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도서관에서 만나요!
엄마, 도서관에서 만나요!
  • 김금옥
  • 승인 2017.06.0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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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금옥 진해냉천중학교 교장
 “우리 같이 도서관에 한번 가볼까?” 점심식사를 마치고 교장실 앞 화단에서 지절거리는 여학생들에게 말을 건넸다. 도서관에 가자는 말에 방실방실 웃으면서도 엉덩이를 뒤로 빼는 그들에게 “책이 1천권이나 들어왔어. 재미있는 책도 많아”라고 속삭이자, “무슨 책이 들어왔는데요?”라며 호기심을 가지고 따라온다.

 사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곳은 신설학교라 도서관 서가가 비어 있었다. 예산을 편성해 책을 구입했지만 전교생 손에 책 한 권씩을 들리고 나니 대출 권수를 제한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고민 끝에 진해도서관에 전화를 걸었다. 진해도서관에서는 흔쾌히 대출을 약속했고, 어제 그곳에서 1천권의 책을 옮겨오게 됐다. 아침 일찍부터 선생님들과 손을 합해 책을 분류했고, 점심식사 전에 서가 정리를 마쳤던 것이다.

 서가에 꽂힌 책들을 점검하다 보니 ‘로마제국 쇠망사’가 나왔다. 서문에는 윈스턴 처칠의 장엄한 명구에 영감을 줬던 책이며, 영국의 수상 클레멘트 R. 애틀리도 두 번이나 읽었다고 적혀 있었다.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도서관으로 유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적인 지도자들이 읽은 책들을 우리 학생들에게도 읽히고 싶기 때문이다.

 경남도교육연수원에서 개설된 사이버 연수 ‘책이 인재를 만든다. 명문가 독서교육의 비밀’에서 강사 최효찬 씨는 세계 명문가들이 자녀교육에서 가장 중시한 것이 독서교육이었다고 말한다. 빌 게이츠조차 컴퓨터보다 책을 더 가까이했다고 한다. 명문가의 독서교육은 한 세대와 다음 세대의 공동 작업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부모나 조부모가 일군 독서문화의 토양 위에서, 암송과 토론 그리고 일기 쓰기는 명문가 자녀들의 일상이었다. 미국의 제32대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스벨트의 부인인 엘리너 루스벨트는 시와 신약성경을 프랑스어로 즐겨 암송했는데 암송은 생각의 살이 됐다고 한다. 헤르만 헤세에게는 15살 때부터 평생 일기를 쓴 어머니와 산책길에서 괴테의 시를 들려줬던 아버지가 문학적 토양이 됐다. 톨스토이의 63년간의 일기 쓰기 습관은 자녀들에게도 대물림 됐고 ‘안나 카레니나’, ‘부활’ 같은 불후의 명작을 탄생시켰다. 옥중에 있었던 인도의 네루 총리와 유배지에 있었던 다산 정약용은 각각 편지로 자녀에게 독서 교육을 실시했다.

 본교는 학생독서 프로그램은 물론, ‘엄마! 도서관에서 만나요’라는 기치를 걸고 학부모 독서동아리 활동을 이미 시작했다.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학부모는 명문 교육을 위한 공동운영자가 돼줄 것이기 때문이다. 작은 도서관이지만 우리는 앞으로 아이들의 영혼을 밝히고 꿈을 키워줄 좋은 책들로 도서관을 채워갈 것이다. 400권의 기부도서가 전부인 앤더스 대령의 도서관이 강철왕 카네기를 키워냈다고 들었다. 우리 도서관에서 미래의 지도자나 세계적인 인물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선뜻 책을 대출해 준 진해도서관과 책을 옮기는데 고생한 교직원들이 더없이 고마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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