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9:28 (목)
진짜 정의로움
진짜 정의로움
  • 김혜란
  • 승인 2017.06.14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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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 TBN ㆍ창원교통방송 진행자
 도덕 시간에 배운 대로 살다가 세상 모르는 어수룩한 사람 취급받은 경우가 있을 것이다. 남부터 챙기고 남의 부탁 들어주면서 정작 자기 자신은 챙기지 못하고 바보란 뒷담화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대중을 위한 심리학책에 나오는 ‘착한 사람 증후군’의 대표적인 경우다. 반면 착한 척하면서 자기 이익을 확실히 챙기는 사람은 노력 대비 훨씬 이 사회가 말하는 성공의 가도에 올라가 있는 것 같다. 흔히 영리하게 살아서 성공한 사람들이 이들이다.

 우리는 그동안 착하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다. 사실은 진짜로 착한 것은 안 되고 그냥 착해 보이려고만 살아왔던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또한 그렇게 사는 이들을 부러워하고 그들처럼 살려고 애썼던 부분이 많았다. 자칫 착하게만 살아서 자기 밥그릇도 못 챙기고 가족을 굶기는 인간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았다.

 청문회에 올라온 많은 고위 공직자 후보들을 본다.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내놓은 ‘고위 공직자 인사 배제 5대 원칙’은 진짜 착하게 살아온 사람들만 통과할 수 있는 원칙이다. 말하자면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이 말했던 정의로운 사람들만 통과 가능하게 보인다. 착한 척하며 자기 잇속 챙기며 살아왔거나, 성공을 지상 목표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추구하며 산 사람들은 넘기가 힘든 원칙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자신들이 노력을 통해 얻은 정보와 지식으로 영리한(?) 타인들이 다 하는 방법으로 토지도 사고 논문 표절도 하고 위장전입도, 재산증식도 했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성(性)에 대한 가치관을 글로 표현했거나, 시대를 앞서가는 조국 관을 자식들에게 피력한 후보자와 이미 임명된 자들이 있다. 정의 자체보다 정의롭게 보이도록 살아온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지금 시험대에 오른 것은 아닐까.

 정치는 꼭 정의로운 사람만 해야 하는지 묻는 사람이 있다. 능력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 정권 때 수많은 후보자들을 그런 잣대로 낙마시켰던 적이 있다. 위장전입을 한 이유가 재산증식이 아니고 자식 교육을 위해서였다고 해도 어쨌거나 어긋나는 것은 마찬가지다. 5대 원칙의 새로운 기준을 다시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일부 야당은 거품을 문다. ‘내로남불’이냐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감수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학교 다닐 때 도덕시험점수가 좋지 않았다. 수돗가의 수도꼭지가 누구 것이냐고 묻는 문제에 ‘모두의 것’이 아니라 ‘내 것’이라는 번호에 동그라미 쳤다가 선생님께 혼이 났다. 체육 시간 수업을 마치고 교실로 들어갈 때 어떻게 가야 하느냐는 문제에 ‘그냥 빨리 뛰어간다’고 속으로는 생각했지만, 정답을 맞히기 위해 ‘친구에게 양보하며 간다’에 동그라미 쳤다. 착한 척하기 시작한 지 꽤 오래됐다. 도덕 시간에 배운 사회의 규칙이나 도덕적인 규범들은 지금 생각하면 잘못된 것이 없었다. 하나같이 옳았다. 그런데도 우리의 도덕성, 정의로움에 대한 가치가 왜 이 모양일까. 수업과 글과 시험지로 관념만 배우고 이미지만 알았지, 그 가치에 대한 실천과 행동을 깊이 배우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남에게도 착하고 내게도 착해야 진짜 착한 사람이고 진짜 정의다. 온갖 매스미디어와 SNS에는 진짜인 척하는, 정의로운 척하는, 착한 척하는 삶들의 이야기가 돌아다닌다.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절대적인 진짜 정의와 착함이 오히려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가짜 정의와 착한 척하는 것이 칼같이 찾아진다. 이제 세상의 사랑도 받고 돈도 벌고 싶다면 진짜 착하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결론이다. 털어서 먼지 나면 안된다.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을 잘 안다. 자신이 정의로운 척, 착한 척만 했던 사람인지 돌아봐야 한다.

 착하면서도 자신과 주변의 이익을 챙길 수는 정녕 없을까. 공직자 후보자들의 삶은 어떨지 몰라도, 깨달음이 있는 국민들과 아직 때가 늦지 않은 청년들에게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의 말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남뿐만 아니라 내게도 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내 보호자가 돼서 내가 착한 척하거나 정의로운 척만 한다면 혼내주고, 좋은 부모가 돼 나무라고 벌도 세우라고 말한다. 나를 객관화해서 지켜보고 사랑과 관심으로 정의와 착함을 놓치지 않도록, 혼도 내고 아껴 주면서 더 철저히 정의로워지고 착하게 살도록 하라고 권한다. 우리는 왜 정의롭게 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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