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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운동과 청소년의 행복감
신체 운동과 청소년의 행복감
  • 이유갑
  • 승인 2017.04.27 2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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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갑 (사)지효청소년인성교육원 이사장ㆍ전 경남도의원ㆍ심리학박사
 중ㆍ고등학교 시절에 체육 시간은 행복 그 자체였다. 체육 선생님께서 꺼내 주시는 낡은 축구공을 쫓아서 운동장을 뛰어다니다 보면 온몸은 땀범벅이 됐다. 하지만 수학과 영어 시간에 잔뜩 위축됐던 몸과 마음이 물 만난 물고기처럼 다시 펄펄 되살아나는 그 느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체육 시간이 끝나고 나서 수돗가에서 들여 마시는 물은 그 어떤 음료수보다 달고 시원했다. 땀에 젖은 몸을 씻을 수 있는 세면장이 없어 교실에 땀 냄새가 진동해 다음 시간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께 핀잔을 들어도 마냥 즐거웠던 기억이 새롭다.

 하지만 우리 청소년들의 학교 현실은 지금 어떠한가? 입시 경쟁과 사교육에 시달리는 우리 청소년들의 체육 활동 참여는 매우 저조한 편이다. ‘2016년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한 시간 이상 운동하는 날은 일주일 평균 3.5일로서 OECD 국가 평균 3.8일보다 낮았다.

 특히 대학 입시에서의 좋은 성과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체육 시간을 줄여서 주요 수능 과목으로 대치하기도 하는데, 학부모들은 학교의 이런 조처에 대부분 만족해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체육 시간을 꼬박꼬박 지키는 학교의 학부모들은 학교 공부에 이어서 늦은 밤까지 학원 공부를 해야 하는 아이들을 체육 활동까지 해서 피곤하게 한다고 항의까지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최근에 전용관 연세대 교수팀이 매주 운동이나 체육 활동을 하는 학생일수록 스트레스를 덜 받고 행복감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정부의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 조사’에 참여한 총 37만여 명의 청소년들을 분석한 결과, 신체 활동을 매주 정기적으로 하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운동하는 청소년들은 일주일 내내 체육 활동이 전혀 없었던 청소년들에 비해 ‘행복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41%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아울러 ‘스트레스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26% 더 높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로운 결과이다.

 매주 한 시간 이상 운동한 날이 많을수록 행복감을 느끼는 비율도 높아진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즉, 일주일에 하루 운동을 한 청소년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청소년보다 행복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18% 정도 높았지만, 일주일에 4일 이상 운동을 한 학생들은 행복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53% 정도 높았다.

 ‘운동화 신은 뇌’라는 책의 저자인 미국 하버드 대학의 존 레이티(John Ratey)교수는 ‘머리를 쓰지 않으면 몸이 고생한다’는 일반적인 믿음을 반박하면서 오히려 ‘몸을 쓰지 않으면 머리가 고생한다’는 독특한 주장을 펴고 있다.

 레이티 교수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매일 최소한 40분 이상 신체 운동을 해줘야 뇌가 자극을 받고 학습 능력도 좋아진다고 하면서, 온종일 학교나 학원에 앉아서 몸을 쓰지 못하게 하는 한국식 교육은 학생들의 잠재적인 역량을 떨어뜨려 우울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자신의 임상 실험을 통해 아이와 어른 모두 운동을 하면 집중력, 성취욕, 창의성이 증가하고 뇌의 능력이 확장된다는 사실을 확인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아침 0교시 체육 수업을 도입한 미국의 한 고교에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2배 높아지고, 스트레스는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레이티 교수의 베스트셀러 ‘운동화 신은 뇌’에 소개됐다.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덜 느끼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고, 심지어는 학습능력과 창의성을 높여 주는 신체 운동을 권장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가로막고 있는 우리 어른들이 참 딱하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라 시대에 화랑들이 산천을 누비면서 무예를 연마하고, 신체를 단련하면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게 했던 우리의 옛 전통을 다시 떠올릴 때이다. 교육부에서 나서서 학교 체육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할 뿐 아니라, 부모들도 눈앞의 점수에 연연하기보다는 자녀들의 먼 앞날을 내다보는 지혜를 되살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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