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9:41 (금)
신어산 문학 향기 - 유배지에서 온 편지 ①
신어산 문학 향기 - 유배지에서 온 편지 ①
  • 이애순
  • 승인 2017.04.17 2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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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애순 수필가
 `버리지도 못하고 담지도 못하는 아픈 편지 하나 있습니다. 맘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문득문득 튀어 나와 마음을 때립니다. 몇 번을 속죄하는 마음을 가져 봐도 마음 한구석을 떠나지 않습니다.` 나의 고백

 멋진 필체는 아니지만 또박또박 정성을 다해 쓴 편지 한통.

 내용이 달아날까봐 정성스레 차곡차곡 눌러쓴 것 같은 예쁜 글씨.

 진실이 왜곡 될까봐 조심스레 다독이며 썼을 꼼꼼한 글씨체.

 크지 않은 글씨에 또박또박 정성을 다해 쓴 글씨체가 진심의 코드로 읽혀졌다.

 그로 인해 나로 하여금 외면하지 못하고 몇날며칠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 편지 한통이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감정으로 미안함과 괴로움으로 아직도 내 마음에 가라앉아 있다.

 한바닥의 편지 내용이지만 오랜 시간을 들여 진심을 담아 쓴 편지였으리라. 오해의 소지를 없애려고 많은 고민을 하며 조심스레 쓴 편지임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그래서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이 보낸 편지임에도 쉽게 외면할 수 없었다. 그로인해 몇 날을 고민했다. 내게 답장을 당당히 요구한 것도 아니고, 내가 답장을 해야 할 의무도 없는 편지건만, 내 양심의 그 무엇이 그리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어느 날, 어떤 경로로 해서 나의 주소를 알게 돼 편지를 쓴다는 양해의 말과 함께, 그 곳에 있는 동안 편지친구가 돼 줄 수 있겠느냐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는 말아달라는 말과 그저 짧은 인연을 만들고 싶어 진심을 담아 쓴다며 단지 누군가와 말벗이 되고 싶을 뿐이라 했다. 그곳에 2년 정도 있다 보니 친구들도 하나 둘 다 떠나고 지금은 혼자가 됐다고. 부모님은 안 계시고 형제들은 있지만 그냥 누나가 돼 주면 안 되겠냐고. 그것이 부담되면 그냥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친구가 돼주면 안되겠느냐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무턱대고 편지를 보내 죄송스럽고 부담되시면 답장을 안 하셔도 된다고. 그리고, 끝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로 마무리된 편지다.

 사회와 격리된 시설에 있는 사람들이 쓸 수 있는 특별할 것도 없는 내용의 편지지만, 내 맘을 붙들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2년 동안 그 곳에 있다 보니 친구들도 다 떠나 혼자`라는 말. 이 말의 울림이 나를 붙잡았다.

 이 연유로 몇 날을 `답장`과 `무시` 사이에서 고민해야했다.

 정서적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편지정도의 위안을 주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그래도 마음에 두려움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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