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4:38 (금)
‘단체장 무덤’ 늘어나는 것은…
‘단체장 무덤’ 늘어나는 것은…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7.04.30 2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경남 도내는 부단체장들의 권한대행체제가 많다. 그 이유는 대통령 후보 선출에 따른 경남지사 결원을 제외하고는 단체장의 뇌물수수 등 비리로 인한 ‘단체장의 무덤’이 늘어나면서 대행체제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함안군수가 비리 혐의로 구속되는 등 도내 곳곳에서 단체장의 일탈이 드러나고 있다. 이 때문에 그 후유증은 간단하지가 않다.

 경남에는 민선 6기 출범 이후 김해, 거창, 고성 등에서 4명의 단체장이 임기 중 직을 잃었다. 또 함안군수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거창ㆍ함양군수가 선거법위반 혐의로 대법원에 계류 중이거나 송치된 상태다. 이 때문에 대행체제로 인해 행정 공백도 우려된다. 물론 전문행정관료여서 매끄러운 일 처리와는 달리, 신규 사업 등의 계획은 후임 단체장 선출 때까지 중단되는 등 한계요인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하다.

 지난 1995년 본격 출범한 지방자치제가 민선 6기를 거치면서 뿌리내렸고 척박한 참여 민주주의 토양도 한결 기름지고 자치의식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또 과거 경직된 관료주의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지만, 여전히 갈 길 먼 지방자치란 지적이다.

 민선 후, 드러난 단체장들의 ‘검은 자화상’이 지방자치 발전과정의 불가피한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정도가 너무 심각하다. 끊임없는 비리는 견제ㆍ감시 사각지대인 지방권력에 있다. 자치단체장들에게 인ㆍ허가권이 집중된 데 비해 이를 감시하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데 있다. 지난 1995년 지방자치 부활 이후 형사 처분으로 물러난 광역ㆍ기초자치단체장은 102명으로, 이 기간 선출된 자치단체장(1천230명)의 8.3%다.

 민선 1기 단체장 3명(1.2%), 2기 19명(7.7%), 3기 27명(10.9%), 4기 31명(12.6%), 5기 22명(9.0%) 등이 비리로 낙마했다. 공직선거법을 포함할 경우,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단체장은 18%가량으로 매년 더 늘어나는 것이 문제다.

 이는 단체장에게 예산과 인사권을 비롯해 각종 사업 인ㆍ허가권을 가진 제왕적 권한을 행사, 청탁과 이권 개입 등의 유혹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비리가 적발된 단체장들은 청탁에 의한 뒷돈을 챙기는 대신 청탁을 들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단체장의 권한 남용은 기초단체일수록 더욱 심각하다는 게 관련 공직사회의 공통된 인식이다. 하지만 견제기능을 맡은 기초의회는 단체장이 내놓은 예산안 등을 통과시키는 것 외에는 사실상 감시 기능이 전무한 사각지대란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지난 2015년 말까지 임기 중 비위로 사법 처리된 지방의원이 1천500여 명에 달한다는 것은 지자체장-지방의원-토호-개발업체 등의 유착 고리에 따른 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다. 도내 모 단체장은 선거 빚 60억 원을 갚지 못해 목숨을 끊은 바 있고 검찰 수사에서 매관매직과 이권개입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또 단체장 갑(甲)질 또한 민원인을 겨냥한 부정부패의 원인이다. 실제 시ㆍ군이 추진한 도시개발사업 상당수가 비리커넥션 의혹 등이 감사결과, 단체장의 의중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드러난 바 있다. 민원인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인ㆍ허가 권한이 시ㆍ군으로 대폭 이양됐지만 되레 단체장 권한만 강화시켜준 꼴이 됐다.

 그 원인은 각종 사업의 입안 권한과 인ㆍ허가 권한을 동시에 가진 것에 있다. 위원회를 통한 적법인 양 특혜를 준 교묘함과 생소한 축제에 돈을 쏟아붓거나, 랜드마크로 덧씌운 건설사업, 뜬금없는 형질변경 등 갑질을 행사하는 등 꼼수로 날뛴다. 또 ‘사3 서5’ 또는 ‘사5 서7’이란 5급(사무관), 4급(서기관) 승진조건으로 한 추잡한 뒷거래도 끊이질 않는다. 그런데도 공직사회에는 용비어천가만 울릴 뿐이다.

 이는 단체장 눈 밖에 날 경우 승진은커녕 한직을 맴돌다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경우가 허다 한데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독단과 재임이 어렵거나 3선으로 출마제한에 해당될 경우, 안줏감이 되면서 비리가 도마에 오른다. 생사여탈권을 쥔 탓에 ‘영혼 없는 공무원’이란 비아냥거림도 임기만료 때면 침묵의 카르텔이 깨어지면서 나온다. 이 때문에 단체장의 검은 자화상은 제왕적 권한으로 갑질한 것에서 비롯되지만, 그 끝자락은 무덤이란 것에 유념해야 한다. 서산대사는 “내가 내딛는 발자국이 뒷사람의 길잡이가 되는 까닭에 눈길을 걸을 때도 함부로 걸어서는 안 된다”고 했거늘, 갈 짓자 걸음인 단체장의 경우, 공정한 사회라면 무덤으로 직행하지 않을 수 없기에 곱씹어보시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