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깨어 있는 국민
기록에 깨어 있는 국민
  • 김혜란
  • 승인 2017.06.07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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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 TBN ㆍ창원교통방송 진행자
 올해 초 함안에 있는 성산산성에서 목간의 새로운 기록이 확인됐다. 아라가야 멸망 직후 막 신라가 관제를 정비해서 통치를 시작할 무렵이었다는 설과 그보다 늦게 나온 기록이라는 설이 있다. 시기와는 상관없이 지방에 있는 관리들을 신라 중앙정부에서 통솔한 흔적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종이가 발명되기 전 기록을 위한 종이였던 목간인데, 성산산성에서 발견된 목간은 관리들 자신이 행정을 수행할 때 제대로 못 한 것을 반성하고 기록해서 정부에 올리려고 한 형식으로 기록돼 있다. 1천500년을 견디고 등장한 목간 속 지방관리들의 반성문이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새 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여지만 아주 오래된 느낌이다. 그동안 산적해 있던 문제들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리라. 국정농단으로 인한 현직 대통령 탄핵으로 탄생한 새 정부는 적폐청산을 목표 중 하나로 잡았다. 당연한 목표다. 적폐를 정리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국가적으로 힘든 일들이 반복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답답한 사실은 적폐가 무엇인지 몰라서라도 처리할 수 없을 일들이 생각보다 많을 것이라는 예감이다.

 이전 정부의 청와대는 국정농단사태로 촛불 집회가 한창이던 중 서류파쇄기만 해도 수십 대를 구입했다는 증언이 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워지지 않는 의문이 있다. 대체 파쇄기로 얼마나 많은 기록을 없앴을까. 새 정부의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다. 이전 정부의 누군가가 말해준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새 정부에게 전달한 문서가 청와대 운용 매뉴얼이라고도 볼 수 없고 기록이라고도 할 수 없는 참담(?)한 것이었다고 관계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파쇄기에서 사라진 수많은 기록들이 국가안보에 준하는 기록이었음을 떠올리기가 어렵지 않다. 이전 정부들도 그랬다고 하지만, 국정농단으로 파탄 난 정부라, 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대통령 관련 기록들은 일찌감치 대통령기록관에 봉인돼 30년 동안 볼 수 없다. 물론 그 기록조차 믿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새 정부 들어 각 부처에서는 각종 회동을 통해 보고와 보고서를 냈다고 알고 있다. 어떤 부서는 4년여 동안 엄청난 예산을 쓴 것으로 온 국민이 알고 있는데도, 공은 몰라도 과에 대한 기록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기록은 역사이다. 역사에 무관심한 국민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기록을 없앤다는 것은 나라의 역사와 미래를 없애는 일일 수 있다. 국민을 위해 세금으로 운영한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않는 부처나 관리가 있다면 그들은 국민의 적이다.

 최근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드 관련 내용에 누락된 부분이 있어 심각한 안보 농단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충격을 받았다고까지 표현했지만,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등의 국익을 의식해선지 규모를 축소해서 갈무리하는 분위기다. 쉽지 않은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렇게 쉽게 마무리할 사안이 아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익에 위배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해도, 군과 미국이 아는데 새 국군 통수권자가 몰라도 되는 사안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새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국가의 중대한 안보에 대한 보고와 기록 누락이나 축소문제와 함께, 재빠르게 덮는 듯한 처리는 길게 보면 미래를 위한 기회를 포기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역사의 중요한 기록을 놓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기록과 정부의 각 부처 보고와 문서는 예전으로 치면 사초(史草)에 해당한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도 요즘 읽고 배우는 `조선왕조실록`은 이런 왕실의 기록들에 관한 사초를 기본으로 만들어졌다. 왕들을 중심으로 한 기록만이어서 씁쓸하기도 하지만, 사관들이 목에 칼이 들어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임금이 볼 수 없도록 기록을 관리했다는 뒷이야기가 그나마 위안이 된다.

 현시대 대한민국의 역사 기록은 어떻게 될까. 30년 후 볼 수 있다지만, 대통령관에 봉인된 기록을 보지 못해서 혹시라도 국민이 힘들어지거나 통수권자들이 잘못 판단하는 일은 없을까. 그것이야말로 진짜 국익에 관련되는 중요한 일일 수 있다. 지금 현재 국익에 위배된다고 묻어버리는 기록들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역사에 무관심한 국민에게 미래는 없다. 새 정부에 새 국민은 역사의 기록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깨어 있는 국민`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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