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5:36 (목)
되풀이되는 청문회 한풀이
되풀이되는 청문회 한풀이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7.06.08 1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문회에서 여야가 바뀌었을 뿐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정상과 비정상은 관점의 차이라는 지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 류한열 편집부국장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공직자는 청문회를 거쳐야 높은 자리에 앉을 수 있다. 국회법 제65조에 보면 청문회 대상자가 나온다. 지금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혼쭐이 나고 있다. 새 정부가 내세운 고위 공직자 후보는 이전 정부 후보와는 다를 줄 알았다. 지금까지 숱한 학습효과가 쌓여서 웬만하면 흠 없는 후보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처음 총리 후보를 봤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 청문회에 나오는 장관 후보와 헌법재판소장 후보 등을 보면 외줄 타는 곡예가 연상된다. 청문회장에서 위장전입은 워낙 자주 듣는 메뉴라 식상하고 세금 탈루도 예전처럼 특별한 맛이 없다.

 잘못 임명하면 뒤탈이 심각하다. 그래서 청문위원들은 후보자들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청문회가 열리면 온갖 의혹이 춤춘다. 청문위원에 찍힌 후보는 낙마한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지금까지 청문회 잣대는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때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그 당시 농지법 위반과 주택법 위반뿐 아니라 부동산 투기 혐의를 받았지만 당당히 청문회를 뛰어넘었다. 하지만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는 위장전입과 아들 이중국적 문제로 청문회 문턱에서 좌절했다. 비슷한 의혹을 받아도 다른 결과가 많았다. 법이 물렁한 탓인지, 청문위원에게 미운털이 박히면 미끄러지는지 모를 일이다. 청문회 통과를 할 수 있는 가장 수월한 방법은 현직 국회의원 신분을 내세우면 된다. 청문회장에서는 여야를 넘어 제 식구 챙기기가 통하는 법이다.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두고 여야가 벌이는 공방이 가관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야당이 1∼2명 낙마시켜 체면을 세우려 한다고 꼬집었다. 야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국정 안정에 협력하는 것이 국민한테 박수받을 수 있다고 훈수를 뒀다. 이는 야당이 고분고분해야 국민의 눈 밖에 나지 않는다는 품격 없는 말이다. 야당은 끊임없이 몰아붙이며 본때를 보여줄 태세다. 반대 위한 반대가 나오기도 하고 몇 가지 과실을 너무 부풀려 부적격자로 낙인을 찍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인사청문회가 검증의 자리가 아니고 무슨 한풀이 자리라고 착각하기 딱 좋다.

 공적 기관 가운데 국회는 신뢰도ㆍ청렴도가 꼴찌다. 정치인이 말을 함부로 하고 뒤집기 잘하는 실력은 모두가 인정한다. 지금 이런 분들이 청문회장에서 야당을 맡아 호통을 치고 여당을 맡아 방어하기 바쁘다. 몇 차례 격돌하다 정치적 합의라는 모양새를 취할 공산이 크다. “고위 공직자 후보가 무슨 도덕군자(道德君子)도 아니고….” 제대로 잣대를 대면 누가 아무 탈 없이 청문회 문턱을 넘을까. 열 받는 국민들은 이런 말을 위안거리로 삼아야 한다. “누가 누구를 검증한단 말인가”라는 자조 섞인 웃음이 그나마 청문회 기간을 지내기 위해 몸보신하는 ‘보약’이 된다. 앞으로 이런 청문회를 계속 봐야 하는 국민들은 스트레스를 무지 받을 수밖에 없다.

 청문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바뀌었을 뿐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정상과 비정상은 관점의 차이라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새 정부에서 협치를 강조한 이유를 알 듯하다. 결국 정치는 협치가 중요하기 때문에 여야가 한 발짝씩 물러서면 길이 보인다. 원칙보다는 좋은 게 좋다는 이상한 협치가 이름값을 할 게 분명하다. 정치의 협치는 원칙이 통하지 않을 때 필요한 도구인지 모른다. 제대로 원칙을 지키며 협치를 하면 정치의 수레바퀴가 안 돌아갈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을 치른 후 새 정부가 바로 들어서 인사 검증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변명도 설득력이 없다. 어떤 인물을 청문회에 세워도 여러 잡음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그들이 도덕군자가 아닌 이상.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 우리 사회의 왜곡된 가치관이 버젓이 있는 한, 청문회 단골로 나오는 위장전입, 세금탈루 같은 걸림돌을 제거하기 힘들다.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저러면서 꼭 고위 공직자가 되고 싶을까”라는 푸념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답답하다. 예전에 아무런 문제가 안 되든 게 지금 와서 탈을 일으킨다는 말을 들어도 씁쓸할 뿐이다. 청문회에서 신상털기를 당해도 “저런 숨겨진 보석 같은 인물이 있었다니…”라는 감탄사를 듣고 싶다. (편집부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