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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선물 깊어가는 고민
스승의 날 선물 깊어가는 고민
  • 김용구 기자
  • 승인 2017.05.14 2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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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시행 카네이션도 위법 사제 정 사라질 판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첫 스승의 날을 맞아 선물로 성의 표시를 해오던 학부모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선물은 물론이고 종이꽃을 포함한 카네이션을 교사에게 주는 것도 위법인 탓에 스승의 날 선물이 사라질 전망이다.

 초등학생 아들(10)을 둔 김모(38ㆍ김해시 부원동) 씨는 지난 12일 아들의 담임교사에게 휴대전화로 2만 원 상당의 모바일 쿠폰을 선물했다.

 하지만 해당 교사로부터 “받을 수 없다”는 취지의 메시지와 함께 쿠폰이 되돌아왔다. ‘거절하기’ 버튼을 누른 것이다.

 김씨는 “소액인 데다 주변 사람들 모르게 성의를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다가 모바일 쿠폰을 보냈지만 이마저도 부담스러워 한다”라며 “청탁금지법으로 민감한 분위기여서 막무가내로 받길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한숨 쉬었다.

 진주 한 사립 어린이집에 딸(4)을 보내는 박모(34ㆍ여) 씨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교사 선물을 고려하지 않고 있었지만 다른 어머니로부터 “어린이집 교사는 예외”라는 얘기를 들었다.

 유치원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지만 어린이집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씨는 “똑같이 아이를 맡기는데 유치원 교사에겐 선물을 못 하고, 어린이집 교사에겐 해도 된다니 너무 헷갈린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15일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후 첫 스승의 날을 맞아 정확한 법 규정을 몰라 혼란스러워하는 학부모, 교사들이 많다.

 상황이 이러자 도내 일부 학교는 법 테두리 안에서 스승의 날을 기념할 묘안을 짜내느라 고심하고 있다.

 창원 한 학교의 경우 학교 예산으로 전체 교사 수만큼 카네이션을 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꽃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스승의 날에 교사에게 달아주도록 하자는 것이다.

 진주 한 학교는 스승을 위한 사생대회를 열어 이날을 기념하기로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대학가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서울대병원 현직 교수들이 퇴임을 앞둔 교수에게 준 선물이 청탁금지법에 저촉돼 처벌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의 부담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십시일반 모아 준비한 선물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일부 학생은 손편지ㆍ영상메시지 발송과 공연, 장기자랑 등 돈을 들이지 않는 마음의 선물로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청탁금지법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마음만 전달하는 게 가장 좋지만 카네이션 한 송이도 줄 수 없는 것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학생 학부형 이모(42ㆍ김해시) 씨는 “사제간의 정을 나누는 기회가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혹시 학생들이 교사에 대해 고마워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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