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7:45 (금)
도내 지방권력 비리 백태
도내 지방권력 비리 백태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7.04.02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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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함안군을 겨냥한 사법당국의 칼끝이 매섭다. 양파껍질 벗겨지듯 드러나는 비리 백태가 백화점을 방불케 하기에 그 결과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을 정도다. 함안군 비서실장 구속에 이어 차정섭 군수도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도내 시군마다 개발사업의 특혜성 인허가, 또는 승진 등 매관매직과 다를 바 없는 각종 비리가 드러난 바 있다. 창원시, 김해시, 남해군, 창녕군과 교육청 등 도내 7곳의 선출직 단체장, 비서실장 또는 측근들이 구속되거나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경남 도내 시장 군수의 측근이며 복심인 비서실장의 일탈은 뇌물수수 등 혐의 때문에 시쳇말로 깃털과 몸통 론으로까지 회자될 정도였다. 또 단체장은 직격탄을 맞고도 꼬리 자르기에 급급, 빙산의 일각이란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혈세를 빼 먹으려는 개발업체는 물론 동료 공무원으로부터 ‘검은돈’을 상납 받는 등 사법 처리된 지역이 드러나면서 부패의 서막이 오른 것 같아 도민들은 화를 삭이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또다시 비리백화점마냥, 시장ㆍ군수 등 단체장 지근거리에서 행세하는 측근 실세들의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도시계획 변경 등 입안 권한과 결정 권한을 거머쥔 탓에 무소불위나 다를 바 없다. 이 때문에 아파트 사업 승인, 지방공단 조성, 용도변경, 턴키입찰에 따른 평가항목 배점 등에 따른 특혜의혹이 끊이질 않는다. 이는 인허가권한을 거머쥔 단체장이 지방권력의 정점에서 도시계획 변경 등 입안 권한과 결정 권한을 함께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그 틈새에서 비서실장 등 측근 실세는 단체장과 다를 바 없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한다. 측근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자치단체장과 교육감 등의 선거캠프에서부터 같이 일해 온 사람들이 당선과 함께 별정직 자리를 꿰차고 핵심측근으로 행사하면서 단체장이행사하는 인사권과 예산은 물론, 각종 개발사업 등에 대해 자문역할을 맡아 ‘미운 놈 고운 놈’을 가려내면서다.

 또 정부가 기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규제를 풀고 논스톱으로 행정을 지원토록 한 것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기초단체까지 권한을 행사토록 위임한 조치가 기업 활동을 위한 지원은커녕, 되레 단체장이 지방의 대통령마냥 권한을 행사, 남용토록 한 결과다.

 더 큰 문제는 견제하는 기관이 없다는 것에 있다. 내부 고발이 기대되지만, 자칫 일신상의 신변문제로 비화될까봐 그야말로 ‘영혼 없는 공무원’마냥, 강 건너 불구경 할 정도다. 측근 비리는 단체장에 의지해 정치 커넥션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익을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결코 대가 없이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업자로부터 뒷돈을 받는 뇌물사건이나 인사 청탁 사건에는 단체장뿐만 아니라 비서실장 등 측근 이름이 항상 거론된다. 특히 측근들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별정직 중에서 특보 등은 공개채용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마저 형식에 그치기 일쑤다. 특히 비서진은 근무 기간이 단체장 임기와 함께하기 때문에 공고절차 없이 단체장이 임의로 채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단체장의 최측근인 비서실장과 비서들의 인선 과정에는 어떠한 견제도 없다. 검증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지방의회의 인사검증은 언감생심이다. 따라서 자치단체장이 올곧지 못하면 측근 비리는 상존한다.

 조선 시대에는 벼슬 높은 판서보다 임금을 자주 만나는 도승지(현 비서실장)의 힘이 더 셌다 한다. 그 원인은 단체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크고 작은 일도 보고를 빌미로 모든 사안을 통제하면서 일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비서실장의 월권은 마음먹기에 따라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인허가 등 온갖 업무를 떡 주무르듯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권력의 문고리를 자주 잡는 자(者)가 강하다는 것은 대통령의 탄핵이 반면교사이기도 하다. 권력을 거머쥔 단체장은 측근 비리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함께 인사가 만사라는 불변의 진리마냥, 어떤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자기관리를 할 수 있는 측근 중용도 단체장이 혜안이다. 이 때문에 단체장은 측근들이 득을 챙기게 되면, 자신까지 몰락의 길로 간다는 진실 아닌 진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당(唐) 태종(太宗)의 신하들의 문답을 기록한 정관정요(貞觀政要)에 ‘창업이수성난(創業易守成難)’은 “어떤 일을 이루기보다는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의 복(福)은 문고리 권력의 보필에 달려있는 것 같다. 또 권력에 취해 갈지자걸음인 단체장의 낙마는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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