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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일회용 물티슈 세균 ‘범벅’
식당 일회용 물티슈 세균 ‘범벅’
  • 김용구 기자
  • 승인 2017.03.23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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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오염ㆍ균 검출 유효기간 등 없어 정부 기준 세워야
 식당용 일회용 물티슈의 세균 오염 상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용과 달리 어떤 화학 물질이 들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어서 사용에 주의가 요구된다.

 직장인 김모(32ㆍ김해시 삼정동) 씨는 최근 얼굴 곳곳이 빨갛게 부풀어 오르고 가려움증이 생겨 집 인근 병원 피부과를 찾았다.

 전날 저녁 동료들과 가졌던 회식자리에서 물티슈로 얼굴을 닦은 것이 화근이었다.

 김씨는 “일회용이라 안전할 줄 알고 사용한 것이 피부 질환을 일으켰다”며 “의사에게서 물티슈 사용으로 인한 피부 환자가 종종 병원을 방문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등 피부가 민감한 이모(27ㆍ여ㆍ대학생) 씨는 식당에 가도 일회용 물티슈를 사용하지 않는다. 물티슈를 사용할 때면 어김없이 발진이 생기기 때문이다.

 23일 대한임상검사과학회에 따르면 국내 한 연구팀이 지난해 4~6월 사이 음식점, 커피전문점, 제과점 등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물티슈 55개를 수거해 미생물 오염도를 평가한 결과 무려 50개(90.9%)에서 세균이 검출됐다.

 전체 조사 대상 물티슈에서 총 71개의 균주(菌株)가 분리됐으며 세균 수로는 1㎖당 평균 4천140개가 검출됐다.

 특히 2개의 물티슈의 경우 ㎖당 1만 6천670개의 세균이 자란 것으로 관찰됐다. 세균이 자라지 않은 물티슈는 겨우 5개에 불과했다.

 발견된 균주 중에는 황색포도알균(15개)과 녹농균(3개)도 포함됐다.

 황색포도알균에 감염되면 갑자기 심한 구토와 물 같은 설사, 경련ㆍ쇠약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 균은 항생제를 복용해도 잘 듣지 않는다.

 녹농균은 패혈증ㆍ전신감염ㆍ만성기도감염증 등의 심각한 난치성 질환을 일으켜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이 균주 역시 항생제 내성이 있다. 과거 일본에서는 녹농균에 감염된 사람들이 잇따라 숨지기도 했다.

 도내 업계 관계자는 “식당에서 제공하는 물티슈는 정확한 보관방법에 관한 안내가 없고 제조일과 사용기한 표시가 없는 제품이 대부분”이라며 “수년간 보관했던 물티슈 사용으로 심각한 세균 오염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위생용품의 규격 및 기준을 담은 고시를 개정해 오는 8월 16일부터 일회용 물티슈에 살균제나 보존제의 성분을 표시토록 했지만 물티슈 자체의 유효기간이나 보관기준은 포함되지 않았다.

 게다가 성분표시 역시 시행까지 5개월가량 남아 그 동안 물티슈에 어떤 성분이 들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주부 김모(43ㆍ진주시 망경동) 씨는 “가습기 살균제 등 저렴한 유해 화학물질들이 식당용 물티슈에 사용되는 일이 불 보듯 뻔한 데다 유통기한에 대한 기준도 없어 아이들을 비롯한 도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는 하루빨리 관련 기준을 세우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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