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30 07:23 (토)
경찰서 민원실에서 만나다
경찰서 민원실에서 만나다
  • 경남매일
  • 승인 2017.05.17 1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동화 김해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 순경
 김해서부경찰서 민원실에서 근무한다. 국민신문고와 스마트 국민제보를 담당한다. 그러다 보니 범법스티커를 들고 찾아오는 시민들을 만나기도 한다.

 단속을 당해서 그렇겠지만 민원인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보이는 경우가 꽤 있었다. 사람은 언제나 타인과의 연결을 원하는 존재라서 타인의 부정적인 감정을 두려워한다. 이를테면 부채 문제나 급여 문제 등으로 채권자를 만나야 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 전국 경찰서의 민원실 직원들은 바로 그 두려운 감정과 날마다 마주하지만 섬세하고 분명하게 민원응대를 하려고 분투한다.

 모든 민원인들은 소중한 시민들이다.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민원실 직원들은 전부 상담심리학에 근거한 언어를 사용하면서 민원인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상담심리학에서는 가정폭력 등과 같은 어둠을 접한 아동은 방어기제에 근거한 인지도식을 가지게 되기 쉽다고 한다.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나는 다르게 살아야지.”

 이런 인지도식은 아동의 입장에서는 트라우마를 피하기 위한 정당한 심리적 방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민원인들에게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꽤 있었다. 하지만 나는 경찰관이자 아마추어 심리학도이다. 그런 자세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생존에는 유리할 수 있어도 근본적으로 단절에 근거한 사고라서 인간 정서에 대한 정확한 통찰과 이해를 방해한다. 철학자 스피노자(Baruch Spinoza)는 수치심과 트라우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면서도 타인과의 연결을 추구하도록 만드는 인지도식을 제시했다. “내가 사랑하는(존경하는) 사람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알고 싶고, 저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

 우리 경찰관들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시민들이 범법 스티커 때문에 마음이 상하게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교통질서를 위해 단속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상대적 구성주의 학자인 움베르토 마투라나(H, Maturana)는 모든 인간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창조해낸 시각’으로 바라본다고 한다. 인간이란 주어진 환경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식을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존재라는 것이 구성주의 철학의 전제이다.

 그래서 고민이 많았다. 모든 민원인들의 생각이 존중받아야 하지만 분명한 교통위반 사실에 스티커를 발부하는 경찰관들은 어떻게 해야 민원인들에게 단속 사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움베르토 마투라나는 소통의 근거로 ‘보편성’을 제시했다. 민원인에게도 경찰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 문화적 동질감이라고 한다.

 이 글을 쓰는 필자와 김해서부경찰서 전 직원들은 경찰관이면서도 민원인과 같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시민이다. 삶의 여정을 통해 기쁨과 슬픔을 겪으면서 살아왔다.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으며, 민원인들이 화내는 것 때문에 작게 상처를 입기도 하는 소박한 사람들이다.

 또한 민원인 분들에게 스티커를 발부한 것은 경찰관 개인이 아니라 도로교통법이다. 그 법은 경찰관인 나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기에 항상 운전을 조심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므로 스티커 한 장에 너무 억울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보다는 앞으로 교통 법규를 잘 지켜 대한민국의 치안에 참여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도로교통법과 경찰관들의 노력이 전국의 도로를 안전하게 만들기를 소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