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과 폴리페서
장미대선과 폴리페서
  • 정창훈
  • 승인 2017.04.0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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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객원위원
 5월 장미대선이 한 달여 남은 시점에 각 대권 주자들의 선거캠프에 참여한 폴리페서가 2천명을 넘지만 대부분 자기 이름은 노출하지 말라고 한다. 두더지처럼 비공개로 대선 캠프에 참여하겠다는 교수들이라고 하니 본인들도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긴 하는 모양이다.

 폴리페서(polifessor)는 영어에서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politics)’과 ‘교수’를 뜻하는 ‘프로페서(professor)’의 합성어로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실현하려 하거나 그러한 활동을 통해 정계 또는 관계에서 고위직을 얻으려는 교수를 가리킨다.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빚어진 신조어로,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폴리페서는 유능한 사람을 칭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교수의 지위를 이용해 정치에 쉽게 입문하려고 하는 그들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콩글리시로 태생부터 좋지 않은 말이다. 이런 폴리페서들 때문에 대학생들의 안정적인 수업권이 침해받기도 한다. 폴리페서는 교수도 하고 싶고 정치도 하고 싶고 그렇다고 정치를 한답시고 교수를 그만두고 싶지도 않은 한마디로 양다리 걸치는 사람들이다.

 교수(professor)는 대학ㆍ전문대학 등의 고등교육기관에서 전문학술을 교수하고 연구하는 일에 종사하는 직급으로 우리 국민이 존경하고 신뢰받는 상위직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 교수들이 깊은 학문적 소양과 전문성을 정치에 접목해 사회발전에 도움을 주려는 긍정적 측면보다는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성향이 짙다는 비판은 왜 거세지고 있는가? 강의실과 연구실은 팽개친 채 정치판으로 몰려갔는데 그들의 정책적 성과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까지 불러온 최순실 게이트에 현직 교수들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폴리페서’의 양산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국정농단사태로 구속된 20명 가운데 현직 대학교수는 8명이다. 불구속기소 된 7명까지 포함하면 교수는 총 15명이나 된다.

 대학교육연구소는 “국정농단사건의 하수인이 된 교수들을 본 국민과 대학구성원들은 폴리페서를 더욱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대학교수가 국회의원이 되면 교수직을 사퇴하듯 정무직에 임명된 교수들도 본인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 대학도 관련 규정을 마련해 정무직에 나간 교수가 강단에 복귀하고 싶다면 엄격한 심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수가 가진 전문지식과 능력은 귀중한 자산이다. 그 자산을 통해 우리 사회를 위한 제도 개선이나 국가의 정책실현에 활용될 수 있는 대안 제시와 참여는 꼭 필요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직으로 나갈 수도 있다. 그 사람의 정치나 행정 경험은 인재를 양성하는 데 중요한 지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왜 교수 자리를 유지해야 할까.

 교수의 본업에서 벗어나려는 교수들은 어떤 길을 가도 좋다. 다만, 현직을 반드시 그만두고 가야 하지 않을까. 교수보다 더 나은 삶에 의미와 기쁨과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나 행정에서 자기 능력을 맘껏 발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교수직을 내려놓고 가서 되돌아올 수 없어야 그 일에도 승부를 걸 수 있다. 유능한 정치가나 행정가는 우리 사회나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다만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새로운 분야에서 자기가 원하는 분야의 전문인으로 우뚝 서야 하지 않겠는가.

 대다수 교수들은 평생 연구 업적을 쌓고 상아탑이라는 성에서 제자들을 훌륭하게 길러내는 일을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그 때문에 행동 하나 말 한마디에 신뢰와 무게가 실린다. 매사에 공정하고 죽을 때까지 공부하며 청렴한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존경을 받고 학생들은 평생 교수를 존경하게 된다.

 누구든 직업선택의 권리와 정치참여의 자유도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직업윤리라는 것이 있고 업의 본질이라는 가치도 있어야 마땅하다. 본연의 기능인 연구는 뒷전인 채 대학까지 퇴행적 정치에 물들게 하면서 온 나라가 정치 과잉의 탁류 사회가 돼버리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다.

 전북 우석대의 한 폴리페서가 태권도학과 학생 172명을 버스로 동원해 장미대선 후보 지지모임에 참석시킨 뒤 밥을 먹이고 영화를 보여준 소위 ‘버스 떼기’ 사건은 이 같은 사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교수와 제자라는 위계관계를 악용한 사실상 강제동원이다. 밥값으로 썼다는 학과 예산은 지방 특성화 대학에 주는 국가 예산이라고 한다. 나랏돈으로 특정 후보 지지 운동을 한 셈이다. 제자들을 범법자로 만들어가며 정치권 줄서기에 나선 폴리페서를 과연 교육자라고 할 수 있겠나. 정치적 주관이 뚜렷한 성인들을 사전 양해도 없이 자기가 지지하는 정치인 행사에 동원한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대학은 대학대로 자기 대학교수가 정치인이나 고위직 관료가 되면 대학을 위해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로 학생들의 수업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사례가 잦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폴리페서들로 하여금 더 이상 학생들을 내팽개치지 않게 하려면 미국처럼 교수의 공직 진출 기간이 2년이 넘으면 사표, 복직 때는 재심사 등 폴리페서에 대한 규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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