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3:53 (금)
황교안 대행은 종합 코미디언 같다
황교안 대행은 종합 코미디언 같다
  • 허균 기자
  • 승인 2017.03.02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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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균 문화ㆍ체육부장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인용한 빌립보서 4장 6절이다. 이를 두고 정계에선 정치적 의미가 있다며 각양각색의 해석을 쏟아낸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통령 출마 예정자 중 각종여론조사에서 범여권 후보로 지지율 10%를 넘는 이는 황 대행뿐이다. 이런 와중에 황 대행이 굳이 인용한 빌립보서 4장 6절은 이미 굳어진 황 대행의 심중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아직은 대통령 출마에 대해 말할 상황이 아니다’는 말로 교묘히 현장의 질문을 피해가고 있는 황 대행이지만 그의 행보에 범여권 지지층들의 눈이 쏠리고 있는 건 사실이다.

 황 대행은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MBNㆍ매일경제의 의뢰로 전국 성인 1천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28일 실시해 2일 발표한 차기대선 다자 지지율 조사결과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금방이라도 문 전 대표를 추월할 것 같았던 안희정 충남지사의 기세는 한 풀 꺾였고 그 틈새를 황 대행이 파고든 것이다. ‘선한 의지 발언’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안 지사가 ‘특검 연장 거부’라는 뻔한 수를 이행한 황 대행에게 덜미가 잡힌 꼴이다. 물론 현재 황 대행과 안 지사의 지지율 차이는 너무 미세해 의미를 둘 정도는 분명 아니다. 하지만 황 대행이 문 전 대표와 강력한 2강 체제를 구성했던 안 지사를 앞질렀다는 것은 벚꽃대선을 앞두고 보수 세력이 결집하고 있다는 분위기의 반증으로 읽힌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황 대행은 아직 이번 대선에 참여할 뜻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황 대행의 팬클럽 중 하나인 ‘황교안 통일 대통령 만들기’(이하 황대만) 회원들이 지난 1일 첫 공식 모임을 갖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 팬클럽의 활동은 황 대행의 대선 참여 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대만 회원 60여 명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첫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고 황 대행 대통령 만들기에 돌입했다. 이 모임의 간사인 우성제 씨는 “법과 원칙이 바로 서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며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안 나오려 하면 총리 공관에 몰려가서라도 출마를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많은 대선 후보군 중 지지율 두 자리 수 이상을 받고 있는 황 대행이지만 필자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려는 코미디언에 가까워 보인다. 그의 행보가 민간인 국정농단이라는 암울한 현실에 지쳐있는 국민들에게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웃음을 주며, 위로하기 위함이라면 크게 성공했다는 것이다. 언론보도에서 알려진 것처럼 황 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면서 명패에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직함을 새겨넣는 황당한 행위로 국민들의 얼굴에 실소를 번지게 했고 국민에게 거둬들인 혈세로 손목시계를 제작,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이름을 파넣는 이해하기 힘든 일도 서슴지 않았다. 황당한 이 시계는 한 네티즌이 황 대행에게 하사받은 것으로 보이는 이 시계를 인터넷 선거 경매 사이트에 웃돈을 얹어 판매를 시도하면서 알려졌다. 황 대행의 행보는 방송 용어로 국민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또 대선에 참여할 의사는 밝히지 않으면서 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49회 국가조찬기도회에 박근혜 대통령 대신 참석하는 강수를 뒀다. 국가조찬기도회에는 1968년부터 현직 대통령이 참석해 왔지만 국민에게 웃음을 주기로 작정한 듯 보이는 황 대행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황 대행의 행보는 고 전 대행과 비교할 때 더욱 도드라진다. 고 전 대행이 폭설 등 재해현장만을 방문한 것과 달리 황 대행은 군부대와 전통시장, 쪽방촌 등 민생현장을 적극적으로 찾아가며 사실상 대선주자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또 고 전 대행이 국무회의 외 회의를 최소화한 데 반해 황 대행은 각종 현안 관련 회의와 대규모 규제개혁 국민토론회,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는 등 존재감을 십분 과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대통령 출마에 대해 말할 상황이 아니다’며 사람 좋은 미소만 보이고 있다.

 작사가, 작곡가와 가수를 겸하고 아울러 자신이 부르는 노래를 직접 쓰는 사람을 우리는 싱어송라이터라고 한다. 작사가 겸 가수 또는 작곡가 겸 가수, 즉 작사와 작곡 중 어느 한쪽만 병행하는 가수도 싱어송라이터라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작사와 작곡, 노래까지 소화가 가능한 싱어송라이터는 말 그대로 팔방미인이다.

 어린아이가 봐도 흔히 수가 읽히는 황 대행의 최근 행보를 보면 정치인이나 행정가라기보다는 희극 시나리오를 쓰고, 그 시나리오대로 연기까지 하는 종합 코미디언 쪽에 가까워 보인다. 황 대행의 모습에서 어릴적 서커스단 개막을 알리기 위해 큰북을 등에 지고, 나팔을 불며 고래고래 고함치며 힘들어하던 피에로의 모습이 오버랩된다면 너무 오버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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