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6:49 (금)
장미 향기 짙은 그날 탄생할 영웅은
장미 향기 짙은 그날 탄생할 영웅은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7.03.30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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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 편집 부국장
 책 읽기를 좋아하는 대통령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오는 5월 장미 대선을 앞두고 각 당 대선주자들이 무척 바쁘다. 대선으로 가는 길에 대선후보들은 토론회, 비전대회, 경선 현장투표 등을 달고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고 있다. 위험한 고속 열차에 치여 여러 사람이 다칠 수도 있어 불안하다. 선두로 달리면서 살인적인 속도로 ‘5ㆍ9역’에 제일 먼저 도착하려는 기관사는 신이 날 수밖에 없다. 대통령 선거는 축제가 되기 힘들다. 피를 말리는 승부게임 만이 있다. 이만큼 승패가 확연히 구분되는 게임은 별로 없다. 서로 날을 세워 당 대선후보가 되려는 주자들이 서점에서도 표심을 붙잡으려 애쓴다. 단순한 선거전략에 따라 내놓은 책이라도 책표지에서 뿜어 나오는 후보들의 강인한 눈빛에 마음이 열린다. 책을 쓰고 읽는 대통령이 나오면 국민 눈 밖에 나는 일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책을 많이 읽으면 자신의 힘을 사사로운데 쓰는 일이 어리석다는 사실을 재빨리 알기 때문이다.

 지금 대형 서점에 가면 한창 대선주자로 주가를 높이는 얼굴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때론 진지하게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얼굴이다. 그들의 눈빛만 보면 대한민국을 혁명하고 국민과 함께 못할 것이 없을 것 같다. 국민들이 대선주자들에게 물으면 앙다문 입에서 모든 해답이 술술 나오고 대중을 향해 뻗은 손에서 해결책을 제시할 듯하다. 물론 책표지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책 내용은 참으로 아름답다. 대선주자들의 인물 됨됨이가 매력적이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두말없이 표를 주고 싶다. 하지만 책은 책일 뿐이지 책 내용이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알아차리기는 힘들다. 국가 경영의 커다란 그림과 포부를 쓴 책을 읽으면 우리나라에도 좋은 대통령이 나오겠다는 꿈을 잠깐이라도 꿀 수 있다. 책이 주는 매력을 아는 사람은 책장을 넘기면서 울렁이는 행복에 도취된다. 책대로 정치를 하면 더없이 좋겠다는 바람이 일어난다.

 정치인들이 동서양 고전에서 던져 주는 교훈을 붙들고 정치현장에서 바른 힘을 써야 한다. 다음 주 각 당 대선후보가 모두 결정된다. 대선후보는 한 번 더 단일화하는 게임을 해야 한다. 대세에 맞서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한다. 양자 구도든 삼자 구도든 서로 승부를 벌여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지금까지 각 당과 각 후보 간에 주고받은 원색적인 비난은 이제 그 도를 더 넘을 개연성이 높다. 상대를 구석으로 몰아넣어 손을 들게 하고 승리를 잡아야 본선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폭풍처럼 몰아치는 거친 말이 없으면 이 판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내용이 없으면 형식을 가지고 자신을 극대화해야 한다. 정치는 말로 시작해 말로 끝난다. 마음속에 담은 생각이 말로 나온다. 정치인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격’을 알 수 있다. 그 격이 너무 낮으면 그 말을 늦은 사람이 안쓰럽다. 이번 5ㆍ9 대선으로 향해 뛰는 여러 주자 가운데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주자가 여럿 있다.

 사회가 나눠질수록 통합의 목소리는 크다. 뒤집어보면 통합과 소통이 거리에서 차일 만큼 자주 이야깃거리로 삼는 사회는 꽉 막혔다는 말이다. 사는데 재미가 없는 시대에는 괜찮은 영웅이 필요하다. 우리는 유치하지만 백마 탄 기사를 마음에 그린다. 하지만 현실에는 없다. 그렇지만 기다린다. 기다리다 영웅 비슷한 간웅이라도 있으면 마음을 확 줘 버리고 싶다. 현실 정치가 너무 찌지직거리면 아이돌 그룹에 빠져 마음을 위로받고 싶다. 정치인의 배신은 큰 허탈감을 주기 때문에 대체재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현대사 가운데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비극의 실타래를 풀고 있다. 대통령이 탄핵된 후 여전히 그 파장은 만만찮다.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는 전직 대통령을 봤다. 앞으로 더 험악한 모습을 봐야할지도 모른다.

 국민 통합은 모든 국민이 한 가지 생각을 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인정하며 조화롭게 행동할 때 국민 통합은 만들어진다. 생각이 다른 사람을 포용하는 마음은 큰 기술이 필요하다. 더더욱 다른 결정을 받아들이면서 상대의 마음을 품는 행동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아직 여기까지 이르지 못했다. 먼저 정치인들이 성숙하지 못해 생각이 다른 사람을 좀체 품지를 못한다. 아예 내치기 때문에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선수들이다. 지금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날을 세워 상대가 피를 흘리기까지 싸운다. 오직 상대를 딛고 넘어서야 할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에 경선과정에서 배려는 있을 수 없다.

 이번 장미 대선은 예전 대선과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가시는 있어도 향기는 더 짙어야 한다.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당겨온 대선은 그 값을 해야 한다. 각 당마다 장미 터널을 뚫을 묘수를 찾기 위해 물불 안 가리겠지만 서점에서 발견한 대선주자들의 미소가 진실이길 바란다. 그들이 내놓은 대한민국 설계가 책 속에만 갇혀있지 않고 실제로 나와 유권자와 손잡으면 좋겠다. ‘내가 읽는 것이 곧 나의 존재다.’ 독서에서 얻는 여러 유익 가운데 하나는 상대를 몰아세워 다 벗겨버리고 싶을 때 한두 개를 남겨 놓는 배려다. 대통령은 예전처럼 ‘지존’이라고 들먹이면 매 맞는다. 대통령은 우리와 같으면서 조금 다른 풍모를 가지고 길에 넘어진 약자를 일으켜 세우는 영웅이다. 이런 영웅은 인문학 소양과 통찰력을 갖춘 건강한 주관을 가져야 한다. 장미가 자태를 최고로 뽐낼 오는 5월 9일 이와 같은 히어로가 나타나기를 벚꽃이 제 모양을 발산하는 날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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