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0:40 (금)
국가 정책의 현실성
국가 정책의 현실성
  • 경남매일
  • 승인 2017.06.08 1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유갑 (사)지효청소년인성교육원 이사장ㆍ전 경남도의원ㆍ심리학박사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6월이다. 이 계절에는 장미꽃도 화사하지만, 노란 달맞이꽃도 피어나고 여름을 대표하는 수국과 석류꽃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심한 가뭄 때문에 농부들의 마음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오늘이라도 하늘에서 시원스런 빗줄기가 쏟아져 내려서 주름진 이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가득하기를 빌어본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조금씩 나라 전체에 활기가 돌고 있는 것 같다. 지난 정부의 바람직한 정책들은 이어가고, 부적합하거나 실효성이 떨어진 정책은 과감하게 수정하고 개혁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정책을 새로이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정책의 현실성에 대한 판단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흔히 말해서 이상적인 생각과 현실적인 결과의 괴리를 신중하게 거듭 따져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로빈 후드 효과(Robin Hood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이 말은 경제에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다소 무리한 방식으로 부를 재분배할 경우에 오히려 전체적으로 사회적인 부가 축소되고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13세기 무렵 잉글랜드의 법이 미치지 못하는 셔우드 숲에서 로빈 후드가 여러 도적의 무리들과 함께 살면서 부자들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의적 활동을 했다. 로빈 후드 일당이 나눠 주는 돈을 받은 이들은 환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자들은 자신의 재물을 챙겨서 다른 나라로 가버림으로써 잉글랜드 국가 전체의 경제는 위축되고 가난한 이들은 더 살기가 어려워졌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예처럼 서민 다수를 위해 국가가 내놓은 선의의 정책이 오히려 서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더 해를 끼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른바 탁상공론의 전형(典刑)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반향이 큰 정책일수록 성급하게 시행하려고 하기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 검토하고, 실제 상황에서 시뮬레이션(Simulation)해 본 실증적인 결과를 기초로 해 최종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고 정도일 것이다. 빨리 빨리도 좋지만, 때로는 느리게 가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정책 담당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고려 사항은 시의적절성(時宜適切性)이다. 즉, 정책은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국가의 정책에는 우선순위가 있게 마련이고, 시행 과정에서의 완급조절이 필수적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때를 놓치면 아무런 소용이 없듯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려면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려야 한다.

 다소 진보적인 정책의 시행에는 기득권의 저항이 뒤따르기 마련이므로 정책을 수립한 사람들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 우선, 일정한 시간 동안 공론화의 과정을 충분히 거쳐 가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정책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조금씩 알려가면서 설득하고, 동시에 우호적인 학자나 언론들을 통해 정책의 당위성과 함께 이 정책의 시행을 통해 일반 국민들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알도록 해줘야 할 것이다.

 사회가 순조롭게 발전해가기 위해서는 노인과 장년과 청년들 즉, 노장청(老壯靑)의 조화가 필요하듯이 건강한 나라를 세워가기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의 견제와 균형이 필수적이다. 지금은 다수의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다소 앞서가는 정책도 시간이 흐르면서 대중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세상의 순리이다.

 현재 국민들의 큰 성원을 받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정부는 너무 서두르지 말고, 온몸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려고 애썼던 노무현 정부의 공과를 거울삼아서 나라와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정책들을 반드시 성공적으로 이끌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