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10시 30분께 김해시 내동 연지공원 남쪽 공연장. 이양재 김해문화원장은 한껏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파리장서 독립운동 기념비에 씌워진 장막을 제거했다.
곧 높이 4m 80㎝, 무게 32t가량에 문경석, 오석, 마천석 등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기념비가 모습을 나타낸다.
이 원장이 지난해 6월 해당 파리장서 기념비를 세우기 위해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지 정확히 9달 만이다.
이 기념비에는 파리장서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노상직, 안효진, 류진옥, 허평 선생 등 김해지역 유림 4명을 포함한 애국열사 173명의 정신이 서려 있다.
이들은 한국의 독립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전달하는 사건으로 투옥되는 고초를 겪었다.
이 원장은 “독립운동가들을 알리는 것이 지역 발전의 근간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들의 정신이 고스란히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기념비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적인 조형물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기념비는 김해지역 대표적인 토기문화재인 국보 275호 도기 기마인물형 뿔잔, 철검과도 묘하게 닮아있다.
연지공원 특성상 밋밋하고 단순한 외관의 비석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추진위원회가 디자인 공모를 실시해 얻은 결과물이다.
앞서 추진위원회는 합천, 거창, 밀양 등에 세워진 파리장서비를 답사하고 내동 나비공원에 있는 한뫼 이윤재 선생 조형물 옆에 기념비를 세울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민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연지공원 야외공연장 일원에 조성하기로 했다. 기념비 건립에는 시비 5천만 원, 도비 1억 원 등 총 1억 5천만 원이 들었다.
김모(45ㆍ여ㆍ삼계동) 씨는 “30년을 김해에서 산 토박이인데 기념비를 보고 나서야 김해에서도 독립운동이 일어났던 것을 알게 됐다”며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기념비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교육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