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말이 젊은 세대의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내로라하는 괜찮은 직장을 그만두고 제주도나 경치 좋은 시골로 떠나는 30~40대 워라밸 지향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장생활로 어느 정도 축적한 재산을 처분해 한적에 한 곳에 게스트 하우스를 지어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돈보다 일과 삶의 균형유지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비록 도회지에서 얻는 금전적 수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입이지만 부부가 같이 일하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사는 것에 더 만족을 느끼는 웰빙(Well Being)의 한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는 것 같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하다 보면 왜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회의감에 빠져든다. 정년이 있기는 하지만 부침이 심한 기업의 경우 언제 정리해고의 회오리바람이 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전전긍긍한다. 또한 외벌이로는 높은 도시생활비를 감당하기가 벅차 맞벌이를 하다 보니 육아 문제가 제일 큰 걸림돌이다. 물론 남자에게도 육아 휴직제도가 있고 예전에 비해 남성의 가사분담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 짊어진 가사와 육아의 짐은 남성보다 훨씬 무겁다. 직장생활에 쫓기다 보면 흔히 말하는 ‘저녁이 있는 삶’은 그림의 떡이다. 부부 한 쪽이 야근을 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아이들은 몇 개의 학원을 다니느라 저녁이 있는 균형 잡힌 삶은 언감생심이다.
이런 삶의 연속은 자칫 건강을 해치게 되고 종국에 가서는 가정의 평화와 안정마저 무너뜨리게 만든다. 요즘 TV나 신문지 상에 자주 보도되는 탈 도시화를 선택한 젊은 세대나 은퇴세대의 서울 엑소더서 사례를 보면 나름 괜찮아 보인다. 물론 큰 도시에서의 안락함이나 편리성은 떨어지겠지만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따뜻한 햇볕 속에서 자연을 호흡하면서 사는 삶이 부럽기도 하다.
최근 나온 통계에서 OECD 38개국 중 한국의 워라밸은 36위로 꼴찌 수준이다. 그야말로 워크홀릭(Workaholic: 일 중독) 상태로 일 속에 파묻혀 살고 있다는 증거이다.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50시간인 근로자가 23.1%로 이 또한 OECD 평균(13%)의 두 배나 된다. 그렇다고 많이 일한 만큼 소득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니 대도시에서의 삶은 팍팍하기 짝이 없다. 한편, 디지털 시대를 맞아 우리의 삶은 온갖 기기, 특히 스마트 폰에 중독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핸드폰과 한시도 떨어져서 살 수 없는 폰이라는 문명의 이기에 중독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폰 중독증은 그 도를 넘어서서 정신과적 치료를 필요로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어른들도 오십보백보다. 폰이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게 됐다. 따라서 이런 강박된 삶에서 벗어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로 소통하는 사람 냄새 나는 삶을 영위하고픈 사람들의 탈출구가 워라밸 적인 삶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과 삶이 균형점을 찾는 노력과 실천력이 뒤따라야만 한다. 탈 도시화든, 귀농 귀촌이든 길어진 수명만큼 인간다운 삶을 오래도록 누릴 수 있는 워라밸의 제고를 위한 시도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장자크 루소가 말했듯이 인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자연에의 회귀야말로 일과 삶이 균형을 유지하는 인간다운 삶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