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홧김소비 `시발비용` 아시나요
홧김소비 `시발비용` 아시나요
  • 김용구 기자
  • 승인 2017.03.27 2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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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ㆍ택시 등 언급 신조어 SNS 확산 미래 기약없다 생각
 장기화된 경기불황 속에서 직장인들의 비애가 담긴 신조어 `시발비용`(비속어와 `비용`의 합성어)이 많은 공감을 얻으며 SNS를 타고 확산세다.

 시발비용이란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홧김에 사용하는 비용을 뜻한다.

 직장인 김모(32ㆍ여ㆍ김해시 외동) 씨는 평소라면 버스를 이용해 퇴근을 하지만 최근에는 택시를 타는 일이 많아졌다.

 야근이 잦아진 요즘 하루종일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린 자신을 위해 만원버스 대신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다.

 김씨는 "택시 이용으로 한달 교통비가 30만 원 가까이 나왔다"며 "그래도 막상 퇴근시간이 되면 너무 고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또 택시를 잡게 된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피곤한 직장인의 삶을 반영하듯 SNS를 중심으로 `시발비용`이라는 신조어를 쓰는 사람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시발비용은 충동구매와 비슷한 소비행태를 일컫지만 `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이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27일 인공지능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다음소프트가 지난 2014년부터 올 19일까지 블로그(4억 6천860건), 트위터(82억 6천210만 건)를 분석해 시발비용 버즈량(언급량)을 분석했다.

 시발비용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건 지난해 11월 한 트위터 사용자가 올린 글이 많은 공감과 리트윗을 이끌어내면서 부터다.

 `스트레스받고 홧김에 치킨 시키기…평소라면 대중교통 이용했을 텐데 짜증 나서 택시 타기`로 시발비용에 대한 예시를 소개한 이 트위터 글은 1만 9천503회의 리트윗을 기록하며 누리꾼 사이에 널리 알려졌다.

 이후 시발비용은 지난해만 SNS에서 1만 3천760건이 언급됐다. 올해 언급량은 약 두 달여 동안 1만 9천774건에 이르며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도 2천500건을 넘어섰다.

 대표적인 시발비용 지출 품목은 택시비다. 연관어 중 `택시`가 2만 5천208건으로 가장 관련 언급량이 많다.

 택시 다음으로는 음식에 관한 언급이 많았다. 시발비용과 함께 언급된 음식은 이보다 가격이 비싸고 열량이 높은 치킨, 족발 등이 연관어로 많이 등장했다.

 직장인 최모(34ㆍ양산시) 씨는 "돈을 열심히 저축해도 미래에 대한 기약이 없으니 일단 가진 돈을 써서 스트레스를 푸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바쁜 일상 속 딱히 스트레스 해소 방안을 찾지 못해 소비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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