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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할 지도가 필요하다
검증할 지도가 필요하다
  • 김혜란
  • 승인 2017.04.19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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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 TBN ㆍ창원교통방송 진행자
다음 달 9일 장미 선거를 위해 후보들이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각자의 생각과 다른 방향도 많지만 최선 다해 만들어놓은 후보들의 정책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후보들 주장대로만 된다면야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왜 걱정이 되는 것일까. 문제는 검증이다.

 그동안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후보자로 서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보기를 원했지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내놓았다. 유권자들은 보여주는 것 외에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한다 해도 쓸데없는 정보나 오히려 검증에 걸림돌이 되는 쓰레기들도 많았다. 사실보다는 이미지로 좌지우지되는 후보자 검증방법만이 쏟아졌다. 살아온 과정이 그 사람 자신이다. 특히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모든 시간과 공간의 자세한 지도, 이른바 룏아틀라스 지도룑가 필요하지만,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불리한 정보자료는 교묘히 감추거나 무마하려는 왜곡된 지도가 대부분이었다.

 리더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경우가 다 이미지로만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반드시 그들이 지금 이 자리까지 온 지도를 파악해야 한다. 한때 어린 자녀들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고 노트북을 든 채 카페에 자리 잡은 주부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영국 작가 J. K. 롤링을 롤 모델 삼아 작가가 되기 위한 주부들이었다. J. K. 롤링은 지난 1995년 스코틀랜드 애든버러에서 생활보호대상자인 채로 카페에서 유모차를 밀며 글을 썼고 작가가 됐다는 성공담 때문이었다. 힘든 생활환경에서도 작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카페 구석에 앉아 글을 쓰는 주부가 성공 이미지였다. 사실 그 성공담은 카페에서 찍은 사진 한 장 같은 이미지일 뿐인 것을 작가 지망생 주부들은 간과했다.

 롤링은 그 모든 것이 미친 듯이 기발한 발상에서 시작됐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수년 전 기차를 타고 긴 여행을 하던 중에 머릿속에 책의 줄거리가 또렷이 떠올랐는데,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 기숙학교에 다니는 소년들을 상상하자, 이야기가 저절로 떠올라 마치 이야기들이 스스로 풀리는 듯했다고 전했다. 롤링의 마케팅 기법이 대단하다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어쨌든 당시 한국의 J. K. 롤링을 꿈꾸는 주부들은 그 정도라면 자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던 모양이다. 주부들이 카페에 모여서 수다 떠는 것보다 노트북에 글을 쓰는 일이 때로는 바람직할 수 있으니, 거기까지는 탓할 수 없다. 그런데 이미지만 보았지, 뒤에 숨어있는 롤링의 룏아틀라스 지도룑는 대부분 알지 못했다. 롤링은 여섯 살 때부터 글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고,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공부했으며, 여러 가지 직업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인권단체인 국제 엠네스티에서 연구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 롤링에게는 이미 선천적인 재능과 다른 분야에서 습득한 능력뿐 아니라 출발을 도와줄 지도를 갖고 있었다. 또한 오년 전 줄거리를 완성했지만 역작을 써내려가기에 상황은 녹록지 않았고 이사와 결혼, 출산과 이혼을 겪으며 우울증까지 앓았다. 그 모든 일들이 해리포터를 쓰게 한 롤링의 지도였다. 카페에 앉아서 노트북에 글만 쓴다고 되는 롤링이 아니었다. 작가 이야기를 했지만 한 나라의 지도자를 뽑기 위해서는 더욱이, 사진 한 장 같은 이미지가 아니라 그 자리에 서기까지의 평생의 룏아틀라스 지도룑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들이 후회 없는 선택을 하고 선거를 외면하지 않는다.

 정책검증으로 들어가면 더 힘들어진다. 지금껏 각종 선거 때마다 정책검증 한번 제대로 해보고 표를 던진 적이 많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일단 알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보내오는 유인물마다 정책은 있었지만 대동소이하기도 했다. 궁금한 것은 유권자들이 챙겨가면서 후보자 측에 질문도 하고 검색도 하면서 알아보고 판단해야 한다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을 어떤 방법으로 해낼 것이라는 실행지도가 없었다. 참 난감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찍어놓고도 차악이니 뭐니 하는 표현을 유권자 스스로가 해야만 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경선과정이나 토론회를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후보들의 면면을 발견한다. 저런 정책도 내놓을 수 있구나 싶은 귀한(?) 정책도 보인다. 그 정책들의 실행지도를 유권자들이 알 수 있는 기회나 시간적 여유는 역시나 모자란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 같은 희망이 생긴다. 실행지도의 밑그림 정도는 제시해줄 후보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이미지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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