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4:54 (금)
경로효친 실천하는 추억의 예술단
경로효친 실천하는 추억의 예술단
  • 이태균
  • 승인 2017.06.19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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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균 칼럼니스트
 칠ㆍ팔십 대의 어르신들은 추억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되돌아보면 엊그제가 마치 이팔청춘 같았는데 유수 같은 세월은 주야장천(晝夜長川) 흘러가 칠순을 훌쩍 넘긴 지금 심신도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게 우리네 인생살이다. 칠ㆍ팔십 연세에 심신(心身)이 모두 건강하다면 복을 많이 타고나 최고의 행복한 삶을 누리면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리라.

 세간에서 효도는 인륜의 근본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우리의 가정이 핵가족으로 바뀌면서 현대화한 오늘날에는 자식이 어버이를 함께 모시고 살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기 때문에 이웃사촌이 부모ㆍ형제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 실감 나는 세상이다. 자식이 어버이에게 효도를 하고 싶어도 직장과 자녀들 교육 때문에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것이 서글픈 우리네 삶의 현주소다.

 우리 사회의 급속한 산업화와 핵가족화 때문에 자칫 소홀하며 지나치기 쉬움에도 경로효친 정신 하나로 뭉쳐 편안히 휴식할 곳 없는 어르신들께 추억에 젖는 전통가요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단체가 ‘추억의 예술단’으로 각박한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 예술단을 이끌고 있는 이현(본명 이연실) 예술단장은 많은 어르신들과 주위로부터 경로효친 정신을 몸소 실천해 칭송이 자자하다. 봉사에 대한 소감을 묻자 되레 쑥스러운 듯 말을 아꼈지만 그는 휴식공간이 마땅치 않은 어르신들이 일주일에 이틀만이라도 함께 모여 노래하면 어르신들이 정말 신나고 즐거워하신다며 봉사를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벌써 어르신들을 위해 예술단 봉사와 가수활동을 해온지도 15년이 지났으며 현재 ‘추억의 예술단’에는 순수한 봉사 정신으로 뭉친 단원들만도 30여 명에 달한다. 아마추어 봉사단체가 수없이 생겨났다가 불과 2~3년 만에 사라지기도 많이 하지만 이현 단장은 어르신들이 흘러간 옛 추억의 노래를 들으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에 반해 자신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추억의 예술단’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앞으로의 포부도 밝혔다.

 또한 이 예술단의 사회자이면서 대중가수로 15년간 활동 중인 이영숙 씨는 훤칠한 키에 빼어난 외모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한 창법으로 전통가요를 간드러지고 맛깔나게 불러 어르신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그녀는 이 예술단뿐만 아니라 여덟 군데의 요양병원도 찾아 오랜 세월 동안 병마와 싸우는 어르신들께 쾌차를 기원하며 위문공연의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면서 노래가 어르신들의 질병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감명을 받아 비록 심신은 피곤해도 봉사를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부처님은 미소 띤 상냥한 얼굴로 상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며 큰 보시를 베푸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영숙 씨는 곱고 아름다운 마음씨에다 천사와도 같은 미소뿐만 아니라 가능빈가와 같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까지 선사하고 있으니 그녀의 멋진 노래와 미소가 어르신들의 상처 난 심신을 힐링하는 특효약이 되지 않을까.

 이 예술단에는 86세의 연세에도 예술단 회장과 가수로 활동 중인 조병룡 옹은 자식들과 같은 단원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자신이 위문을 받아야 할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젊음을 과시하면서 흘러간 추억의 노래로써 어르신들께 즐거움을 나누고 있어 예술단 청일점으로 화제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세간에는 봉사를 핑계로 단체를 만들어 상업적인 수단으로 이용하는 곳이 많아 손가락질을 받기도 하지만, 추억의 예술단은 함께하는 어르신들이 마음껏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또 과자와 빵도 어르신들이 허기를 채울 수 있도록 무료로 나누고 있어 타 예술단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핵가족화가 가속화되면서 멀리 떨어져 살다 보면 부모ㆍ형제간 만남의 기회도 줄어들고 이웃 간에도 소통이 부족해 인정이 메말라 가는 요즘에 이현 단장과 이영숙 가수 등의 추억의 예술단 전 단원들이 몸소 실천하는 경로효친 정신을 보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경로효친 정신만큼은 살아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경로효친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은 쉽게 하지만 막상 봉사를 몸소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후원도 없으나 단원들의 자발적인 회비로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는 ‘추억의 예술단’이 더욱 많은 어르신들께 신명과 즐거움을 나누는 봉사단체로 발전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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