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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는 뛰는데…한국 AI 연구개발 1년 성과는?
알파고는 뛰는데…한국 AI 연구개발 1년 성과는?
  • 연합뉴스
  • 승인 2017.05.2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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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선도 기업 벤치마킹 머물러…2023년 글로벌 수준 목표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AI) 분야 연구개발(R&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계기는 작년 3월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대 1로 완파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였다.

미국의 구글·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IBM과 중국의 바이두(百度) 등 오래전부터 이 분야에 투자해온 기업들이 AI 기술을 응용한 서비스와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던 때였다.

당시 '알파고 충격'이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 정부에 미친 영향은 매우 컸다.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업체,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업체들이 외국 선도 기업들의 AI 기반 서비스와 제품을 벤치마킹했으며, ICT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AI 분야 연구개발 예산을 크게 늘렸다.

다만 출발 자체가 늦었던 까닭에 외국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가일층 분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 원장은 "우리나라 ICT 업계와 정부의 입장에서는 딥마인드 챌린지를 계기로 AI 연구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며 "ICT라고 하면 통신기술과 통신기기를 먼저 떠올렸던 것과 달리 '컴퓨팅'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방 따라갈 수 있는 분야가 아니어서 아직 우리나라 AI 연구개발 수준이 미국 등과 큰 격차가 있지만 데이터 수집과 분석 기술을 중심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 AI, 지난 1년간 어떤 성과 거뒀나
AI R&D의 핵심 요소인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안에 음성 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올해 안에 출시해 협력사의 서비스와 연동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작년 10월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DEVIEW) 2016'에서 대화형 인공지능 엔진 '아미카'를 선보이고 'J팀'이라고 불리는 AI 분야 사내 태스크포스를 조직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네이버랩스'를 R&D 자회사로 분사했다. 자회사 '라인'과 함께 인간의 오감을 활용한 AI 서비스인 '클로버'도 개발 중이다.

대화형 인공지능을 가전제품 등 사물인터넷(IoT)기기와 온라인투오프라인(O2O) 서비스 등과 연동해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겠다는 것이 네이버의 AI 비전이다.

카카오는 올해 2월 인공지능 분야를 담당할 자회사로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카카오브레인 대표를 맡되 신속하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개발에 전념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다.'

SK텔레콤은 작년 8월 국산 인공지능 스피커 1호 '누구'를 공개하고 작년 9월부터 판매를 개시했다. 미국 아마존의 '에코' 기기와 '알렉사' 음성비서를 벤치마킹한 이 제품은 팟캐스트, 치킨·피자 배달, 위키백과 음성 검색, 음성 쇼핑 등을 지원한다.

올해 1월 출시된 KT의 인공지능 단말기 '기가 지니'는 TV에 연결해 음성뿐만 아니라 영상으로도 사용자의 입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제품이다. KT는 앞으로 얼굴 인식 기능을 고도화해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도 올해 내 출시를 목표로 사물인터넷(IoT) 기술에 기반을 둔 AI 음성 인식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출시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 S8' 시리즈에 기존의 'S보이스'를 대체하는 자체 AI 비서 서비스 '빅스비'를 탑재했다. 애플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를 벤치마킹한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 냉장고 '패밀리허브'에 실려 있던 음성비서 서비스도 빅스비로 업그레이드했으며, 단계적으로 모든 가전제품 제품군에 이를 탑재할 방침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미래창조과학부 소프트웨어 분야 국가혁신개발형 R&D 개발과제로 '엑소브레인'(Exobrain)이라는 한국어 자연어 이해·학습·질의응답 기술을 작년 5월부터 개발 중이다. 총 3단계에 걸쳐 10년간 수행하는 장기과제다.

개발 중인 엑소브레인 시스템은 작년 11월 EBS 장학퀴즈 '대결! 엑소브레인'에서 인간과 지식대결을 벌여 승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네이버, 현대자동차, 한화생명 등 주요 기업들은 정부와 협의를 거쳐 작년 10월 AI 분야 공통 기반기술을 만들 연구개발서비스 주식회사로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을 설립했다.

AI를 이용한 한국어 통번역 서비스도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문법과 통계를 기반으로 단어를 짜 맞추던 기존 기계번역과 달리 AI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는 전체 문장의 맥락까지 학습을 통해 파악할 수 있어 보다 자연스러운 결과를 내놓은 경우가 많다.

네이버가 '파파고'를, 한컴그룹이 '지니톡'을 내놓는 등 일반 소비자를 위한 무료 서비스도 나와 있다. 원래 미국 기업이었으나 2014년 인수돼 한국계 업체가 된 시스트란은 전 세계 기업용 전문 AI 번역기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세종대 주최로 열린 '인간 vs 인공지능 번역대결'에서 네이버 파파고, 구글 자동번역, 시스트란 번역기 등이 인간 전문번역사와 실력을 겨루기도 했다.'

◇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2023년엔 글로벌 수준으로
우리나라가 미국·중국 등의 AI 선도 업체들이나 대학·연구소 등과 가장 큰 기술 격차가 있는 분야는 AI 연구의 기초인 '학습·추론 기술' 분야와 언어·시각·감성·공간 등 '인지(認知) 기술' 분야다.

우리나라는 이 중 학습·추론 기술은 '기술 추격'에 주력하지 않고 있다. 구글의 '텐서플로' 등 오픈소스로 알고리즘 공개가 활발하므로 이를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작은 양의 데이터로도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 추론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술 등 차세대 기술 개발과 확보는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 입장에서 가장 급한 것은 인지 기술 개발을 위한 데이터 축적이다. 영어의 경우와 달리 AI의 한국어 음성 인식이나 자연어 처리는 매우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한국어를 쓰는 AI 응용 서비스는 사용자들이 쓰기에 매우 불편해 관련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AI분야 R&D 예산을 지난해(1천106억원)보다 47% 늘린 1천630억원으로 잡았다. AI 소프트웨어에 739억원, AI 하드웨어에 258억원, 기초기술에 633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즉각 응용 가능성이 큰 인지 기술 분야에 대해서는 2023년까지 글로벌 수준 확보를 목표로 단계적으로 기술 격차를 극복하자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나라는 미국이며, 중국이 추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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