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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의생명산업, 道 전략산업 성장
김해 의생명산업, 道 전략산업 성장
  • 박세진 기자
  • 승인 2017.03.15 2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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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ㆍ행정인력 합심 고령화시장 의료 선점 “지속발전 전용공단을”
▲ 김해시 의생명산업이 10년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불모지였던 경남 전략사업으로 성장했다. 사진은 주촌면 농소리 의생명센터 전경.
 김해시의 의생명산업 특화는 국내 지방자치단체의 미래산업 육성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집적화와 연구개발로 불과 10년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불모지였던 경남의 전략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내 의생명거점도시로 자리를 굳힌 원주(전자의료기기)나 대구(IT기반 첨단의료기기), 오송(바이오 신약)에 비해 투자비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김해시 의생명산업 특화의 중심에는 지난 2008년 11월 주촌면 농소리에서 개소한 의생명센터가 있다. 당시 지상 2층, 연면적 3천㎡에 불과한 규모로 건립된 의생명센터는 임플란트 의료용기기를 특화해 왔다.

 10년 전 미래성장동력의 필요성을 느낀 김해시는 의생명산업 생태계를 전략적으로 조성하려 인제대학교와 함께 정부공모사업으로 의생명센터 건립을 추진했다.

 현재 20명 남짓한 연구와 행정 인력 중 이 무렵을 기억하는 초창기 멤버는 차병열(41ㆍ사진) 책임연구원이 유일하다.

 “1년이 지나도 성과가 없으면 공모사업 예산이 국고로 반납될 위기에 있던 때였고 개인적으로는 인제대 박사과정에서 (의생명센터에) 채용이 됐죠. 하여튼 앞뒤 가릴 것도 없이 (센터를) 살리는데만 매달렸습니다.”

 그의 입사일을 보면 2006년 10월로 나온다. 이 때는 센터가 건립되기 전으로 센터 정관과 시청의 관련부서 한편에 PC 한 대 올려 놓고 맨 땅에 헤딩하던 시절이다.

 그는 외판원 취급을 받아가면서도 센터내 기업 유치를 위해 부산과 창원의 치과의료용기기 제조사를 찾아가 악착같이 매달렸다.

 어느 정도 기업 집적이 끝나자 이번에는 센터 입주기업들이 개발한 제품을 시험하고 인증할 시험인증기관을 가까이 두면 경쟁력에서 앞서겠다는 판단이 섰다. 잘하는 곳을 물색하던 중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100년 전통의 SGS를 타깃으로 정했다.

 “SGS 한국지사가 있는 서울을 아마 100번 이상 오르락 내리락 했을 겁니다. 결국 울산분소를 없애고 김해로 왔지요.”

 초창기 의생명센터는 자본금이 여유롭지 않아 R&D 정부공모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정부가 사업 공모를 하는 것은 지역에 필요하고,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것으로 이 조건에 부합할 때 예산 지원이 뒤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공모사업에 있어 국비 지원이 있기까지 자물쇠를 푸는 것은 우수한 연구역량을 보유한 연구원들의 몫이 크다.

 이런 과정에서 대표 입주기업인 한메드(비수술적 디스크 치료기 제조)가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에 선정됐고 기업 경쟁력이 강해지니까 수출길도 열리고 자가공장도 짓는 선순환이 왔다.

 지난 2012년 10월에는 센터 부지에 지상 8층, 연면적 8천900㎡ 규모 아파트형 공장 테크노타운이 들어섰다.

 지금은 의생명센터 기존 입주기업에 테크노타운까지 남은 입주공간 없이 51개 기업으로 채워져 있다.

 여기에 지난해 4월 산업통상자원부의 공모사업에 선정된 ‘지능형기계 기반 메디컬디바이스 융복합 실용화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오는 2021년까지 센터 부지에 지상 8층, 연면적 8천900㎡ 규모 건물이 또 들어선다.

 이 건물이 들어서면 의생명센터 부지내 3개 건물의 입주기업은 100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5년 뒤 의생명클러스터가 완성되는 셈이다. 센터내 연구원과 공무원이 합심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 차병열 책임연구원
 차 책임연구원은 이런 성과는 7년 전 했던 기획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것도 거의 연구개발분야 정부공모사업으로 일궈낸 것이어서 감회가 남다르다.

 “저로서는 오래 몸 담고 있다보니 주인의식이 생길 정도지만 같이 고생했던 연구원들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인재가 하나둘 빠져 나갈 때 가장 안타깝습니다.”

 차 책임연구원은 김해가 의생명 4대 거점이 되려면 오송이나 대구서 하지 않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3년 전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역 기업의 의료기기 업종 전환을 기획했다. 그러나 반대가 심했다.

 모든 사업의 생명력은 성과물인데 “도대체 어디서 업종 전환을 희망하는 기업을 데려 올 것이며 안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는 거였다.

 하지만 그의 안목대로 이 기획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도비를 받아 지난해부터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는 미들테크 즉, 중급기술에서 하이테크(고급기술)로 가야 할 때입니다. 10년을 앞서 봐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의생명센터는 지난해 세계적인 명문 미국 하버드대학 의대영상센터와 협약을 체결했다. 정밀의료분야 선점을 위한 행보로 협약은 차 책임연구원의 주도로 이뤄졌다.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이 대학 영상센터에 한인 연구원이 있어 가능했다. 차 책임연구원은 “투자선도지구 선정에 의한 안동공단 재개발에도 정밀의료분야를 접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의생명 전용공단을 준비할 시기라고 했다. 임대형, 아파트형 공장을 산업단지화해 첨단업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일단 시스템만 갖춰지면 돌아갑니다. 아직도 김해의 의생명산업을 넘보는 곳이 있습니다. 전용공단을 갖춰 김해 토종기업화해야 안심할 수 있습니다. 수백, 수천억 원을 투자하는 오송, 대구, 원주 같은 골리앗을 상대하려면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고 지자체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됩니다.”

 그는 팍팍한 지방재정 여력 때문에 미래 투자가 너무 적은 것이 아쉽다고 했다. 그리고 고급기술을 갖춘 연구인력이 부족한 것도 아쉽기만 하다.

 정부공모사업을 두고 과학 두뇌들이 포진한 카이스트 석박사급들과 경쟁하려면 힘에 부칠 때가 너무 많아서다. 갈수록 사업도 더 전문화, 대형화되기 때문에 고급 인력 투자에 인색해서는 안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혼자 이룰 수 없는 일들이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명감만으론 어렵습니다. 수백억 원의 사업비를 따와도 연구원 인건비는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우수 인재를 잡아두려면 그에 맞는 처우가 필요합니다.”

 김해의 미래를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첨단 의료기업들로 기업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는 게 차 연구원의 생각이다. “이제 고령화 시대가 왔습니다. 첨단의료가 보다 더 각광받는 시대가 열린거죠. 김해는 이것으로 골리앗과 싸우며 미래를 맞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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