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1:22 (토)
"발 빠른 경찰 덕분 신혼여행 가요"
"발 빠른 경찰 덕분 신혼여행 가요"
  • 김용구 기자
  • 승인 2017.06.07 2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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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4천만원 도난 하루만에 되찾아 신랑 신부 감사 표현
 "결혼식 축의금 4천만 원을 몽땅 도둑맞았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지난 4일 오후 1시 45분께 김해중부경찰서 112종합상황실에 A(31)씨가 다급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

 이날 오후 1시께 결혼식을 치른 신랑 B(39)씨의 막내 동생인 A씨는 "가족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친구에게 돈봉투가 든 종이가방을 맡긴 사이 삼촌을 가장한 누군가 가져갔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한 중년 남성이 A씨 친구에게 접근해 `A씨 삼촌인데 축의금을 가져오라고 한다`며 돈가방을 가로채 간 것이다.

 신고를 접수하고 즉각 김해시 부원동에 있는 예식장으로 출동한 김해중부경찰서 형사계 4팀은 안타까운 사연을 접했다.

 김지곤 4팀장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아내를 위해 마련한 결혼식이었다. 축의금이 사라져 신혼여행도 가지 못하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찰은 먼저 하객들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펼치는 한편, 예식장 폐쇄회로(CC)TV 분석에 나섰다.

 CCTV 녹화분에는 오후 1시 30분께 벌어진 이 남성의 범행 장면은 물론 40여 분가량 예식장 주변을 서성이며 호시탐탐 범행 기회를 엿보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경찰은 주변 CCTV를 모조리 뒤져 이 남성이 타고 나간 검은색 승용차를 쫓기 시작했다. 한 자리에 설치된 여러 CCTV를 통해 다각도에서 분석을 해야 했기에 끈기가 요구되는 작업이었다. 시간은 흘러 다음날이 됐지만 여전히 추적은 계속됐다.

 10시간쯤 지났을까. 다음날 새벽 경찰은 해당 차량이 김해시 장유동 한 여관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통상 오전 9시에 근무교대가 이뤄지지만 형사4팀은 휴식도 반납한 채 해당 여관 주변에 잠복했다.

 결국 이들은 사건 발생 만 하루 만인 5일 오후 2시께 범인인 C(53)씨를 검거했다. 창원 성주동에 사는 회사원 C씨는 "주식투자로 생긴 빚 5억 원을 갚기 힘들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장유동 여관은 훔친 돈을 숨기기 위한 은신처였다. 경찰은 지난 6일 절도 혐의로 C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도난당한 4천100여만 원 가운데 C씨가 의류 구매에 사용한 30여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4천70여만 원은 무사히 B씨에게 전달됐다. B씨 부부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경찰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들은 계획보다 이틀 늦기는 했지만 6일 무사히 신혼여행 길에 올랐다.

 김 4팀장은 "피해자의 마음이 어떨까 싶어 퇴근도 못 하고 수사를 했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라며 "최근 축의금을 노리는 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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