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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퍼트` 없이 최저타 우승 `매너 여왕`
`챔피언 퍼트` 없이 최저타 우승 `매너 여왕`
  • 연합뉴스
  • 승인 2017.03.2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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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림 KIA클래식 1위 2위보다 6타 앞서 `멋`보다 `배려` 발휘
▲ 이미림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 아비아라 골프장에서 막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기아 클래식에서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하고 있다. 이날 승리로 이미림은 지난 2014년 10월 레인우드 클래식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투어 통산 3승째를 거뒀다.
 이미림(27ㆍNH투자증권)이 실력만큼이나 멋있는 필드 매너를 선보였다.

 이미림은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아비아라 골프클럽(파72ㆍ6천593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IA 클래식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골라내며 7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를 기록한 이미림은 공동 2위 선수에 무려 6타나 앞선 여유 있는 우승을 차지했다.

 이미림은 신인 시절이던 지난 2014년 2승을 거둔 이후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하다가 약 2년 6개월 만에 통산 3승째를 기록했다.

 2년 반 동안 우승이 없었던 이미림이지만 마지막 우승 순간은 다소 밋밋할 수 밖에 없었다.

 2위에 6타나 앞서 있어 사실상 승부가 정해진 상황이었던데다 우승자의 `특권` 가운데 하나인 `챔피언 퍼트`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미정(28)과 챔피언 조에서 경기한 이미림은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10m가 넘는 먼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남겨뒀다.

 반면 허미정은 그보다 짧은 거리에 공이 놓여 있었다.

 따라서 버디 퍼트를 이미림이 먼저 했고 이 공은 홀 바로 앞에 멈춰 섰다.

 사실상 우승이 확정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미림은 공이 놓인 자리에 마크했다가 허미정의 경기가 끝나고 난 뒤에 갤러리들의 축하를 받으며 `챔피언 퍼트`를 할 수 있었다.

 2년 6개월 만에 `오매불망` 기다리던 우승이라 폼을 좀 잡더라도 누구 하나 싫은 소리를 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미림은 곧바로 퍼터로 공을 툭 갖다 대 파로 홀아웃, `멋없는` 마무리를 했다.

 우승이 확정된 이후 동료 선수들의 축하를 받던 이미림은 `왜 챔피언 퍼트를 하지 않았느냐`는 말에 "언니 (퍼트) 라인에 걸려서…"라고 웃으며 답했다.

 즉 우승을 멋있게 하려고 동반 플레이를 펼친 허미정에게 잠시 기다리게 하는 대신 빨리 경기를 마치는 배려심을 발휘한 셈이다.

 골프계 관계자는 "원래 챔피언 퍼트가 우승자를 돋보이게 하는 하나의 관례지만 선수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사실상 이것을 양보했다는 것은 이미림의 평소 인성을 짐작하게 해주는 장면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3라운드까지 2위 허미정에 1타 차 선두였던 이미림은 전반 9개 홀까지 1, 3, 5, 7, 9번 홀 등 `홀수 홀`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잡아내며 5타 차로 달아나 승리를 예감했다.

 특히 3번 홀(파3)에서는 티샷이 그린에 올라가지 않았지만 칩샷으로 버디를 잡아내며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이미림은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오랜만에 우승 기회라 다소 긴장했지만 경기에만 전념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이 코스는 티샷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신경을 썼다"며 "전반 9개 홀에서 5타를 줄였는데 이후 다른 선수를 생각하기보다 내 경기력을 발휘하는 데 집중하려고 애썼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크리스티 커(미국)가 우승할 당시 20언더파와 같은 성적으로 대회 최저타 우승 기록을 세운 이미림은 "그런 사실은 알지 못했고 그저 우승해서 기쁠 뿐"이라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지난 2015년에도 이미림은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지켰으나 4라운드에서 커에게 역전을 허용,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이미림은 "그때 내가 못해서 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또 2년 전 상황에 대해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고 되짚었다.

 다음 주 개막하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 대해 그는 "오늘 후반 9개 홀에서 좋은 경기력이 나오지 못했는데 일단 내일까지 쉬고 여느 보통 대회처럼 다시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우승이 확정된 이후 동료 선수들의 축하 세리머니를 받은 이미림은 "제발 나에게 물을 뿌리지 말아 달라고 생각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그것은 우승자가 누리는 즐거운 순간이기 때문에 특별한 경험"이라고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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