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22:25 (수)
아재파탈과 줌마렐라
아재파탈과 줌마렐라
  • 정영애
  • 승인 2017.04.16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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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애 금성주강(주) 대표이사
 아재는 아저씨의 낮춤말이다. 촌수로 따져서 오촌뻘 되는 분을 아저씨라고 부른다. 계촌 상 정확한 명칭은 종숙(從叔)이며 보통 친근한 말로 당숙(堂叔)이라고 한다. 요즘 아재개그 열풍이 불고 있다. ‘제일 오래된 다리는 구닥다리’, ‘늘 배고픈 나라는 헝가리’, ‘가장 쉬운 수는 19만수’, ‘몸에 안 좋은 청바지는 유해진’, ‘지루한 중은 로딩 중’, ‘멋있는 중은 김상중’ 등 아재개그는 TV 연예오락 프로나 토크 쇼 등에 등장해 시청자들을 웃기고 있다. 원래 아재개그는 ‘88년도 개그’라 불렀던 철 지난 약간 고리타분한 언어 유희를 일컬었다. 요즘 아재개그로 유명세를 탄 중년 연기자들의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아재파탈’은 아재의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가 긍정적인 이미지로 변하면서 확대 재생산된 말이다. 아재와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남성을 뜻하는 옴므파탈은 불어로 남자인 옴므(homme)와 숙명, 치명적이라는 뜻의 파탈(fatale)의 합성 조어이다. 꽃미남이 아니라 조금은 한물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중년남성들이 아재파탈로 젊은 남녀들로부터 친근한 아저씨 이미지로 환영받고 있다. 아재파탈을 탄생시킨 아재개그는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 덕분이기도 하다. 호흡이 짧은 글을 선호하는 SNS에서 간단명료한 말장난이 젊은 층의 축약어 사용 트렌드와 맞아 떨어진 결과이다.

 아재개그나 아재파탈의 열기 속엔 기성세대에 대한 시니컬한 풍자가 내재돼 있다. 특히 40대와 50대 여성 아줌마부대보다 22만 명이 더 많아진 아재 부대(2015년 통계)로 인해 맹위(?)를 떨치던 줌마렐라(줌마파탈)의 열기가 조금 시들해진 탓이기도 하다. 중년여성의 친근한 이미지로 불리는 아줌마라는 호칭 역시 아재처럼 아주머니의 낮춤말이다. 억척스러워진 여성, 가계를 책임진 워킹맘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변한 아줌마와 신데렐라의 합성 조어인 줌마파탈로 불려 지기도 한다. 줌마렐라는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자신을 가꾸는데 시간과 돈을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는 기혼 여성을 일컫는다. 이전 아줌마의 이미지는 억척스럽고 무례하며 외모에 무신경한 매력 없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이는 남성 우월적 사고가 지배한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여성 차별적 통념이었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되고 여성 경제활동인구가 증가, 남성에게 짓눌려 살던 여성의 반란이 서구에서 일어나면서 남성우위의 통념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1960년대 후반 학생운동, 반전운동, 흑인운동 같은 반체제 운동과 맥을 같이한 여성 운동은 페미니즘으로 나타났다. 페미니즘은 프랑스 작가 시몬느 보봐르의 영향이 컸다. 1980년대 이후 포스트 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새롭게 부상한 페미니즘은 여성들 사이에 존재하는 사회적 불평등에 주목한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페미니즘의 열풍은 남성의 권위를 위협할 만큼 그 위세가 당당해졌다. 극단적 페미니스트 그룹도 생겨났으며 남성들에게 치명적인 여자란 뜻의 팜므파탈(femme fatale)이 탄생했다. 그 대표적인 여성이 배우 샤론 스톤이다. 팜므파탈은 우리나라에서는 악녀의 캐릭터로 통한다. 화려한 외모에 섹시한 몸매로 남자를 감미롭게 유혹한 후 파멸시키거나 공멸을 자초하기도 한다. 옴므파탈(homme fatale) 역시 팜므파탈과 마찬가지로 남자의 치명적인 매력으로 여성을 유혹해 파멸시킨다는 뜻이다. 팜므파탈과 옴므파탈은 그 이미지가 부정적인 반면, 아재파탈과 줌마렐라(줌마파탈)의 이미지는 긍정적인 요소가 강하다. 아재파탈과 줌마렐라는 TV나 영화를 통해 소설네트워크서비스로 유통돼 그 이미지가 확산 유행된 호칭이자 일종의 사회적 신드롬이다. 두 용어의 이미지는 기존의 20~30대 꽃미남과 꽃미녀 스타일의 남성상과 여성상이 아니라 40~50대 심지어 60대까지 아우르는 중년 남녀의 이미지이다. 중년 세대로서 나이를 의식하지 않을 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들로 20대부터 꾸준한 몸매 가꾸기와 새로운 지식 충전으로 자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함으로써 당당하고 멋진 중년으로 거듭난 신인류이다. 나이 들어서도 유머러스하고 젊은이에 못지않은 생동감으로 활력이 넘치며, 농익은 성숙감과 경제적 능력까지 갖춘 아재와 아줌마가 지금 상종가를 치고 있다. 늙었다고 뒤처져 포기하고 주저앉아 버리면 뚱보 아재, 김치녀, 컴맹 신세를 면치 못한다. 100세 장수시대를 맞아 노인의 기준연령을 70세로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말이면 우리나라도 고령사회가 돼 각종 노인부양부담금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인간답게 살려면 철저한 노후준비와 자기관리로 시대 흐름에 잘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아재개그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들을 줄 알아야 꼰대 신세를 면할 수 있다.

 아재와 아줌마의 긍정적 이미지가 아재파탈과 줌마렐라(줌마파탈)로 업그레이드된 세상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열심히 배우고 운동하면서 자기관리에 힘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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