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있는 사람이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뒤 따라 오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교훈 삼도록 남긴 ‘시’다. 오늘, 내가 내딛는 한발 한발 발자국들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듯, 내 삶의 여정인 하루하루도 가벼이 살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내 삶의 궤적이 누군가를 힘들게 할지도 모르기에, 누가 보지 않아도 바르게 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행보의 신선함도 지난 국정궤적과 달리한 것에 있다. 정상화 주장과는 달리 실상은 비정상적이란 결과에 분노, 특권과 이익에 우선한 기득권층에 대한 과감한 제동 등 가려움을 대신한 정책에 있다. 이 때문에 도는 새 정부의 정책수행과 도정에 전념해야 한다.
하지만, 바뀐 정권의 울림에 편승하려는 듯, 수장(首長) 없는 도정에 대한 일부 단체의 과한 주장과 행동이 잦다. 이 때문에 공복이라면, 시공을 뛰어넘어 경남도민을 위한 길을 걸어야 한다. 이 길의 상황이 어려워도 내년 지사 선출 때까지는 도민들에게 기대와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위기관리의 정석에 우선해야 한다.
경남도청 안팎의 상황이 녹록하지 않기에 전 직원들의 한목소리는 더욱 요구된다. 여당으로 바뀐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의 도정협력 실무기구 구성제안, 진보성향 시민단체 등은 도지사 권한대행 교체와 산하 단체장 사퇴요구 등 가능성에 앞서 논란을 부채질해 혼란스럽다. 이에 야당으로 바뀐 한국당은 “마치 점령군이라도 된 듯하다”며 ‘도정 흔들기’를 비판하고 나서는 등 주장이나 요구가 서로 뒤엎는 격이다.
따라서 진영논리와 경도된 시각에 우선, 소통보다 각자도생으로 비쳐져 도민들이 걱정해야 할 판이다. 또 특정한 단체주장도 지나칠 정도이며 도청이 온상인 양, 적폐청산 주장 등 도정에 대한 목소리가 보통 아니다.
오죽하면 ‘정치 논리로 덧씌워 경남 도정을 흔들려 하지 말라’는 입장까지 발표할까만, 수장 없는 도정을 향한 정당ㆍ사회단체 주장은 폭발적 증가 추세다. 이 와중에 내부에서조차 과거에 비견되는 지적, 온정주의에 비쳐질 정도의 건의, 잣대를 달리하거나 성과에 대한 평가나 제도에 대한 진단이나 검토 없는 성급함 등 여과 없는 노출도 드러나면서 도민들이 우려할 정도다. 물론, 민낯이 드러나는 것에 비해 빠른 개선이 조직이익에 우선한다 해도 특정인을 겨냥한 인격 훼손과 조직분열 등 또 다른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불합리성에 대한 지적도 도민 시선은 관성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실에 근거한 건의나 주장도 익명성에 기대려 한다면, 하책으로 비쳐질 수 있다. 개선할 사항이 있으면 공식 경로나 절차를 통해 주장을 펼치는 게 건강한 조직의 지름길이다. 분노를 삭이는 것이 지혜로운 것으로 인식되는 우리 사회에 대해 공개유언과도 같은 프랑스 93세 노(老)외교관 스테판 에셀의 ‘분노 신드롬’이 전 세계를 들썩였지만, 공복은 도민 정서와 함께해야 한다. 혹여 불이익을 우려 뒷전에서 빈정댄다면, 조직위상에 걸맞지 않고 내부 불만 표출이 과도한 단체주장과 뒤엉킬까 봐서다. 지사 부재 상황이 보선을 무산시킨 전 지사의 늑장사퇴 결과에도 권한대행의 퇴진을 요구한 한 정당인의 주장도 법치에 의해 온당치 않은 것으로 결론 났다.
물론, 검찰 결과에 앞서 직무유기ㆍ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당사자가 취하했다지만, 직무유기ㆍ직권남용 건은 고발취하와는 무관함을 감안할 때 읽히는 게 많다. 이 와중에 각계각층의 주장도 봇물 터질 듯하다. 도청 복도 농성이 잦고 음식까지 배달시키는 등 ‘복도 식당’으로 불릴 정도라면 주장이 아무리 타당하고 절박하다 해도 지나친 행동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수장이 없는 상황이라면, 전 직원은 도민 눈높이에 맞는 도정운용과 부끄럼 없는 처신에 더욱 우선해야 한다. 인도에서는 바빠도 돌아가거나 소가 일어나기를 기다린다지만, 비효율성에 빗댄 ‘신성한 암소’가 조직 내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 선한 말은 피스 메이커(peace maker)가 돼 화평을 이끌지만 막말, 악한 말은 피스 메이커(piece maker)가 돼 분열과 분쟁을 만들 뿐이다.
이 때문에 ‘말’로 인해 분노가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함께하려는 대화가 요구된다. 역사가 거울이라지만, 실익 없는 과거사나 지난 처신에 앞선 비판보다는 변화의 출발을 기대한다. 이를 통해 미래 경남이 담보되는 신선한 훈풍이 거세게 불어 각자도생하려는 주장의 혼탁함도 확, 쓸어가길 바란다. 서산대사의 선시 답설(踏雪)이 경남 상황을 예견한 듯, 허튼 걸음을 걷지 않기 위해서는 모두가 한 번쯤 뒤를 돌아봄직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