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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의 눈물
마산의 눈물
  • 정영애
  • 승인 2017.03.20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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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애 금성주강(주) 대표이사
 1990년대 세계 조선업계를 주름잡던 스웨덴 말뫼 시의 코쿰스키사가 지난 2002년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당시 이 회사의 세계 최대 골리앗 크레인을 울산 현대 중공업이 단돈 1달러를 주고 낙찰받았다. 물론 골리앗 해체 및 운송비용 220억 달러를 낙찰자가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이때 말뫼 시민들은 세계 최대 크레인이 해체돼 한국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해 ‘말뫼의 눈물’로 회자되고 있다. 이 사건은 세계 조선업의 재편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한국의 조선업은 일취월장 승승장구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불과 15년이 지난 지금 아이러니칼하게도 한국의 조선업은 ‘말뫼의 눈물’이 ‘마산의 눈물’로 재연됐다.

 지난 1월 마산에 있는 성동조선소의 크레인이 루마니아의 한 조선소에 매각 해체돼 마산항을 떠났다. 승승장구하던 한국의 조선업은 이제 중국에게 1위를 자리를 물려주고 일본에게까지 추월당해 3위로 밀려났다. ‘한국 조선업의 영광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걱정스럽다. 한국 최대 조선 산업단지인 거제 옥포의 삼성 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울산 현대중공업도 흔들리고 있다. 창원시 진해 STX조선의 몰락으로 시작된 조선업의 붕괴는 고성 조선 산업특구, 사천과 통영의 중소 조선소, 전남 대불산단까지 불황의 깊은 늪 속으로 빠져 들게 하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마저 문을 닫아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됐으니 그 심각성은 이뤄 말할 수 없다.

 현재 경남 지역의 중소 조선소 70%가 문을 닫았으며, 조선 기자재 생산 연관 중소기업과 하청업체 수천 개가 도산, 또는 부도 직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이미 2만여 명의 조선업 종사자들이 실직자가 됐다. 조선 산업의 메카였던 거제지역의 경기는 직격탄을 맞았으며, STX 조선소의 주력 기업이 있는 창원지역 또한 치명적인 타격을 입어 지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처럼 15년 전 ‘말뫼의 눈물’이 우리 지역 ‘마산의 눈물’이 돼 경남의 주력 산업인 조선, 해양 플랜트 산업은 위기에 처해 있다. 1990년대 유가 100달러 시대를 맞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조선 관련 산업들이 유가급락과 미국발 금융위기로 유조선과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감함에 따라 발생한 결과다.

 지금 한국경제는 불안한 국내 정치 상황과 급변하는 대외 변수로 인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의 상황에 처해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로 시작된 유럽의 극우 정치세력의 집권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득세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외치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TPP 탈퇴와 NAFTA 재협상을 명령하고, 중국과 일본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아마 곧 한미FTA도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다.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에 처한 우리로서는 미국과 중국에 편중된 대외교역을 동남아, 중남미 등으로 다변화시키고, 각종 대외 경제정책의 궤도수정과 함께 한계산업의 구조조정과 산업재편, 내수경기 진작을 위한 재정투융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업 스스로 뼈를 깎는 자기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피나는 자구 노력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지난 2002년 스웨덴 말뫼의 시민들은 눈물을 흘렸지만 그들은 신산업의 유치로 새롭게 거듭났다. ‘마산의 눈물’이 ‘말뫼의 눈물’의 재연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도 그들처럼 신성장산업의 유치로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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