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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의 미래
다양성의 미래
  • 김혜란
  • 승인 2017.04.05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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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 TBN ㆍ창원교통방송 진행자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다문화 관련 포럼이 있었다. ‘대통령 후보에게 묻다-다문화 한국의 미래’란 주제로 한국다문화가족지원센터협회가 주관했다. 다문화정책의 흐름이 아직도 결혼이주여성 중심이고 다문화가족 지원 위주인데, 이제는 이주노동자와 귀화자, 외국 국적 동포, 유학생이나 난민 등 다양한 이주민을 포괄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주제가 나왔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다문화센터나 이주민지원센터로 개편해서 포괄적 차별금지를 실천하는 중심역할을 하게 만들자는 제안도 있었다. 최근 건강가정지원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가칭)가족센터라는 이름으로 통합하려는 정부와 일부 의원의 입법 움직임에 관해 반대 목소리도 컸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단일민족’이나 ‘순수혈통’ 같은 생각의 틀에 갇혀 있다고 판단될 때가 많다. 그렇게 살아도 괜찮은 사회가 지속된다면 언급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더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일찌감치 생각의 틀을 바꾸지 못한 탓에 서구나 미국의 틀을 베끼고 끌려다니기만 하던 우리 사회는 버틸 수 있는 한계의 바닥을 치고 있다. 개혁이나 혁신에 대한 필요는 늘 있어왔지만 탈탈 털어서 기본부터 바꾸고 새로 다져야 가야 할 필요성이 지금만큼 절실히 제기됐던 때는 드물었다.

 그중 4차산업 혁명의 도래가 시급한 것처럼 회자되고 있다. 낙천적인 사람은 아직 3차산업혁명이 이뤄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비판적인 사람은 세계에서도 최고 잘 사는 국가의 기업대표들이 모여서 자신들이 새롭게 먹고살 방법을 궁리 하다가 만들어 낸 함정(?)이라고도 한다. 실제로 그런 면들도 보인다. 아직 3차 산업혁명도 진행중인 국가의 산업 분야들도 많다. 또한 다보스포럼에서 제기됐고, 4차산업 혁명시대가 만개하면 1% 정도의 세계 최고의 선진국 기업들이나 더 좋아질 것이다. 그 틀에서 먼 국가나 기업들은 1%의 그들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내어 주면서 허덕이거나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렇다고 올 것이 오지 않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4차산업 혁명이 본격적으로 안착됐을 때 가장 무서운 일은 인간이 할 일이 없어질 것이라는 가정이다.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이나 로봇기술, 생명공학 등이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고, 어떤 일에서든 인간이 그들을 도구 삼아 만들고 지휘하던 시절을 지나, 생명이 없는 로봇과 인터넷 등이 서로 연락하고 소통해서 기계도 돌리고 인간의 일상생활까지 운영해준다고 한다. 그 과정속에서 당연히 인간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영역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이미 와 있는 분야도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로봇이나 인터넷이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짜여져서 수행하는 일을 인간이 오차 없이 할 수 없고, 할 필요도 없다. 인간에게 주어지는 일은 인터넷과 로봇, 인간 사이의 소통과 고도의 연결작업이 있고, 더 나아가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일이 주어진다. 바둑판에서 알파고나 딥젠고가 지금까지 두어본 적 없는 수를 생각해내는 일이나, 아예 그들이 해본 적 없는 새판으로 바꿔 버리는 일이다. 결국 창의력이 필요하다. 그 창의력은 철저하게 인문학부터 시작됨을 안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동안의 교육을 이론이 아니라 교육현장에서 대부분 거꾸로 돌려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조금은 다른 접근법이 있다. 창조와 창의의 방법 중 서로 다른 것을 섞어서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방법이 있다.

 오랫동안 지키고 있다고 여겼던 단일민족이나 순수혈통처럼, 그저 생각으로만 남아있는 현실은 버려야 할 적폐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세상의 리더로 살아가야할 날들에는, 전혀 다른 생물학적 문화적 사회적 DNA가 혼합돼서 나올 미래가 필요하다. 몇 배 강력한 천부적 재능과 상상 이상의 결과물은 또 다른 세상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단일민족으로도 이 정도를 이뤘는데, 다양하게 혼합됐을 때의 결과는 가능한 예측을 넘어서지 않겠는가. 이미 만들어지고 있는 열쇠로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노동자, 혹은 유학생, 귀화자들과 함께 꾸려진 가정이 있다. 그들에게 보다 평등한 기회와 심리적인 정착, 한국의 다양한 분야의 DNA를 받아들이게 하고, 우리 스스로 그들을 받아들여 녹여낸다면 4차산업 혁명의 주역으로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문화 부부를 위한 코칭 강의를 진행중이다. 부부의 이야기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힘든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질적인 문제를 넘어, 얼마나 다양한 가능성이 그들 자신과 2세들에게 있는지 본인들조차 모르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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