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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친구 아들 결혼식과 휴대폰
고향 친구 아들 결혼식과 휴대폰
  • 경남매일
  • 승인 2017.05.2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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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기 김해중부경찰서 112종합상황실 경위
 고향 친구 아들 결혼식에 갔다가 집에 와 휴대폰이 없어진 것을 알았다. 혹시나 싶어 주변을 살피고 벗어놓은 옷 호주머니를 뒤져도 없다. 잠시 멍해지는 순간 아내가 떠올라 기다렸다. 뒤따라 집에 들어선 아내에게 묻는다. “내 휴대폰 챙겼는지?” 묻자 “그리 빨리 서두르더니 휴대폰을 버스에 두고 내렸냐”고 반문한다. 휴대폰에 신용카드도 꼽혀 있는데 큰일이다 싶어 급히 연락을 시도했다. 손에 익지 않은 아들과 아내의 휴대폰을 터치하는데 계속 오류만 생긴다. 보다 못한 아내가 대신 한다.

 혼사가 결정되면 대개 결혼식장은 신부 측이 편리한 곳에 정한다. 친구는 부산에 살지만 마산 사보이호텔이 결혼식장인 것 보면 사돈댁은 마산인가 보다. 주차환경이 어려운 곳임을 알았기에 아내와 난 마산행 고속버스를 탔다. 32년 전 김해로 직장 발령을 받아 오기 전 석전동과 구암동에 살았기에 별다른 걱정 없이 승용차보다 높은 위치에서 차장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보면서 예정보다 일찍 마산에 도착했다. 예년과 달리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벌써 아스팔트 열기는 뜨겁고 길을 묻는데 답하는 사람들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고속버스터미널 건너편에 사보이호텔이 있어 고속버스를 탔는데 내리니 시외버스터미널이라 다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결혼식 시작 1시간 전인데도 친구는 하객 응대에 분주하다. 복도는 오래된 건물이라 조금은 어둡고 바람 드는 창이 없어 답답했지만, 식장 안은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넓은 공간에 배치는 원탁이다. 30년 만에 고향에서 온 아재와 형님들에게 인사를 했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으면 다들 반긴다. 건강은 어떠한지? 어디에 살고 있는지? 강물처럼 흘러간 세월 앞에 반쯤 벗겨진 이마에 얼굴 주름만 늘어도 옛날 그 아재 형님들이다.

 친구가 마련해 둔 식당에 한동네에서 자란 친구들이 앉았다. 남자 11명에 여자 10명이 도란도란, 소꿉놀이 친구들 표정이 그저 좋다. 술잔 드는 친구와 냉수 찾는 친구 무슨 할 말이 이리도 많은지 헤어질 줄 모른다. “야! 오늘은 노래방 안 가나?” 호기롭게 외치는 친구는 얼마 전 위암 수술을 받고 회복한 친구다. 눈에 힘주고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면 같이 여행이라도 가자는 여자 친구 말에 아내 눈치도 본다. 아이 3명을 낳고 살지만 아직 도시와 시골에서 자란 환경 탓에 아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있음에 조심한다.

 야간근무 핑계로 일어나 서둘러 버스에 타니 눈꺼풀이 무겁다. 윗옷을 벗고 휴대폰을 꺼내 무릎에 놓았다. 잠깐 졸았는데 눈을 뜨니 김해다. 버스에 내려 아내에 앞서 자전거를 타고 집에 왔는데 휴대폰을 버스에 둔 것이다. 터미널에 전화를 해도 음성안내만 해 112에 확인 도움 요청을 했다. 마산출발은 몇 시, 운전석 뒷자리하고 카드는 분실신고를 했다. 잠시 후 출동 경찰관이 “버스 기사와 연락, 보관하고 있다”라고 한다. 도둑이 들려면 개도 짖지 않는다던데 쉬어가야 할 핑계를 찾아 괜히 아내에게 미안하고, 112가 음성안내가 아니라 참으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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