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기업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자본이 분산됨으로써 소유(Ownership)와 경영(Management)이 분리된다. 현대 기업에서는 모든 주주(Principal)가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없으므로, 경영자(Agent)를 고용해 경영을 위임한다. 이에 따라 주주와 경영자 간의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점 기업 지배구조는 원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됨에 따라서 주주의 대리인인 전문경영자가 주주의 이해에 상반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견제 제도로 출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배 구조상의 문제점이 적지 않다. 순환출자를 보자. 순환출자는 말 그대로 출자를 하는 것으로 서로가 서로의 지분을 갖게 되는 행위를 말한다. 한국은 두 기업 간 상호 출자는 금지돼 있지만 여러 개의 기업이 돌아가면서 하는 순환출자는 제한이 없다. 이것이 바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순환출자는 결국 기업을 지배하기 위한 방법이다. 아주 작은 지분을 가지고도 대기업 오너 일가가 기업을 지배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순환출자 때문이다. 삼성전자 등 주력계열사 지분이 전혀 없는 이부진이 신라호텔 사장이 된 것이나, 이재용 부회장이 0.6% 지분으로 삼성그룹의 지배자가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처럼 대기업에 대한 경제적인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이것이 국가 전체의 위기로 변질 우려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규제제도가 바로 출자총액제한 제도다. 이는 무분별한 대기업의 사세 확장을 억제하고 기업에 대한 사회적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에 한해 순자산의 40%를 초과하는 계열사 및 비계열사를 불문하고 국내회사에 추락할 수 없게 만든 제도이다. 순환출자와 비슷한 듯하면서 약간 다른 형태가 지주회사다. 지주회사 기업의 지배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회사를 의미한다. 이러한 지주회사는 고유한 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예 사업영역이 없이 기업 지배를 위해 존재하는 지주회사도 제법 있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 지분은 1%가 안 되고, 이건희 회장 등 일가와 계열사 등 지분을 모두 합쳐도 약 17% 수준이며, 삼성생명 지분을 제외하면 약 10%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입 없이도 20%가 넘는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할 경우에는 30%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자사주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하고, 그것이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로 귀결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 삼성전자의 12%에 이르는 자사주다. 이처럼 자사주가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만이 아니고 다른 재벌그룹에서도 이뤄질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자사주가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