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5:30 (수)
5월이 가져온 축배를 마시자
5월이 가져온 축배를 마시자
  • 정창훈
  • 승인 2017.05.03 2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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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객원위원
 바야흐로 계절의 여왕 5월을 영접하고 있다. 오월은 끄트머리 봄이 지나가는 달이며 여름이 시작된다는 입하가 있는 달이다. 계절의 여왕 5월은 봄과 여름의 사이이니 덥지도 춥지도 않고 온갖 꽃이 피어나고 생명이 약동한다.

 우리 시대의 멘토 이어령은 칼럼집 ‘차 한잔의 사상’에서 “5월은 잎의 달이다. 따라서 태양의 달이다. 5월을 사랑하는 사람은 생명도 사랑한다. 절망하거나 체념하지 않는다. 권태로운 사랑 속에서도 가난하고 담담한 살림 속에서도 맑은 5월의 공기를 호흡하는 사람들은 건강한 희열을 맛본다”고 말했다.

 5월을 상징하는 숫자 5는 완성, 최고, 행운, 보편성의 의미를 갖고 있고, 5는 천지의 조화를 상징하며, 우주의 이치가 모두 담겨 있는 신비로운 숫자이다. 우리말로 ‘다섯’은 ‘닫고 서다(閉, 立)’는 뜻이다. 어두운 밤의 삶을 닫고 밝은 낮의 세상에서 마주하는 새싹의 돋음이다.

 또 숫자 5는 3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완전수(完全數)이다. 3과 호응하면 그 의미가 더 커진다. 삼강에 오륜이 갖춰지면 인륜이 선다. 오륜(五倫)은 오상 또는 오전이라고도 하며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즉 부모는 자녀에게 인자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존경과 섬김을 다하며(부자유친), 임금과 신하의 도리는 의리에 있고(군신유의), 남편과 아내는 분별 있게 각기 자기의 본분을 다하고(부부유별),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는 차례와 질서가 있어야 하며(장유유서), 친구 사이에는 신의를 지켜야 한다(붕우유신)는 것이다. 이 중에서 장유유서는 집안과 집 밖의 양쪽에 해당되는 것으로 집안에서는 형제의 차례를 말하고 사회생활에서는 연장자와 연소자의 차례를 말한다.

 오행(五行)에서 인간의 생성과 소멸은 우주의 순환 이치와 같다. 태양과 수성, 목성, 화성, 토성, 금성이 달이 지구와 멀고 가까워질 때 생기는 변화에 의해서 우리는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태양을 구심점으로 자전과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하나의 별로 우주의 운행은 음양의 이치 위에 오행이 겹쳐 운행된다.

 오미(五味)는 수많은 맛들 가운데서 뽑힌 맵고, 시고, 짜고, 쓰고, 단맛의 5가지로 구분했다. 고소한 맛이나 떫은맛도 중요한 맛인데 순위에서 밀렸다. 다행히 오미자라는 열매는 이 다섯 가지 맛을 모두 조금씩 지녀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 오복(五福)은 사람이 살면서 누구나 누리려고 하는 복으로 오래 살고, 부유하며, 건강하고, 덕을 닦고, 편안히 죽음을 맞는 것이다.

 오장(五臟)은 인간의 내장에 있는 폐장, 심장, 비장, 간장과 신장이다. 사람은 오장만 갖춰서는 안 되고 인의예지신의 오상(五常)을 갖춰야만 육체와 정신이 조화를 이룬 이상적인 인격체로 봤다. 오방(五方)은 동서남북의 사방에 중앙을 보탠 것이다. 이런 다섯 가지 요소들은 오행(五行)의 원리로 통제되고 질서화가 됐다.

 이처럼 신비로운 숫자 5와 태양의 달 5월이 건네는 축배는 5성급 호텔, 올림픽 오륜기, 오방색, 펜타곤, 독수리 오 형제 등의 상징을 받아들이고 있고, 이 계절에는 부부가 많이 탄생하는 기쁨도 5와 관계를 지을 수 있다.

 그런데 올해 5월에는 영원히 번영해야 할 우리 국가의 미래가 결정되는 운명의 날, 5월 9일 장미 대선이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고 하니 이번 대선은 빨간 장미꽃의 향연이 전국 방방곡곡에 펼쳐져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을 것으로 확신한다.

 투표참여는 민주정치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필수조건이다. 투표참여는 ‘나’를 대신할 대표자를 선출해 ‘우리’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것이기에 유권자의 권리임과 동시에 의무인 것이다.

 시인 노천명은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했다. 신록의 계절 5월을 영국에서는 ‘5월은 인도와도 바꾸지 않는다’라고 할 정도로 5월을 사랑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5월은 각종 행사가 가장 많은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성인의 날이 있어 ‘사랑의 관계를 솟아나게 하자’는 인간의 공통된 약속의 표현이다.

 오월은 맑고 푸른 하늘만 우러러봐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꿈과 희망의 계절이다. 오월에 피어나는 장미꽃만 바라봐도 가족, 친구, 연인이 그리워지는 사랑의 계절이기도 하다.

 정비석의 ‘청춘 산맥’의 한 구절이다. “5월에 부르는 노래는 그것이 아무리 슬픈 노래일지라도 사랑ㆍ희망의 노래가 아니어서는 안 될 것이다. 5월에 꾸는 꿈은 그것이 아무리 고달픈 꿈일지라도 사랑의 꿈이 아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숫자 5는 도전과 변화를 상징하는 수이기도 하다. 지금 미래의 평화와 행복을 꿈꾸는 이 나라의 모든 국민은 각자의 꿈을 이룰 자격이 있다. 5월이 분명 우리에게 축배를 건넬 것이다.

 시인 김영랑이 ‘5월의 꽃 모란’을 두고 꿈을 노래했지만 나는 5월의 꽃 장미를 두고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다른 이의 고통을 헤아릴 줄 알고, 이웃과 나눌 수 있고,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를 찾을 수 있고, 함께 기뻐하고 슬퍼해 주는 진정한 사람을 얻고, 서로를 걱정하고 아껴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름다운 장미꽃이 피는 5월, 한 사람도 빠짐없이 투표해, 장미 대선을 통해 우리 모두가 원하는 최고의 장미꽃을 제대로 선택할 수 있는 혜안의 달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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