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2:33 (금)
떳떳하고 용기 있는 선택을 하자
떳떳하고 용기 있는 선택을 하자
  • 이유갑
  • 승인 2017.04.13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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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갑 (사)지효청소년인성교육원 이사장ㆍ전 경남도의원ㆍ심리학박사
 천지 사방에 화사한 봄이 왔음을 느끼게 해주던 연분홍 빛깔의 벚꽃이 지고 있다. 봄바람에 꽃비가 돼 날리던 벚꽃의 그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 내년 봄을 다시 기다리면서 그룹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T.S 엘리엇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후 황무지라는 시를 발표했다. 그 시의 첫 머리에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내고’라고 읊었다. 멋모른 채 4월이 오면, 친구들과 다방에 앉아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떠들어 대던 청년 시절이 떠오른다.

 왜 엘리엇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을까? 많은 평론가들은 겨울 동안 움츠리고 있던 대지에서 4월이라는 계절이 생명을 되살리는 모습이 너무나 격할 지경이어서, 그런 모습을 역설적으로 잔인하다고 표현했다고 한다.

 일부의 평론가들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후의 유럽 세계의 정신적 황폐와 형식화해 버린 기독교 신앙의 부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래서 현대의 어두운 인간 세계를 잘 묘사한 시로 읽힌다.

 이 대목에서 필자의 주관적이지만 소박한 해석을 내놓고 싶다. 4월은 천지 만물이 약동하고 온갖 꽃들이 서로 다툼하듯이 피어나는 생명의 계절이다. 그래서 엘리엇은 ‘자연은 이렇게 황홀할 만큼 아름다운데, 원초적인 욕망과 이기심으로 가득한 인간 세상은 어찌 이다지도 어지럽고 지저분한가’하는 안타까움에서 이런 시를 쓰게 되지 않았을까? 세상이 혼탁하다면 자연이라도 눈부시게 빛나지 않으면 오히려 우리의 마음이 이렇게 비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엘리엇이 하는 한탄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장미 대선이라고 일컬어지는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불통, 그리고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 때문에 국가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의 어려움은 국방, 외교, 경제를 포함하는 전방위적이고 총체적인 것이어서 우리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는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대통령의 탄핵으로 말미암아 갑자기 닥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각 당의 대통령 후보자들도 준비가 덜 돼 있고, 이들 중에서 한 사람의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는 국민들 역시 당황스럽고 혼란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후보자들 간에 합종연횡(合縱連橫)이라기보다는 이합집산(離合集散)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합종연횡이란 중국의 전국시대의 유명한 유세가인 소진과 장의가 내놓은 전략이다. 소진은 그 시절 제일 강성한 진나라에 맞서서 한, 위, 조, 연, 제, 초나라를 찾아다니면서 6국이 서로 연합해 진을 제압하자는 합종책을 제시했다.

 장의는 여섯 나라는 인위적으로 결합했기 때문에 내부적인 결속력이나 안정성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합종책의 한계를 알아차리고, 이런 종약을 깨기 위해 물밑에서 끈질긴 노력을 했다. 나중에 장의는 6국이 각각 개별적으로 진나라와 동맹함으로써 다른 제후국을 제압하고 자국에 대한 진나라의 공격을 유보시키려는 연횡책을 제시했다.

 이합집산은 합종연횡에 비해 훨씬 격이 낮은 방책이다. 그때그때의 이득을 위해 원칙도 기준도 없이 일시적으로 모였다가 흩어질 뿐이다. 야합이라는 말에 더 가까울 것이다.

 한 나라를 이끌어 가려는 최고의 지도자는 남다른 소신과 오랫동안 준비해온 자신만의 고유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 시세에 따라서 표를 얻기 위해 이리저리 말 바꾸기를 하거나, 이념도 정책도 다른 사람과 눈 가리기 식으로 손잡는 행동을 결코 해서는 아니 된다.

 꽤 오랜 기간 동안 민주주의를 경험해 오면서 전반적으로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정치적 식견이 풍부해진 우리 국민들이 이런 움직임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무한 경쟁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대한민국의 국력을 지속적으로 키워가고, 후손들에게 안정된 나라의 기반을 넘겨주기 위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더더욱 국민들의 떳떳하고 용기 있는 선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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