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15:06 (화)
제창과 합창 미묘함 벗어나야
제창과 합창 미묘함 벗어나야
  • 박태홍
  • 승인 2017.05.15 1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태홍 본사 회장
 장미 대선은 끝이 났다.

 새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과는 다르게 국회에서 단출한 취임식을 갖고 지난 10일부터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

 잠시나마 국민들에게 보여준 새 대통령의 모습은 공약집에서 본 그대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 든든한 대통령으로 비쳐졌다. 국민들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권위적인 경호를 탈피했고 이웃 주민들과도 스스럼없이 손잡는 그런 모습들을 우리들에게 보여줬다.

 새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국민과 약속한 여러 가지 공약들이 실행에 옮겨 국민들 생활 속에 자리한다면 정말 대한민국은 살맛 나는 세상으로 도래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든든한 일자리, 광화문, 안보 대통령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국민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했다. 치매 노인은 국가가 감당하고 어린아이는 나라가 키우겠다고 약속한 것부터 공공일자리 81만 개를 만들어 민간 고용 창출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통령이 되기 위해 비정규직을 타파하고 창업을 지원하며 청년 취업에도 우선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국방비도 늘리고 튼튼한 한미동맹을 기초로 자주국방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또 청와대와 북악산은 국민에게 돌려주고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하겠다고도 했다. 그리고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를 신설, 검찰을 개혁하고 검찰과 경찰의 수사 기소권 분리를 조정하겠다고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재벌의 골목상권 침투와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를 막아 서민과 중소기업이 잘 살고 잘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리고 분야별로 수많은 약속을 했다.

 앞서 얘기했지만 이 같은 약속이 지켜진다면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살기 좋은 파라다이스다.

 기독교 구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가 살았다는 지상낙원 에덴동산을 연상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벅차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은 새 대통령의 나라 경영에 대한 구상과 로드맵일 뿐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새 대통령은 자기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도 포용하고 함께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새 대통령은 투표율 41.1%를 획득, 당선됐다.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자기의 뜻과는 다르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대의 민주주의는 다수결에 의한 것이지만 항시 견제세력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새 대통령을 당선시킨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의석수는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국회와 촛불 민심이 대통령을 파면시키는 이 나라에서 소수 동조자와 자기만의 로드맵으로 정국을 이끌어가겠다는 구상은 무리다. 이 때문에 소통과 탕평으로 통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국은 난마처럼 얽혀있다. 사드 배치가 그렇고 세월호, 위안부 문제도 뜻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 국가보훈처 박승춘 처장은 평생을 군인으로 살아오다 지난 2011년 2월 이명박 정부에서 발탁됐다. 남북이 대치, 휴전 중인 이 나라에서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를 중심으로 할 일이 많은 부처이다.

 이 나라 장ㆍ차관들의 평균 임기가 1~2년에 비할 때 박 전 처장은 6년 3개월이라는 긴 세월을 국가보훈처장으로 재임했으니 직무에 충실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박 처장은 재임 기간 내내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이맘때가 되면 이 노래를 기념식장에서 제창하는 것이 옳다는 측과 합창하는 것이 옳다는 측이 대립한다.

 제창과 합창의 차이점은 다 함께 부르는 것과 일부만 부른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묘한 차이점을 두고 제창으로 하겠다는 유족 측과 합창으로만 진행해온 보훈처의 대립각은 만만찮았다.

 근데 문 대통령은 선거운동유세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5ㆍ18 공식 기념곡으로 재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보훈처는 순국선열을 기리고 국가유공자를 돕는 일을 하는데 그 존립 목적이 있다. 그리고 국민들과 국가유공자를 돕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과 같은 대한민국이 있기에 그렇다.

 그러나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중략)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라는 저항적 의식이 깔린 님을 위한 행진곡 노랫말이 거슬려서인지 보훈 당국은 5ㆍ18 기념식 참가 인원 전체가 부르는 것을 불허하고 합창으로만 허가했었다.

 근데 올해 5ㆍ18 광주민주화운동기념식장에서는 님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으로 불리워질 것이 자명하다.

 새 대통령의 선거공약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제창과 합창의 미묘한 차이가 국민 간 이념적 대결이 돼서는 안 된다. 민주화운동을 하다 산화한 그들에게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발가벗어 보여서는 안 된다. 5ㆍ18 그날은 우리 모두 머리 숙여 그들의 극락왕생만을 빌어야 한다. 그리고 제창과 합창의 미묘한 관계를 벗어나야 새 대통령은 국민 통합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