트레킹 코스가 없어서 못 하는 사람들에 착안한 것이다. 프랜차이즈 수출도 하고 몽골 올레를 걸은 세계인들이 제주 올레도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될 것이다.

 가야사에 대한 가치 인정과 복원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여러 분야에서 가야를 돌아보고 새롭게 의미 부여할 것이다. 다들 재정이 허락돼야 가능한 영역이 많다고 한다. 이런 것은 어떨까. 큰돈 필요하지 않다. 가야 옛길을 지역민들이 개척해 보는 일이다. 물론, 지역에 옛길을 탐방하는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통합된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김해와 함안, 고령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관가야와 아라가야, 대가야를 아울러, 가야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지형과 지물을 안내표지 삼아 걸으며 선조들과는 물론, 자신과도 대화할 수 있는 길 하나 새롭게 만들어 볼 기회다. 다른 나라에 수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대국가의 역사 가치를 재발굴하려는 국가에 가능할 것이다. 베트남도 좋고 태국도 좋다. 꼭 쾌적한 환경에서만 인류가 산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해외여행 대신 기꺼이 가야 고분군을 트레킹 하려는 국민들이 있을 것이다. 비용 대비 그 의미와 가치는 산티아고 둘레길이나 제주올레길보다 못할 것 없지 싶다. 문제는 접근 시각이리라. 돈 많이 쓰는 쾌적하고 편안한 해외여행이 최고가 아니라, 조금은 불편하고 거칠어도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또 다른 가치가 있는 것처럼.

 파일럿이나 심화프로그램으로 나만의 걷기 코스를 개척하는 대회를 열어도 괜찮을 것이다. 같은 동네에 살아도 사람마다 가는 길이 다를 수 있다. 고개와 산 넘고 물 건너다니던 선조들은 그들만의 지름길도 있었다. 편리를 생각하면 거의 비슷한 길이 나오겠지만 나만의 이야기와 성찰의 동기를 생각하고 걷는다면 수많은 길이 나오지는 않을까. 이런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걷는 일이 일상이 돼야 하겠고, 시간도 있어야겠지만,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가능한 일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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