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00:32 (수)
어느 비정규직 자살이 던진 파문
어느 비정규직 자살이 던진 파문
  • 김용구 기자
  • 승인 2017.06.01 2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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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런파크 부경 말 마사지사 죽음 다단계 착취 구조 정치권 잇단 비판
▲ 지난달 31일 김해시내 한 도로변에서 경남ㆍ부산지역 마필관리사들이 한국마사회의 직접 고용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서 있다.
 ‘국내 1호’ 말 마사지사로 알려진 박경근(38)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가운데 경남ㆍ부산지역 마필관리사들이 열악한 처우 문제를 제기하며 극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주에게 위탁받은 조교사가 다시 고용하는 형태의 ‘비정규직’인 이들은 고용승계 불안, 정규직보다 낮은 급여, 비인격적 대우, 노조 탄압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 중이다.

 마사회가 직접 고용을 통해 이런 ‘다단계 착취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또다른 죽음을 부를 수도 있다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고(故) 박경근 조합원 명예회복, 노조탄압 분쇄, 마사회 착취구조 중단 대책위원회’ 회원 30여 명은 1일 오후 7시 30분께 김해시 부원동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박씨 빈소 앞에서 마사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대책위에는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등 노동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대책위는 “하청ㆍ재하청으로 인한 불안한 고용구조, 불투명한 임금공개, 부당한 노동탄압 등 마사회가 만들어낸 구조적인 문제가 결국 박 관리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마주는 조교사에게 경주마를 위탁하고 조교사는 또 다시 기수ㆍ마필관리사를 고용하는 구조로 조교사도 경마를 통해 상금을 얻는 사업자일 뿐 모든 노동조건은 마사회가 정한 기준에 따른다. 이것은 명백한 다단계 착취 구조”라며 마사회를 상대로 직접 고용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이날부터 매일 해당 빈소뿐만 아니라 마사회 부산동구지사 앞에서도 1인시위와 선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도 마사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마사회는 고용승인권을 가지고 있어 채용에 관여하고 있다”며 “마사회의 다단계 하청구조는 비인간적인 착취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선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도 이번 사망 사건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마필관리사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마사회 측은 “승부조작을 막기 위해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직접 고용하는 ‘개별고용제’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경남ㆍ부산 마필관리사의 평균 연봉은 홍콩, 싱가포르 관리사 비해 최소 50%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박씨는 지난 27일 부산 강서구 마사회 렛츠런파크부산경남의 마방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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