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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맛보다 일 맛에 빠져라
권력 맛보다 일 맛에 빠져라
  • 경남매일
  • 승인 2017.05.11 20: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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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 편집부국장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 10일 새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국정원장을 발표한 뒤 후속 인사를 이어가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호남 출신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과정에서 발목을 잡히는 상황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에 검찰 출신이 아닌 개혁 소장파 법학자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앉혔다. 조국 민정수석 임명이 검찰개혁의 신호탄으로 보는 검찰이 바짝 긴장하는 가운데 김수남 검찰총장은 적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 인물들이 들어서는 건 당연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측근들 가운데서 인물을 뽑아 쓸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 옆에서 실제 측근들과 자칭 측근들이 넘쳐난다. 엄청난 인재풀을 자랑하는 문 대통령이 바른 사람을 가려 뽑겠지만 자칫 개인적인 관계에 빠지다 보면 인물 됨됨이를 잘 못 볼 수 있다.

 지난 정권에서 인사를 잘못해 곤욕을 치른 예는 많다. 측근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힘을 앞세워 대기업에 인사청탁을 하고 민원 해결을 요구했다. 이들이 친인척의 취업을 부탁하고 특정업체와 거래를 터 달라고 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안 들어 줄 수가 없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이런 일은 많았다. 다른 정부에 비해 깨끗하다고 내세웠어도 뒤에서는 이런 비리에 연루된 인사가 적지 않았다.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인사가 한두 명이 아니다. 여러 인물들이 사법처리 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인간 됨됨이는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지만 측근들이 날뛰는 바람에 체면을 구겼다. 새 정부의 성패는 측근을 국정 운영에 쓰되 뒤탈이 안 나는 데 달렸다.

 새 정부는 지난 정부가 바르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만만할 수 있다. 지난 정치가 바르지 못하고 관료들이 무능하고 부도덕했기 때문에 자신들은 결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보일 수 있다. 새 정부는 짧은 시간에 정치를 혁신하고 민생을 반석 위에 세울 수 있다고 자신할 수도 있다. 새로운 정치는 말보다 쉽지 않다. 자신들이 예전의 인물들과 다르다고 쉽게 말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은 모든 정부가 처음에는 다 가졌다. 새 정부가 개혁과 혁신을 내세우지만 그곳에 매몰되면 되레 엉뚱한 결과를 낼수 있다. 개혁과 혁신을 하는 이유는 민생을 개선하는 데 있다. 칼만 휘둘러서는 국민의 삶이 나아질 수 없다. ‘대의’는 ‘현실’을 떠나면 메아리일 뿐이다.

 새 시대에는 새 기운이 뻗친다. 당연하다. 인물들이 새롭고, 새로운 정책은 새 시대를 확 당겨줄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첫날부터 격식을 깨고 국정 챙기기에 바쁘다. 대통령 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가 설치된다.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자로 내몰리는 시대가 곧 끝날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고 진중하게 말했다. 권력 교체가 확연히 느껴진다. 그 느낌이 ‘처음처럼’ 오래가야 한다. 원래 의욕은 지속되지 않는 게 자연스럽다. 그래서 초기에 의욕이 넘칠 때 인사 시스템을 잘 짜고 제대로 굴러가게 하면서 관리를 잘해야 한다. 때마다 맞춤 인물을 적재적소에 잘 써서 정부 조직의 생명력이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2년 대선에서 큰 표 차로 승리하고 임기 초반에 개혁을 단행했다. 그 당시 개혁의 물줄기가 전국을 덮었다. 자고 일어나면 비뚤어진 사회가 반듯해지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때 국정 지지율은 90%를 넘었다.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 뒤 ‘소통령’ 아들과 측근의 비리는 개혁의 칼을 무디게 만들었고 임기 말에는 국가 부도 사태가 오면서 지지율은 바닥을 쳤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누구나 새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한다. 문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만든다고 했으니 이는 ‘낙원’을 건설하려는 태세다. 지금 그 기대치가 높은 걸 탓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기대치에 현실이 더해지면 적정선을 유지하고, 조급함은 대사를 그르칠 수 있다는 신중함이 자리 잡아야 한다.

 정치는 시대를 꿰뚫는 정신을 잘 반영하면서 실제 성과를 내는 게 더없이 중요하다. 새 정부가 향후 5년간 시대정신을 잘 담아 통합의 테두리를 넓혀야 한다. 소외된 사람을 적을수록 국가의 행복도는 높아진다. 앞으로 인선될 각부 장관들은 실제 결과를 내는 유능함을 보여야 한다. 권력의 맛보다 일의 맛을 보는 인사들이 등용되기를 기대한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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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니맘 2017-05-12 15:04:02
뭘 해도 지난 정권보다는 나을 테니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