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사고가 많이 늘어날 뿐 아니라 새로운 할인할증제도로 손해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9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손해보험사 11개사가 올해 1분기 자동차보험에서 907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576억 원 영업 적자를 기록한 것에서 흑자전환했다.
보험사 11개사 가운데 6개사가 흑자를 냈다. 삼성화재 혼자서만 458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전체 보험사 흑자 규모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대해상(175억 원), 동부화재(215억 원) 등 ‘빅3’의 나머지 2개사도 상당한 영업이익을 올렸다.
악사손해보험(81억 원), 한화손해보험(78억 원), 더케이손해보험(9억 원) 등 중소형 보험사도 적지 않은 흑자를 냈다.
보험사가 올 1분기에 자동차보험에서 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제도 개선 효과와 양호한 기후 여건이 맞물린 결과다.
지난해 외제차 소유자가 사고를 당하면 동급의 국산차로 빌리도록 보험 약관이 변경되고 보험사기에 악용돼 온 자차손해 사고에 대한 미수선수리비 제도가 폐지됐다.
게다가 1분기에 폭설이나 혹한이 예년에 비해 심하지 않아 자동차 고장이나 사고가 많지 않았다.
이 덕분에 보험사의 손해율이 지난해 1분기 82.2%에서 올 1분기 78.0%로 4.2%p나 떨어졌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고객에서 받은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적정손해율(77∼78%) 이하이면 보험사가 이익을 봤음을 의미한다.
삼성화재는 손해율이 76.4%, 현대해상은 77.8%, 동부화재는 77.5%로, 흑자를 기록한 대형 3사 모두 손해율이 크게 개선됐다.
자동차보험의 사정이 좋아지자 메리츠화재가 다음 달부터 보험료를 0.7%로 내리기로 하며 보험료 인하 경쟁의 불씨를 댕겼다. 하지만 다른 보험사는 보험료 인하에는 유보적이다. 장마철, 여름 휴가, 태풍, 가을 행락철 등으로 손해율이 오를 일만 남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동차 사고 시 과실 비율이 50% 미만인 운전자는 보험료 할증을 하지 않는 내용의 할인할증제도 개선안이 하반기에 시행을 앞둔 점도 보험사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사고가 나면 종전과 같이 보험금을 줘야 하면서도 사고 당사자 중 과실 비율이 적은 쪽의 보험료를 할증할 수 없어 보험사의 손해율이 올라갈 수 있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내리기보다는 마일리지 특약의 혜택을 확대해 우량 고객의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방안을 선택했다.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이 지난달 마일리지 특약의 할인율을 기존보다 10%p 이상 올리자 이달 11일 삼성화재와 동부화재도 할인율 확대 경쟁에 동참했다.
삼성화재는 주행거리 2천㎞ 이하 구간의 할인율을 기존 23%에서 37%로 14%p나 올렸다. 또 어린 자녀가 있으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자녀 특약의 도입도 검토 중이다.
동부화재는 4천㎞ 이하 구간에 할인율 23%를 적용하다가 이번에 2천㎞ 이하 구간을 신설하고 할인율은 34%로 높였다. 안전운전을 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UBI특약의 할인율도 5%에서 10%로 할인율을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