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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고로쇠 농가 이중고 ‘울상’
지리산 고로쇠 농가 이중고 ‘울상’
  • 김용구 기자
  • 승인 2017.03.13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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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주문 줄고 이상고온에 채취량 감소 수액 판매 30% 줄어
 경기침체와 청탁금지법 여파로 고로쇠 수액 주문이 끊기면서 농가들이 울상이다.

 게다가 이상 고온으로 채취량마저 줄어 농민들이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13일 지리산 뱀사골 고로쇠영농조합에 따르면 올해 고로쇠 수액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경기침체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청탁금지법까지 시행되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업계는 풀이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잇따른 구제역 발병으로 홍보에 차질이 빚어진 이유도 있다.

 이로 인해 함양 등지서 고로쇠축제가 줄줄이 취소됐고 뱀사골 고로쇠축제 등은 규모가 대폭 축소된 채 치러졌다.

 고로쇠영농조합 관계자는 “그동안 5만 5천원짜리인 상품을 주로 팔았지만 올해는 청탁금지법에 대비해 2만 9천원짜리를 내놓았다”며 “그런데도 주문 전화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채취량 감소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 하동군은 지리산 자락의 올해 고로쇠 수액 채취량이 100만~110만ℓ로 예년 평균 140만ℓ보다 20~30%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함양 200여 농가도 지리산 자락에서 30여 만ℓ를 채취해 10억 원 정도 소득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 채취량은 예상치보다 훨씬 낮은 상황이다.

 올해 생산량이 대폭 준 것은 이상고온으로 밤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삼투압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상 고로쇠 수액은 밤 기온이 영하 5~6도 이하로 떨어지고 낮 기온은 영상 10도 안팎으로 올라야 원활하게 채취가 가능하다.

 게다가 지난 겨울 적설량이 적어 산림이 건조해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농민들은 분석했다.

 농민 김모(43) 씨는 “고로쇠 수액 채취는 기온이나 날씨에 매우 민감하다”며 “최근 날씨가 너무 따뜻해진 탓에 삼투압작용이 활발히 일어나지 않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상고온현상으로 수액 채취기간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지리산 일대는 과거 4월 초까지도 고로쇠 수액을 채취했지만 지구 온난화로 올해는 이달 중순을 넘어서면 사실상 생산이 끝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온이 계속 올라가면서 수액 채취량이 줄어들고 있다”며 “현재의 기온 상승 추세로 보면 이달 중순 전후에 채취가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농민들은 생산량 감소와 판매량 급감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인건비조차 건지지 못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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