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극 끝내려면…
대통령 비극 끝내려면…
  • 박재근
  • 승인 2017.05.0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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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D-1, 내일이면 제 19대 대통령이 선출된다. 축제여야 할 선거를 앞두고 불현 듯 떠오른 것은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지난 2005년 작고한 이형기 시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낙화’의 첫머리였다.

 탄핵으로 임기를 중도에 마친 박 전 대통령은 물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민주화 이래 ‘실패한 대통령’만 갖게 된 우려 때문인지, 또는 직(職)을 다한 후, 박수 받으며 청와대를 떠나는 모습을 기대한 게 오버랩 됐기 때문인지 읊조렸다.

 우리는 존경하는 현직 대통령과 전임 대통령을 가질 수 없는 운명의 자탄에 앞서 투표는 꼭 해야 하고, 싫던 좋던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돌발선거인만큼, 후보들을 검증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나마 후보들의 능력을 판단할 잣대로 기대를 모은 TV토론도 네거티브와 막말, 상대후보 헐뜯기로 메워졌다. 하지만, 민주주의 근간인 투표는 어떤 이유로도 포기해서는 안 되는 권리인 동시에 의무이기에 “마음에 확 와 닿는 후보가 없다”는 하소연에 앞서 차선의 선택을 하더라도 유권자들의 참여가 요구된다. 비록 한 표가 지지하는 보수와 진보후보의 당선을 이끌지는 못한다 해도 표의 등가성만큼이나 대통령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 또 높은 투표율은 탄핵으로 바닥인 대통령의 권위를 되살리는 원동력이고 ‘성공한 대통령’은 아닐지라도 굴곡진 전직 대통령들의 ‘불명예 역사’의 반복을 막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에 굴곡으로 남은 대통령들의 수난사는 초대 대통령부터다. 지난 1948년 초대 대통령에 취임한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60년 3ㆍ15부정선거로 촉발된 4ㆍ19혁명으로 하야(下野)했다. 뒤이은 윤보선 전 대통령도 1960년 취임했지만 이듬해 5ㆍ16군사정변으로 물러났다. 이후 18년간 장기 집권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9년 10ㆍ26사태로 서거했다. 박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1979년 12월 취임한 최규하 전 대통령도 1980년 8월 16일 신군부의 강압으로 퇴진, 최단명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은 내란과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전 전 대통령은 사형을, 노 전 대통령은 징역 22년 6개월을 각각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했지만 지난 1997년 12월 특별사면 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와 대북송금 문제에다 아들 비리로 인해 아름다운 퇴장과는 다소 먼 거리를 보였다. 이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MB)도 ‘비극의 악순환’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조사 중, 목숨을 끊어 국민적 충격과 함께 정국에 큰 파장을 끼쳤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촛불시위에 직면했고, 형 이상득 의원 구속 등 공정사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또 4대강 사업은 퇴임 이후에도 논란이 잦다. 부녀 대통령 탄생으로 기대를 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의 탄핵 인용으로 임기도중 구속되는 등 지난 수난사를 읽을 수 있다.

 D-1, 내일이면 제 19대 대통령이 탄생하지만, ‘촛불의 분노’와 ‘태극기의 분노’가 이해를 달라하는 게 시대상황인 듯, 꼭짓점을 향해 치닫는 만큼 전직 대통령을 탄핵한 정의가 독배가 될지도 모를 국면이다. 그래서인지, 지지층간 대립이 심해지면서 ‘아니면 말고’식 고소 고발도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무혐의 처리된 선거법위반 사례 신고건수가 2만 3천여 건에 달해 지난 18대 대선 때보다 5배나 늘었다.

 망명, 타살, 자살, 또는 철장신세, 측근 구속 등 대통령의 수난사가 또 다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이제는 절망대신 희망을, 낙망대신 소망을 떠올릴 수 있는 정치가 되려면 진영논리를 초월, 통합정부를 통해 분권과 자율, 협치와 책임에 기초한 상향식 국정운영과 소통, 쌍방향 협치가 답이다.

 또 트럼프와 아베, 시진핑 등 마키아벨리즘으로 무장한 국제정세 속에서, “동맹국이 이럴 수 있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자국이익을 우선하는 게 시데상황인 만큼, 19대 대통령은 새 패러다임의 시대에 맞춰 위기관리에 나서야 한다. 새삼 돌이켜 보면, 내년이면 정부 수립 70년을 맞게 되지만 존경받는 대통령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정치학자 토크빌의 말이 냉소와 자조의 의미라도 흘려들을 게 아니다. 반성이나 뉘우침이 없는 역사는 비극을 반복하고, 청산이 없는 역사는 미래가 없다. 그렇기에 메시아는 아닐지라도, ‘민의 뜻’을 새기고 양심으로 행동하는 지도자를 택해야 한다. 국민이 쪽 팔리지 않는 나라를 위해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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