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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가뭄’ 10년 주기로 오고 있다
‘연속가뭄’ 10년 주기로 오고 있다
  • 송종복
  • 승인 2017.06.1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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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 (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가뭄을 일명 대한(大旱) 또는 한발(旱魃)이라 한다. 옛말에 ‘7년 대한에 비 오듯 하다’란 말이 있다. 이는 성경 <창세기>에 나오며 고대 이집트에 7년 동안이나 ‘연속가뭄’이 있었음을 말한다. <삼국사기>에는 고구려 13회, 백제 27회, 신라 59회의 ‘연속가뭄(2~3년)’이 있었다. 또 고려는 36회, 조선은 99회의 기록적 가뭄이 있었다. 그중 1670~1700년에는 두 번에 걸친 연속가뭄으로 각각 100만 명이나 죽은 대기근(大饑饉)이 있었다.

 진수의 <삼국지위지동이전>의 부여(夫餘) 조에는 가뭄이 심하면 왕을 교체했다. 당(唐)나라 시인 백거이의 시문에 ‘강남에 가뭄이 들어 구주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먹었다(是歲江南旱 衢州人食人)’라는 기록이 있다. 우리도 고려 말에 인상식(人相食)이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굶주림에 못 이겨 서로를 잡아먹고, 어린 자식은 차마 죽일 수 없어서 옆집 자식과 바꾸어 잡아먹었다는 설이 있다.

 7년 가뭄이 20C에도 발생했다. 1973년 아프리카의 일부 지역과 일본 동경에 큰 가뭄이 와서 주민들의 고통이 대단했다. 1974년에는 인도 서부지역에 100년 만에 7년 가뭄이 와서 2천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1981년 에티오피아의 가뭄으로 먹을 것이 없어 피골이 상접하고 눈망울만 껌뻑거리며 죽어가는 것을 TV로 방영됐다. 이 외에도 1976년의 영국, 1979년의 캐나다, 1988년의 미국과 중국, 1989년의 프랑스, 1990년도의 그리스와 유고슬라비아, 1992년도의 아프리카, 1998년도 미국에 극심한 가뭄이 들었다.

 극심한 가뭄이란 벼농사의 경우 5∼6월 파종기에 강수량이 600∼700㎜는 와야 하는데, 만약 그 양이 1/2 이하가 될 때 말한다. 우리의 경우 20세기에 제일 극심한 가뭄은 1904년과 1973년이다. 1904년에는 부산과 인천에 극심한 가뭄이 왔다. 이를 ‘왕가뭄’이라 했다. 1973년에는 연평균 강수량은 91㎜에 지나지 않았다.

 가뭄은 농작물의 피해를 가리키지만, 상수도나 공업용수의 부족, 발전능력의 저하 등 생활상과 상업상의 불이익도 넓은 뜻의 가뭄에 포함된다. ‘연속가뭄’은 10년에 한 번꼴로 오고 있다. 20세기의 연속가뭄을 보면 1927~29년, 1942~44년, 1957~59년, 1967~68년 1977~78년, 1981~82년, 1994~95년 등이다. 이외 5대 가뭄은 1959년, 1968년, 1974년, 1978년, 1982년이다.

 사람들은 평상시에 자기의 건강을 모른다. 그러나 병상에 누워보면 건강의 고마움을 안다. 현재 가뭄이 얼마나 무서운 줄 모른다. 오직 태풍, 화재, 지진, 전쟁만이 무섭다지만 이는 국소적이다. 고대의 4대 문명도 가뭄으로 망했다. 지난 1965년 인도의 ‘연속가뭄’으로 150만 명이 굶어 죽었다. 우리도 왕조시대에 가뭄이 오면 왕은 궁궐을 떠나 바깥에서 정무를 보고 기우제를 지냈다. 또 수라의 반찬 가짓수를 줄이는 등 수신제가부터 했던 때도 있다. 현실은 어떤가, 지난해 충청도를 기점으로 해 21세기에도 ‘연속가뭄’이 오고 있다. 현명한 군주는 치산치수(治山治水)라 하는데 4대강 사업은 치레거리로 만들었던가. 다가오는 ‘연속가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자연에만 탓할 것인지 위정자의 의지를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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