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4:45 (토)
대통령은 인사로 말한다
대통령은 인사로 말한다
  • 원종하
  • 승인 2017.06.14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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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하 인제대 산업융합대학원 의료관광산업학과 주임교수 금연교육연구소 소장
 문재인 정부에서 일할 장ㆍ차관 인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최근 매주 수요일은 마치 인사청문회가 시리즈처럼 보도되고 있는데 여야 간 서로 입장 차이만을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는 청문회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별 감흥이 없어 보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임명을 두고 앞으로 여야 간의 대립적 상황은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금쪽같은데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지 않느냐”는 청와대와 “대통령이 직접 후보 시절에 언급한 5대 불가론을 지켜라”하고 대립하는 것을 볼 때 야당과의 협치는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정부는 위장 전입,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 논문표절 배제의 인사배제 5대 원칙에 발목이 잡혀 있고, 정치권은 그 원칙에 또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누구의 말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정부는 국민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하고 정치권 역시 국민들을 대신해 적임자인가를 검증하는 역할을 충실해 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평행선을 계속 달리다 보면 추경예산안 역시 목적보다는 과정의 문제로 난관에 부딪히게 되고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잠시 숨 고르기를 한번 해보면 어떨까? 현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상황론적 입장과 국민 수요적 관점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놓고 성찰해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칙을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상황이 바뀌게 되면 그 상황에 맞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 역시 지도자가 해야 할 임무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상황이 바뀌었는데 언제까지 과거의 발언에 매몰돼 원칙만을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은가. 대통령 역시 말과 행동이 달리지게 됐을 때에는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이해를 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야당을 끌어안으려는 적극적인 포용 행보도 전제돼야 한다.

 인사의 최고 성공 요인은 국민들의 암묵적 동의하에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인재를 제대로 된 곳에 배치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직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이 필요하다.

 어느 정권에서도 인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인물을 찾지 않아서 실패한 사례가 많다. 소위 논공행상 인사, 권력자와 가까운 사람끼리 끼리끼리의 인사, 코드인사, 낙하산 인사로 규정되는 그런 종류의 인사는 결국 참사를 불러오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인사의 첫째 관건은 누구냐가 아니고 어떤 사람이 필요한가이다. 결국 저 사람 밖에 없을까 하는 말들이 국민들 입에서 나온 인사는 성공하기가 어렵다.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 검증을 하겠지만 직무가 가지고 있는 특성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개인의 교육 정도, 경험, 과거의 행적과 판단했던 사례, 커뮤니케이션 스킬, 정서적 특성과 인성 등을 종합해 정책결정권자가 최종적으로 판단해 선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완벽한 시스템을 가지고 검증을 했다 해도 학식, 재능, 덕망 세 가지를 모두 가진 무결점 인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그것은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이다. 설령 청와대에서 낙점을 했다 해도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을 거쳐야 하기에 한 사람을 쓰기 위한 과정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하나의 잘못을 가지고 전체의 인격에 흠결이 있는 것으로 몰고 가는 것은 현재의 기준에서 과거를 너무나 혹독하게 재단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국민의 상식을 넘어선 불법적인 행적을 눈감아주자는 것은 곤란하다. 정권 초기에 어떤 정권도 자기 사람을 쓰고 싶고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모든 행정에 반영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인사가 만사(萬事)라 했으나 잘못하면 일을 그르치는 망사(亡事)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시민의 힘으로 탄생한 정부이니만큼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마음을 올바로 읽은 인사를 통해 일로서 정면 돌파해 나간다면 성공한 정부를 만드는 역사를 써 내려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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