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5:06 (금)
학대 아동ㆍ청소년 보호는 가정에서
학대 아동ㆍ청소년 보호는 가정에서
  • 이춘봉
  • 승인 2017.03.12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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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아동과 청소년 잡아줄 유일한 곳은 ‘가정’
▲ 남해경찰서 고현파출소장 이 춘 봉

 어릴 적 장남인 나는 노동일을 하시는 아버지와 시장에서 좌판을 깔고 생선을 판매하시는 어머니 대신 서너 살 터울 동생 3명을 챙겨야 했다.

 자주 밥하기 싫어 미리 밥을 많이 해놓고, 밑반찬 몇 가지에 생선 몇 토막, 어설프게 양념한 국을 끓여서 동생들을 먹이곤 했다.

 아버지는 생선장사 하시는 어머니가 늘 불만이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장사하시던 어머니는 무엇을 위해 그러셨는지 악착같이 장사에만 매달리셨고, 그 대가는 계주의 야반도주였다. 가족들은 한자리에 모여 앉아 밥 먹은 적이 별로 없었다.

 아버지는 술에 의지하는 날이 많았다. 매일같이 던지고 부시고…. 아무도 말려주거나 도와주지 않았다. 부부싸움은 집안일이고 칼로 물베기라면서….

 학교수업을 마치고도 집에 가지 않았다. 집에 가도 반겨줄 가족이 없으니….

 상가나 유흥가가 죽 늘어선 길거리를 방황하며 이곳 저곳 구경하며 화려한 금은방에 진열된 멋진 시계를 쳐다보기도 하고, 빵집 앞에서는 맛있는 케이크를 보며 입맛 다져보기도 하고 그렇게 돌아다니면서도 유독 부러운 풍경이 있었다.

 화려한 금은방의 시계도, 맛있는 빵도, 과자도 아닌 쇼윈도 안으로 보이는 가족들의 단란한 모습. 차가운 거리를 방황하는 내게 그 모습은 얼마나 따뜻하고 부럽게 보였는지….

 풍족하고 여유로운 물질문명 시대에 살고 있는 아이들! 좋은 옷을 입고, 유행하는 노래를 따라 하고, 만족해하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정신은 그때보다 더 빈곤하고 허전한 듯하다.

 가정은 방황하고 고민하는 아동과 청소년을 잡아줄 수 있는 최고의 보금자리이다. 힘들고 외로울 때 언제든 돌아와 따뜻하게 기댈 수 있는 곳, 대문 앞에 꽁지 발 딛고 서서 나를 기다려 주는 가족이 있는 곳, 우리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험난한 세상에 나가 미래에 대한 도전과 희망을 갖고 성장해갈 때 그 밑바탕에는 엄마ㆍ아빠의 행복한 미소가 있는 작고 따뜻한 가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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