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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 21일만에 미결수용자…길고 긴 '역사적 하루'
파면 21일만에 미결수용자…길고 긴 '역사적 하루'
  • 연합뉴스
  • 승인 2017.03.3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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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배웅받으며 삼성동 자택 나선지 하루만에 서울구치소에 수감
박 전 대통령에게는 '최악'의 날…전직 대통령 또 구속된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은 30일 오전 법원에서 피의자심문을 받고 다음 날 새벽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까지 태어나서 가장 긴 하루를 보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9분 삼성동 자택에서 나왔다. 남색 바지 정장에 검은색 구두를 신은 모습이었다.

최경환·윤상현 등 자유한국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그리고 동생인 지만씨 부부가 자택 앞에서 배웅했고 박 전 대통령은 미소로 답했다.

▲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차를 타고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경호실에서 제공한 에쿠스 리무진에 올라타 곧장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했다.

지난 21일 검찰 출석 때와 마찬가지로 박 전 대통령이 탄 차 앞뒤로는 경호 차량과 경찰 싸이카 오토바이가 배치됐다.

자택에서 법원까지는 약 5㎞ 거리로 차를 이용하면 평소 20분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이날 박 전 대통령이 탄 차는 경찰의 교통통제로 11분만인 오전 10시 20분 서울중앙지법 4번 출입구 앞에 도착했다.

경호원의 경호를 받으며 법원 청사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박 전 대통령의 얼굴에서 출발할 때와 달리 미소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들어섰으며 취재진이 바닥에 테이프를 삼각형 모양으로 붙여 만들어 놓은 '스탠딩 포인트'에서도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기자들이 '국민께 어떤 점이 송구한가', '뇌물 혐의를 인정하느냐', '세월호 인양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가' 등 3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답하지 않았다.

곧장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박 전 대통령은 계단을 이용해 한 층 위에 있는 321호 법정으로 들어갔다.

피의자심문은 오전 10시 30분께 강부영 영장전담판사의 심리로 시작됐다.

검찰 측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이원석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한웅재 형사8부장과 검사 4명 등 총 6명이 참석했다.

이에 맞서 박 전 대통령을 변호하고자 유영하·채명성 변호사가 법정에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의 심문은 약 8시간 40분만인 오후 7시 11분께 끝이 났다. 그 사이 두 차례 휴정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후 1시 6분부터 2시까지 휴정한 동안 법정 옆 대기실에서 변호사들과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이어 오후 4시 20분부터 15분간 두 번째 휴정이 있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13가지에 이르는 중대한 혐의가 있고, 도주·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고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영장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문이 끝난 뒤 피의자가 결과를 기다리면서 대기하는 '인치 장소'는 서울중앙지검 10층 임시 유치시설로 결정됐다.

박 전 대통령은 오후 7시 29분께 역시 4번 출입구로 나왔다.

그는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수감되기 전 기자들과 대면할 마지막 기회였으나 끝내 입을 열지 않은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수사관들과 함께 검찰 관용차인 K7에 올라타 법원 바로 옆에 있는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했다.

그는 이날 오전 삼성동 자택을 나서 법원에 올 때는 경호실 에쿠스 리무진의 뒷좌석 상석에 앉았으나 법원에서 검찰청으로 갈 때는 검찰의 K7 승용차 뒷좌석 가운데에 앉았다. 양옆에는 여성 수사관이 자리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청 10층 임시 유치시설 안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초조함 속에 영장 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31일 오전 3시 무렵 구속영장이 발부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이 근처에 모여 있는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한 가닥 희망을 접어야 했다.

박 전 대통령을 태운 검찰의 K7 승용차는 이날 오전 4시 29분께 서울중앙지검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갔고 약 16분 후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 정문을 통과했다.

카메라에 잡힌 박 전 대통령은 피곤에 지친 모습속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그는 즉시 입소 절차를 밟은 후 독방을 배정받고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낯설고 불편한 생활을 시작한다.

이달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내려진 지 21일 만에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 미결수용자로 또 한 번 신분 변화를 체감하게 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최악'으로, 교과서에는 전직 대통령이 또 구속된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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