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22:31 (목)
반전 이야기가 재미있을 수밖에
반전 이야기가 재미있을 수밖에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7.04.06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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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 편집 부국장
  풀은 바람 불면 스르르 눕고,

  벚꽃은 비가 오면 떨어진다.

 한 달 조금 더 지나면 새 대통령이 탄생한다. 우리 시대 리더들이 연일 여론조사에 울고 웃고 한다. 대선판이 출렁이고 있다. 대세론이 흔들리면서 양강구도가 들어서고, 이어 어떤 프레임으로 대선판이 옷을 입을지 예상하기 어렵다. 1등은 언젠가 꺾이기 마련이다. 세상에 영원한 1등은 없다. 대세론을 대체하려는 주자들은 눈을 부릅뜨고 온갖 당위성을 내세워 정상을 차지하려 한다. 승리의 바람을 타면서 룏꿈은 이뤄진다룑는 행복한 노래를 부른다. 꼭 그렇게 되기를 바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 우주를 동원해 타당한 이유를 찾는다.

  사람은 온갖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는 또한 사람을 만든다.

 인류는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서양사를 보면 기원전 8세기경 호메로스가 역사와 신화를 섞어 만든 룏일리아스룑와 `오디세이아` 이야기는 지금도 잘 알려져 있다. 이야기가 생활 속에서 살아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신화와 전설 속 인물이 등장하는 오디세이아를 읽지 않아도 주인공 오디세이우스는 10여 년 동안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험담을 들어보면 아는 내용이 수두룩하다. 사이렌이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사람을 유혹하거나,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가 사람을 잡아먹는 이야기는 굳이 오디세이아가 아니더라도 다른 신화나 이야기에도 등장한다. 인류는 이야기를 공유하고 서로 이해하면서 소통을 해 왔다.

  여러 인물이 주인공이 되려 해도,

  독자는 이미 주인공을 알고 있다.

 지금 대선만큼 극적인 이야기는 별로 없다. 대통령 후보 지지도가 자고 나면 엎치락뒤치락해 짜릿한 재미를 준다. 철석같이 믿던 지지도가 배신하는 모양새를 띠자 한쪽에서는 조사방법이 잘못됐다며 야단이다. 지금까지 높은 지지도에 배를 두드리며 여론조사를 신줏단지처럼 모시다 지금은 그 단지를 깨부수기라도 할 태세다. 한 후보는 TV 인터뷰에서 대통령 선거를 희화화했다고 다른 측으로부터 날 선 공격을 받고 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한 후보는 다른 후보를 자격 미달이라고 몰아붙인다. 19대 대통령으로 가는 길에 여러 작은 이야기가 섞이면서 재미를 더한다. 앞으로 진행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 한두 명이 사퇴를 해 2강 구도가 되든 2강 2약 구도가 되든 극적 요소가 뒤섞일 개연성이 크다. 이뿐 아니라 강력한 개인 비리가 폭로돼 판이 엎어질지도 모른다. 이런 흐름은 긴장감을 높이고 재미를 배가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 명이 이타케(오디세이우스 고향)에 도착한다.

  사생 결단 대결에 익숙한 정치인은,

  웬만한 이야기에 시큰둥하다.

 한국 정치 이야기는 싸움판이 주류를 이룬다. 정치인들은 공부를 하지 않고 먼저 싸움을 배우는 인상을 풍긴다. 보수와 진보가 공정한 룰 위에서 경쟁하는 것으로 보면 오산이다. 내 편과 네 편이 맞서서 일방 독주를 막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 지금 대선판을 형성하는 가장 큰 흐름은 문(文)과 비문(非文) 전선이다. 곤고한 이 구도가 약간씩 틀어지고 있지만 5월 9일까지 힘을 발휘할 공산이 크다. 어떤 명분보다 이기는 작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생 결단 대결이 펼쳐진다. 합리적 보수와 중도 진보 같은 색깔이 모호한 사람은 이름값 하기 힘들다. 좌우 분명한 색깔을 띠어야 살아남는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효과 만점의 요소는 극단 대결 정치를 이끄는 훌륭한 기폭제다.

  극적 이야기가 삶을 풍요롭게 하고,

  또한 거대한 역사를 발전시킨다.

 훌륭한 이야기에는 반전이 있다. 인류의 유산인 이야기는 삶을 풍요롭게 하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윤활유를 담고 있다. 국가나 민족마다 공유하는 이야기에는 교훈이 있다. 그 교훈이 밝혀주는 길을 걸으면 실패 확률이 낮다. 지금까지 쌓아온 한국 정치 이야기를 따르면 대세가 뒤집히는 경우에 재미를 더했다. 그렇지만 대세는 웬만한 바람을 맞더라도 뒤집히지 않는다. 정치 이야기는 독자의 생각을 뛰어넘을 때 마음에 깊이 각인된다. 이런 반전 드라마가 펼쳐질지 밋밋한 이야기로 막을 내릴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극적 요소가 촘촘히 박힌 정치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는데 반기를 들 사람을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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